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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생활 팁/임신,육아 관련

스웨덴 산후검진과 영유아검진

by Bani B 2023. 11. 30.

임신하고 나서 MVC(mödravårdscentral, 임신출산과 관련해서 조산사를 만날 수 있는 병원)에 연락해 주기적으로 조산사barnmorska를 만나 검진을 받았다. 출산은 대학병원 같은 대형병원 분만실에서 하는 시스템이지만, 산후검진은 출산하고 나서 딱 두 달이 지난 후로 예약을 잡아줬고, 임신 기간동안 만났던 조산사와 다시 만나서 했다. 사실 별 기대 안했는데 꽤 꼼꼼하게 상담해줘서 놀랐다.

   우선 출산 당시 병원에서 작성된 차트를 나한테 보여주며 같이 읽었고(…왜 굳이 그 진통했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냐고 묻고 싶었다…) 그 기록된 내용이 내 기억과 맞는지, 의료진의 대처 중 아쉬웠던 게 있는지, 출산 후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는지 등등을 물었다. 그러고 나서 출산 후 모유수유는 잘 됐는지(…아무리 생각해도 이 나라는 모유수유에 미친 나라…) 산후우울증이 오진 않았는지, 아이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는 어떤지를 물었다. 그러고서는… 앞으로의 피임계획을 묻고 피임약을 처방해줬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미리 알아서 처방까지 해주니 고맙구먼…

   원한다면 회음부 상태를 봐주겠다고 해서 진료를 봤는데 다행히 잘 아물었다고 해서 다행이었으나, 자궁 상태를 본다며 갑자기 내진을 한 게 좀 충격적이었다… 초음파 기계 있는데 왜 안쓰냐고! >__< 그리고 근육 상태 점검 및 케겔운동을 제대로 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한참동안 그러고 있었는데,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몸상태를 제대로 알게 되어 좋긴 했다. 앞으로 예약된 진료는 없지만 혹시라도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거나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 메일 보내라는 말을 듣고 진료실을 나오니 약 한시간이 지나있었다. 스웨덴의 의료시스템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의료진과 길고 자세하게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은 참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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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쓴 적은 없지만 출산 하고 나서 3주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오한이 들고 근육통이 심해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젖몸살인가 싶었는데 가슴통증이 없는 게 이상해서 산부인과 응급실에 갔다. 피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보고 내진을 했는데 딱히 뭔가 발견한 건 없지만 항생제를 처방해주겠다 해서 들고 왔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부터 가슴이 좀 아프길래 ‘아 뭐야, 걍 젖몸살이었나보네’하고 말았는데 한달 정도 있다가 집으로 편지가 날아옴… “알고 보니 이런이런 박테리아에 네가 감염되어있었더라고. 아직도 아프면 연락줘” >__< 이젠 놀랍지도 않고 ‘검사를 하긴 했구나’하며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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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영유아검진을 부모가 직접 병원에 예약해야하는 모양인데 여기는 병원에서 알아서 예약을 다 해줬다. (참고로 미성년자는 응급실 제외한 병원진료가 무료다.) 임신 후기 때 원하는 BVC(출생~학교입학전까지 다니는 어린이병원)를 골라 신청을 해뒀고, 출산하고 이틀 후에 그 BVC에 전화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더니 간호사가 간단히 내 몸상태와 아이 상태, 수유와 잠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첫 검진은 아이가 태어나고 일주일쯤 지난 날에 간호사가 직접 집으로 온다…>_< 아마 아이가 사는 환경을 확인하고, 방치하는 등 적절하지 않은 것 같으면 바로 신고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여튼 유아전문 간호사가 집에 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꼼꼼히 물어보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 세달동안 하게 될 검진과 백신접종을 임의로 예약해서 날짜를 다 주고 갔다. (물론 변경 가능) 덕분에 내가 일일이 병원에 연락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 나라는 결핵 백신이 필수가 아니고, 부모가 결핵 발생국에서 왔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놔준다. 간호사가 다행히 알아서 물어봐주고 결핵백신도 예약해줬는데 내가 스스로 챙겨야하는 거였으면 놓쳤을 것 같다…>_<

   여튼 아이 건강에 대해 궁금한 걸 메일이나 전화로 물어볼 수 있는 전담간호사가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우리집을 방문했던 그 간호사를 쭈욱 만나고 있는데, 사소한 것도 다 메모해놓는 건지 기억력이 좋은 건지, 만날 때마다 ‘저번에 아이가 이렇다고 했었는데 그 후로는 어땠어?’라고 다시 물어봐주고 조언해주는 게 좋다.  

   산후검진 때 조산사와도 내 심리상태에 대해 얘기했지만, 출산 후 2개월이 지났을 때 이 BVC간호사와도 면담 일정이 잡혔었다. (3개월 때는 간호사가 아기아빠와 면담을 한다고 한다.)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하고 그걸 토대로 내 기분이 어떤지,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어떤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좀 신선했던 질문은, “아기 성격이 어떤 것 같아요?”였는데, “음…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시끄러운 데서도 잘 자는 걸 보니 까다롭지 않은 것 같고, 노래불러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면서 우리 아기도 엄연히 성격과 취향이 있는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아기한테 나중에 ”넌 어때? 엄마가 마음에 들어? 이 집이 좀 편안하니? 우리랑 있으면 재밌니?“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나 자신을 좀 돌아보았다.
   단순히 몸상태만 보는 검진이 아니라 이렇게 우울상태나 새 가족과의 애착관계 등을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잡아주는 게 좋았고,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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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VC와는 별개로, 아이가 다닐 치과도 정하라고 해서 집 근처 치과로 정했다. 그나저나 23세까지 치과 무료인 건 좀 많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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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이 하나 있다면… 우리 아기가 선천성 이루공이 있어서 조만간 병원에서 추가 검진일정을 잡아준다더니? 올해 안에는 해주는거야? 까먹고 안해준다해도 별로 놀랍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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