정말 멘붕인 순간이 많았고 수유텀 관련해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아기가 바로 신생아실로 옮겨지고, 모유수유하는 횟수나 시간이 제한적인 것 같아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수유텀‘이나 수유 양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나처럼 외국에서 출산하고 멘붕의 나날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 약간 도움이 될까하여 적어본다.
1. 수유 관련
스웨덴에서는 아기가 아픈 거 아니면 무조건 츨산 이후 계속 모자동실이다. 아기가 밤 12시에 태어났고 후처치하는 동안 바로 젖 물리라고 해서 조무사님이 자세 잡아주고 바로 수유 시작. 아무 것도 안나왔을테지만 아가는 처음부터 힘차게 젖을 빨았다. 후처치와 방 정리가 끝나고 아기를 요람에 눕혔는데 아기는 그때부터 아침까지 쭉 잘 잤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가 굉장히 순한 것 같아. 밤에 잘자는 거 같아 다행이야”라는 망언을 했다. 그럴리가… 내가 낳느라 진이 빠졌듯이 아기도 나오느라 진이 빠진 거였는데…
아침이 되어 또 수유를 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나오는데 아가는 쉬지않고 젖을 빨았다. 아기가 태변을 봐서 기저귀도 갈아야했는데, 그러다 잠이 들고 또 먹고 또 자고… 밤에도 그게 계속되었는데 뭐 수유텀이랄 게 없었다. 그냥 아가님이 깨어계시면 가슴을 내어드려야… 거의 누워있는 상태로 밤새 비몽사몽하며 애가 울면 물리고, 나도 꾸벅꾸벅 졸고 애도 졸고 하며 밤을 보냈다.
2,3일차도 다를 게 없었다. 집에 와서 밤낮 계속 수유를 했다. 아가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젖을 빨았고, 억지로 떼어놓으면 입을 뻐끔거리며 울어댔다. 아기 울음소리를 못참는 초보 엄마는 애 입을 막으려 다시 젖을 물렸고, 그러느라 계속 앉아있어야했는데 너무 피곤했다. 옷을 입는 게 의미가 없어서 그냥 계속 상의 탈의하고 있었는데 무슨 원시부족의 여성처럼 느껴졌음…. 게다가 수유쿠션이 없어서 대충 베개 깔고 했는데 자세가 안나와서 어깨와 등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수유쿠션을 1일차 밤에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배송은 6일차에야 왔다는ㅠㅠ 수유쿠션 꼭 미리 사세요
사실 2일차에 이미 지쳐서 분유를 좀 줘봤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애가 자꾸 깨서 입을 뻐끔거리는 건 배가 고파서라고 라길래, 분유를 조금 줘서라도 애를 배부르게 해서 재우고 싶었다. 근데 분유를 얼만큼 줘도 되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일단 20ml를 줘봤는데 금세 호로록 먹더니 더 달라는 듯 입을 뻐끔거리며 칭얼대더라. 더 주기는 뭐해서 젖을 더 물리고 몇 시간 후에 또 20ml를 줘봤는데 만족하는 기색이 없었다… 더 주면 배탈날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위만 늘어나서 내일 더 칭얼댈듯 하여 그만두었다.
3일차에는 병원 검진가서 눈물을 쏟았고ㅠㅠ 애가 만족을 모른다며, 두시간을 넘게 빨았는데 침대에 눕히면 바로 운다고, 애가 배고프다고 입 뻐끔거리는 게 징그럽다고 울었다. 남편이 청소,빨래,식사준비,기저귀갈이를 다 했고 나는 그냥 모유수유만 하면 됐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눈물을 쏟자 조산사가 수유자세를 봐주겠다고 했고, 자세도 좋고 아기가 빠는 힘도 좋으니 조만간 편해질 거라고 했다. 처음 나오는 초유는 농도가 적어서 아기가 먹어도 먹어도 포만감을 못느끼는 거라고, 그 시기가 지나고 진짜 모유가 나오면 애가 10분만 빨고 그만두는 날이 분명 온다고 했다. 물론 나는 “그때까지 어떻게 버텨요ㅠㅠㅠ”라며 징징댔지만 여튼 아기가 포만감을 못느끼고 계속 빨고 싶어하는 게 내 잘못은 아니고 곧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힘이 났다.
3일차 오후부터 가슴을 좀 누르면 모유가 송글송글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보니 뭔가 진척은 있구나, 이러다보면 모유가 쭉쭉 나와서 애가 금방 배부를 날이 금방 오겠지 하며 약간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3일차 밤도 그리 쉽지 않았다. 침대에서 수유를 하며 애가 잠들기를 기다렸고, 애가 잠들자마자 아기침대에 눕히는 걸 시도했지만 아가는 움직이는 순간 잠에서 딱 깨서 다시 울었다ㅠㅠ 그러면 울음을 바로 달래려 또 젖을 물리고… 남편도 나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4일차 아침에는 별거 아닌 일로 언쟁을 벌이다 펑펑 울었다. 오후에는 동네언니가 놀러왔는데 그때 또 펑펑 울고ㅠㅠ 부랴부랴 산 수유쿠션이 언제 올지 몰라서 언니가 수유쿠션을 빌려줘서 쓰기 시작했는데 진짜 베개 덕을 봤다. 그 덕에 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저녁먹고 처음으로 유아차를 끌고 5분 거리 시댁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4일차 밤부터는 전략을 바꿔서, 한 명이라도 밤에 푹 자고 아침에 교대하기로 했다. 그래서 남편이 방에서 자고, 나는 밤 12시부터 거실에서 모유수유를 했다. 애를 재우는 곳도 바꿨다. 거실에는 역방쿠를 두고 애가 낮잠을 잘 때면 거기다가 눕히곤 했었는데, 애가 벌써 폭신한 역방쿠에 적응해서 거기에서만 잘까봐 걱정스러웠고 자세에도 좋지 않을것 같아서 급하게 바닥이 딱딱한 베이비네스트를 중고로 샀다. 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샀는데 정말 최고의 구매였다. 거기서 재우다가 아기침대로 옮겨 두기도 좋고, 애가 좀 깰라고 할 때 들어서 몇발자국 움직이면 그 흔들리는 느낌에 다시 잠든다. 밤에 수유하고 나서 잠이 들 때 베이비네스트로 재빨리 옮기는 연습을 했는데, 아기침대에 눕히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그렇게 아침 6시반까지 혼자 거실에서 수유하기-아기 재우기를 반복하며 버텼고, 아침에 일어난 남편과 교대한 후 7시부터 10시정도까지 잤다. 교대하기 직전에 수유를 좀 길게 해서 애를 좀더 배부르게 하려고 했고, 방에 들어가서는 애가 울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자기로 했다. 언제까지고 울때마다 내가 수유로 달랠 수는 없는 법... 남편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취침
그렇게 5일차에는 나도 아기 걱정없이 푹 자는 시간을 가졌고, 일어나니 기분이 너무 좋고 개운했다. 그래서 오후에도 1-2시간 수유 후 아이를 베이비네스트에서 재우는 연습을 계속했고, 오후에 잠깐 나가서 산책도 했다. 아가는 또 엄청 울긴 했지만... 중간에 유아차에서 꺼내서 안으면서 좀 걷다가 잠들면 유아차에 다시 눕혀서 걷고 하니 괜찮았다. 그리고 산책다녀와서 아가가 잘 때 나도 누워서 같이 잤고, 밤 12시에 남편이 들어가 자고 나는 또 밤근무를 섰다. 이 패턴이 우리 부부에게는 딱 맞게 느껴져서 그렇게 며칠 계속했다.
9일차, 집으로 간호사가 와서 아이 상태를 체크했다. 수유를 늘 하는데도 일주일 동안 아이 몸무게는 70그램 줄어있었고, 간호사는 수유하는 모습을 보고 “애가 기저귀 갈 때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힘이 있는 것 같은데 수유를 할 때는 빨리 지쳐서 많이 안먹는 거 같다, 당분간 혼합수유를 하는 게 좋겠다”라고 했다. 내 딴에는 중간에 잠드는 것 같으면 깨워서 먹인다고 먹였는데, 입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그냥 눈감고 쪽쪽이 빠는 느낌으로 ‘의미없는 수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귀 바로 옆 턱이 움직이고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삼키는 게 보이지 않으면 그냥 미련없이 빼고 살짝 깨운 후, 다른 쪽 가슴으로 수유를 시도하라고 했다. 전유,후유 같은 개념은 잊고 모든 모유가 다 소중하니 굳이 한쪽으로 오래 물리지 말고 자주 바꿔주면서 애를 깨우며 많이 먹이는 게 중요하다 했다. 그리고 애가 잘 자고 있다고 오래 재우지 말고 두시간에 한번씩 깨우며 모유수유 한 후 매번 분유 20ml를 주며 몸무게를 늘려보자고 했다. ㅠㅠㅠㅠ 오래 물리고 있는다고 좋은 게 아니었구나ㅠㅠ 애가 팍팍 빨면서 오래 물면 좋은 거지만 그게 아니면 걍 헛고생…
그리고 이날부터 침대에서 다 같이 자기 시작했다. 베이비 네스트를 가운데에 두고 중간중간에 내가 일어나서 수유하고 아이를 네스트에 재워봤는데 아기침대보다 네스트가 편한지 다행히 아이가 금방 잠이 들었다. 많이 잘 수는 없어도 짧게라도 침대에 누워자니까 좋다…
10일차에는 보충분유량을 30ml으로 늘렸고 11일차에는 40ml으로 늘렸다. 그리고 11일차에 조산사를 만나서 무게를 쟀는데 이틀동안 130그램 늘어있어서 앞으로 계속 이 패턴으로(애가 배고파하면 바로 모유수유+잠을 오래 자더라도 두시간에 한번은 꼭 깨워서 모유수유+보충분유 40ml) 수유하기로.
내가 생각하는 키포인트는:
- 수유 한번 할 때 (특히 모유가 제대로 나오기 전에는) 1-2시간 걸려도 그러려니할 것. 이 기간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음. 대신 1-2시간 앉아있어도 지치지 않을 장소확보가 매우 중요함. 거실의자, 소파, 침대 등을 모두 테스트해보고 가장 좋은 수유장소 찾을 것. 그리고 수유쿠션 매우매우 중요. 안그러면 자세가 틀어져서 어깨도 아프고 등허리아프고 골반 틀어지고 난리남. 수유쿠션은 두 가지를 써봤는데, 무조건 단단한거 추천... 푹신한거는 아기가 자꾸 빠져서 불편했음. 스웨덴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에는 에르고베이비가 그나마 가장 단단해보여서 그걸 중고로 부랴부랴 샀는데 만족함.
- 수유하다가 아기가 자꾸 잠이 들거지만 그럴때마다 깨워서 어떻게든 오래 먹이는 거 중요. 빨리 꺠워서 부지런히 먹여야 애가 스스로 입을 빼서 곤히 잠드는 시점이 빨리 옴. 그렇게 애가 잠들면 일단 좀 기다리면서 애가 정말 잠들었나 잠시 확인 후 베이비네스트로 후다닥 옮기고, 옮기자마자 눈을 뜨거나 살짝 칭얼대더라도 입을 움직이거나 배고픈 티를 안낸다면 담요로 팔다리 안움직이게 잡고 토닥토닥 재우기. 그러면 꾸벅꾸벅하다가 다시 잠드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3시간 넘게도 잠. 하지만 입을 낼름낼름하며 배고파하면 걍 깨워서 먹이는 게 아기 건강에도 좋고 나중에 배부르게 더 잘 자는 것 같다. 중간중간에 모로반사 때문에 깨기도 해서 속싸개 싸면 좋지만 우리애기는 속싸개를 너무 싫어해서 그냥 담요로 둘둘말아 재우다가 중간에 팔다리 휘저을거 같으면 내가 손으로 지긋이 누름. 화이트노이즈 틀어놔도 좋습니당... 아이폰 화이트노이즈 기능 완전 애용중.
- 지금 이 기간은 먹놀잠도 아니고 그냥 먹잠임... 그러니 먹놀잠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 인터넷에서 보통 말하는 '3시간 수유텀'에도 집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음. 처음엔 1시간이라도 자면 행복합니다.... 처음 목표는 1시간 수유-1시간 수면 이렇게 이어가는 게 목표였는데, 어제는 1시간 수유-2시간 수면 이렇게 하며 밤을 보내서 매우 뿌듯함.
- 위에서 말했다시피 내가 0-7시 밤근무 서면서 남편을 푹 재우고, 7-10시에 남편보고 애기 전담하라고 하면서 내가 좀 자고, 오후에 아기가 또 푹 잔다 싶을 때 쉬어주고, 가능하면 밤 10-12시쯤에 잠을 짧게 자고 다시 밤근무하는 패턴이 지금으로서 가장 성공적이었음. 밤에 애가 울어제끼기 시작하면 나야 젖물려서 애를 바로 그치게 할 수 있지만 남편은 바로 그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분유 빼고는 없으므로... 완전 분유 수유를 안할거라면 밤근무를 내가 서는 게 나음. 내가 자는 동안에는 남편이 과연 애를 어떻게 달랠까 싶었는데, 그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듭해서 그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는데, 이래서 못미더워도 남편을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남편은 아기띠를 착용해서 집안을 막 돌아다니며 애를 한시간쯤 울린 후 지쳐서 재우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 후 청소기를 돌려서 애를 깊게 재우는 방법을 쓰고있는 듯함.
- 아기띠 매우 유용함. 베이비뵨 미니 벌써 사용중.
- 이런 수유팁은 유튜브 다울아이티비의 영상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당.
- 아기침대에 집착하지 말것… 지금은 걍 수유쿠션, 역방쿠, 베이비네스트, 내 가슴 위 등 암데서냐 걍 재움
2. 산후조리
- 회음부가 항문 직전까지 찢어져서 꿰맸고, 집에 왔을 때는 그 부분이 퉁퉁 붓고 치핵이 마치 거봉포도마냥 튀어나온 상태였음. 회음부방석을 병원에 들고가서도 잘 썼고 집에서도 4일차까지는 계속 그 방석에 앉아있었음. 가끔 침대나 소파에 앉을 때 저절로 비명나올 정도로 아팠음... 좌욕기 따위는 없었지만 샤워기로 아침저녁으로 씻으면서 따뜻하게 해주려고 노력함... 노력은 했으나 자주할 수는 없었다... 애기 때문에 멘붕이여서 그 이상 뭘 할 수가 없었음. 좌욕기를 안 샀던 이유도, 지인들이 다들 그거 할 시간도 정신도 없을거라고 해서 안산건데 진짜였다. 치질연고 사서 열심히 발랐고, 샤워기로 씻을 때마다 손으로 최대한 집어넣으려 했음. 5일차부터 상태가 좀 좋아졌고, isbindor이라고 회음부를 차갑게 마사지 해서 붓기를 가라앉히는 걸 샀는데 배송왔을 땐 이미 회음부 붓기가 많이 가라앉아있어서 뜯지도 않고 그냥 반품했다. 처음에는 회음부 붓기가 너무 충격적이라 이게 진짜 나아질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정말 약입니당
- 생리대를 갈 시간도 정신도 없어서 그냥 입는 생리대 입고 가끔 갈아줌ㅠㅠ 6일차부터 양이 좀 줄어서 일반 오버나이트를 하다가 8일차부터는 일반 중형생리대를 하고 있다.
- 4일차 오후부터 훗배앓이가 시작됨... 아기가 젖을 빨때마다 생리통, 초기 진통 같은 통증이 생김. 빨리빨리 노폐물 배출되면 좋은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함. 가슴이 땡땡붓고 아픈 증상도 시작되었는데 수유를 1-2시간 하다보면 가슴도 풀리고, 애가 빨 때마다 뭔가 시원한 느낌도 들어서... 모유수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함. "이건 내 몸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7일차부터는 거의 못느낌
- 5일차부터 산후요가를 시작함. 유튜브 요가테라스 영상을 보고 따라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골반 이렇게 틀어져있었구나 할 정도로 으억 소리 나옴... 그리고 틈틈이 아가가 잘 때마다 어깨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 같다.
- 손목 진짜 너무 아픔..... 수유쿠션이 없었을 때 손목으로 애를 지탱하다보니 더 심해진 듯. 틈틈이 손목 스트레칭 매우 중요
- 이것은… 우리 엄마를 기겁하게 만든 사진. 5일차 산책 >_< 여기서 대부분의 한국 어머님들은 “벌써 밖에 나갔다고? 아기를 데리고? 애는 왜 춥게 입혔어? 너는 왜 그렇게 춥게 입었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라며 비명 지르실듯한데 나는 사실 ‘산후풍’이라는 개념에 회의적이다. 임신기간에도 한국에서 하지 말라는 거 다 했는데 (12주까지 조깅함, 25주쯤까지 수영다니고 헬스장다님, 막달까지 자전거타고 편도 30분 오르막길 출퇴근함, 막달에 친구 결혼식 땜에 기차 편도 다섯시간 타고 여행다녀옴 등등) 아무렇지 않았고 오히려 더 건강하게 임신기간을 보낸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4일차부터 매일 짧은 산책을 하고 있는데 밖에 나가서 걸으니 비뚤어진 골반이 맞춰지는 느낌이고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다. 아가를 꽁꽁 따뜻하게 싸매면 열이 올라오니 오히려 좀 시원하게 입히고 있다. 저 사진을 찍은 날은 굉장히 더웠는데, 더운 날씨에 굳이 내가 긴팔긴바지를 입을 이유가…? 아침에 일어나면 확실히 뻐근한 근육통과 손목 발목 통증이 있긴 한데, 산후풍이라는 개념보다는 ‘릴랙신 호르몬으로 인해 관절이 느슨해있고, 안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오는 근육통’이라는 것을 더 신뢰한다. 뜨뜻하게 지지면 근육통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스크림 한번 먹은 걸로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든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내 몸 상태와 의료진의 조언을 참고해서 회복에 힘쓰는 게 산후조리 아닌가. 산후풍의 개념을 믿는다면 자기가 믿는대로 하면 되고.
- 출산 전에 음식 왕창해서 얼려둔 나 칭찬해….!! 미역국, 소고기국, 쭈꾸미볶음, 제육볶음, 된장찌개, 두부짜글이 등을 해서 얼려놨고 고추참치캔이랑 깻잎 캔, 조미김을 많이 사서 반찬으로 먹고 있다. 첫 며칠은 남편도 멘붕이어서 요리할 정신이 없었는데 스파게티 몇가지 해서 얼려놨던 게 도움이 되었고. 아침은 샌드위치랑 요거트+뮤즐리, 점심은 냉장고에 얼려둔 것들, 저녁은 남편이 요리한 걸로 균형있게 식사를 하려고 노력중이다. 배가 자주 고프므로 바나나랑 견과류 등 간식거리를 넉넉하게 쟁여놓고 있음
3. 남편의 역할
사실 셀프 산후조리가 가능한 건 집에 남편이 산후조리 도우미(?)로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없이 혼자서는 안됨ㅠㅠㅠㅠ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낳지 않은 파트너(굳이 ‘아빠’라고 안쓰는 이유는, 동성커플도 이 제도를 보장받기 때문)에게 10일간의 출산휴가가 주어진다. 근무일 기준으로 10일이라 일반 직장인들은 주말까지 붙여서 2주를 쉬게 되고, 남편은 쉬프트 근무하는 간호사라서 보통 일주일에 4일 정도 일하다보니 3주를 쉬게 되었다. 정말 너무 감사한 제도다ㅠㅠㅠㅠ 그래서 남편은 청소,세탁,요리,장보기,기저귀 갈기 등을 전담하고 있고 나는 정말 수유만 한다. 같이 집에 있으면서 아이의 발달 상태를 매일 같이 눈으로 확인하고, 육아용품이나 육아팁을 함께 검색하며 의논하니 매우 든든한 육아 파트너다. 스웨덴에서 출산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은 한국 지인들이 “너 절대로 혼자 못해. 한국에서 어머님 오시라고 해”라고 했는데, 솔직히 엄마가 오셨어도 이렇게 편하지 않았을 것 같고, 남편이랑 둘이서 애를 키우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한국 산후도우미 지원도 좋은 제도지만 남편이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쓰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모두에게 제공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여튼 아직까지는 딱히 산후도우미나 조리원, 친정/시가의 도움이 아쉽지는 않음. 물론 첫 사흘간 밤중수유가 힘들어서 ’신생아실에 맡기고 싶다…‘ 생각한 적은 있어도. 밤중 수유 문제는 내 성격상 남에게 밤에 애 맡기고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하지만 남편 출산 휴가가 이제 2주도 채 안남아서 슬프다….가지마…ㅠㅠㅠㅠ
4. 육아 선배/동기, 전담 간호사의 도움
나보다 2주 전에 출산한 동네언니1과 작년에 출산한 동네언니2, 4개월 전에 출산한 동네친구의 도움이 가장 크다. 이런저런 팁도 팁이지만 멘붕의 순간이 올 때 가장 잘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고마운 사람들ㅠㅠ 그리고 맘스홀릭 카페나 유튜브에도 진짜 좋은 팁들이 많아서 인터넷 없던 세상엔 어떻게 육아했을까 싶다.
그리고 BVC 간호사의 존재가 너무 든든하다. 한국 산후조리원의 장점은 육아에 숙련된 사람에게 팁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인데, 스웨덴에는 그런 건 없지만 아기 출생 직후부터 병원에서 모유수유 등 육아에 필요한 조언을 수시로 구할 수 있었고, 아기 생후 1주일 후에는 전담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해서 이런저런 유용한 팁을 주고 평일에 연락할 수 있는 직통번호를 주고 갔다. 그리고 앞으로의 검진일정을 쫙 잡아줘서 내가 따로 병원에 연락해서 일일이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여튼 개인적으로는, 출산 후 바로 육아가 시작되는 것과 셀프 산후조리가 빡세기는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남편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면 할만하다. (물론 도움 준다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사양 않고 받으면 더욱 좋겠지만… 나랑 남편 성격상 그게 안됨) 외국에서 주변 도움 없이 출산과 육아를 앞두고 계신 분들, 우리 다같이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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