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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4

닷새간 혼자 스웨덴 국내여행

by Bani B 2024. 6. 9.

8월에 아기와 남편과 3주동안 한국에 가긴 하지만, 그것 말고 혼자 여행하는 시간이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한국에 가자마자 일본 가서 하이킹을 하고 오겠다고 통보(!)했고, ‘그렇담 나도 여름에 일주일동안 혼자 놀겠다‘ 통보하면서 6월 초에 혼자 어딘가 다녀오기로 정했다.

그런데 어딜 가지? 몇년 전 혼자 이태리 북부를 여행하려고 예약 다 해놓고 코로나 때문에 취소된 쓰라린 경험이 있었으므로, 이번에야말로 이태리 북부를 정복하고 올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행을 앞두고 돈을 좀 아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스웨덴 국내에 있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별 차이 없었던 거 같다. 스웨덴 국내 기차비가 너무 비싸서^^) 평소에 너무 궁금했던 스웨덴 북쪽에 가고 싶어서 순스발Sundsvall은 무조건 가는 걸로 하고, 우메오Umeå나 오레Åre도 다녀오려 했는데 보스가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일주일 전체 말고 수목금만 쉬면 어떠냐‘ 설득해서 4박5일 일정이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컴퓨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일을 제대로 못했어서 그냥 일주일 쉬었어도 될뻔했다^^)

룬드에서 스톡홀름 가는 길에 노르셰핑에 들러 잠시 지인의 집을 방문해 점심을 먹었다. 기차로는 많이 지나가봤지만 딱히 내릴 일이 없었던 곳, 딱히 떠오르는 관광지도 없는 도시지만, 2층버스에서 바라본 역 앞 가로수길이 멋있었다.

버스에서 본 역앞 가로수길.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 길게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서 멋있었다.
기차시간이 조금 남아서 강가까지 다녀와보았다.

스톡홀름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세시간반 더 걸려서 순스발에 갔다. 옆 자리에 앉은 독일인 할머니가 너무 재미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무지개

웁살라 쯤에는 너른 평원이 보였고, 그 후에는 계속 나무…나무…나무였다ㅎㅎㅎ 이러니 남편이 ‘스코네만 벗어나면 그냥 다 숲인데 뭐하러 거기까지 나무 보러 가?’라고 했지…

숲을 지나고 갑자기 나타난 보트니아 만, 그리고 순스발

호텔에 짐을 두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저녁 아홉시쯤인데도 바깥이 너무 환해서 도저히 방 안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MBC 서프라이즈 이놈들….
이런 예쁜 동네를 MBC 네가 감히…!

해가 언제 지는지 궁금해서 밤11시까지 기다렸는데 여전히 밝아서 그냥 포기하고 암막커튼 치고 푹 잤다.

다음 날에는 오랜 랜선이웃을 만나 순스발 이곳저곳을 돗아다녔다. 내셔널 데이 겸, 순스발 도시가 만들어진 지(?) 400주년 되는 기념행사를 하고 있었다.

각종 사슴고기 소세지 판매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건 산이었다! 스코네에서 산 비슷한 걸 보려면 Söderåsen 국립공원까지 가야되는데 순스발에는 북쪽과 남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시내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천천히 북산을 올랐다. 오랜만에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분이라 더욱 신났다.

순스발 시내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바다도 보였다.
Skvader. 반은 토끼, 반은 들꿩인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상의 동물이라 한다.

도시는 하루 정도면 다 볼 수 있지만, 이 근처 자연이 더욱 궁금해져서 언젠가 차를 타고 근교를 돌아다니며 캠핑도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순스발에서 짧은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스톡홀름으로 내려왔다.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기로 했는데 1박2일 캠핑을 할까 어쩔까 하다가 결국은 하루만 잡고 Tyresta국립공원에서 약 15km정도 되는 코스를 걸었다. Tyrestarundan이라는 코스였는데, 길이 어렵진 않았지만 지루하지도 않았다. 오르락 내리락, 호수도 나왔다가 바위길도 나왔다가.

갑자기 소나기도 내렸지만 금세 그쳤고 춥지 않았다. 역시 나는 날씨요정인가…?

친구들과 방탈출게임을 해보고 싶었는데 감라스탄에서 하는 야외 게임이 있어서 예약했다. 게임 마스터에게서 힌트가 담긴 가방을 건네받고 감라스탄 곳곳을 누비며 퀴즈를 푸는 형식이었다. ‘런닝맨’ 느낌…? 처음에는 여유있게 걸으며 ‘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할까?’ 했지만 나중엔 시간이 부족해서 엄청 뛰어다녔다. 개인적으로 추천. https://www.escapestories.com/outdoors-da-vinci-quest

맛있는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오랜 친구도 간만에 만나고, 안 가본 곳도 가보고 안해본 것도 해보고. 무엇보다도 출산 후 가장 하고 싶었던 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 푹 자는 것’이었는데 여행 첫날과 마지막날을 호텔에서 푹 자며 소원성취했다. 기차 안에서 책도 많이 읽었고 이렇게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블로그도 쓴다. 엄마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출산 전의 나로 잠시 돌아간 것 같은 닷새였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정말 필요했구나‘ 다시 한번 느끼며 1년에 한번은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하기로 다짐해본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땐 아기 생각이 별로 안났지만 문득문득 아기와 남편이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엄마의 부재를 알아차릴 나이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이따 집에 도착했을 때 날 반가워해주면 좋겠다. 엄마 잘 놀고왔어 :)

Krösa(링곤베리)tågen이 보이는 걸 보니 한시간 남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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