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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4

5월 하순

by Bani B 2024. 5. 23.

   회사는 꽤 재밌다. 사람들도 재밌고 자잘한 이벤트도 있고 요가모임이나 달리기모임 같은 소모임도 있어서 재밌다. 얼마 전엔 누가 ‘날씨가 좋으니 세시쯤 나가서 아이스크림 사먹자’고 제안해서 대여섯명이서 나가 아이스크림먹고 30분쯤 햇빛쬐고 들어왔다. 하필이면 그 사이에 몇몇이 내 자리에 왔었던 모양인지 메시지가 쌓여있었지만… 아무도 (심지어 팀장조차도) 어디 갔었는지 묻지 않았고 그냥 ’자리에 돌아오면 이것 좀 해줘‘ 이런 식이었다. 휴우. 한국에서는 화장실에 갈때도 옆사람에게 보고하고 가야했던 회사에 다녔던지라 이런 자유가 아직 어색하다. 사실 그 회사는 2년밖에 안다녔는데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가끔 꿈을 꾼다… 계속 다녔더라면 올해가 근속 10주년이었겠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무에 대한 압박이라던가 스트레스가 아주 없지는 않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는데 뭔가 잘 안되어가면 다들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6월 전에 끝내야하는 게 있어서 지난 주에 엄청 바빴고, 이거랑 관련된 게 자꾸 밀리니 나를 쪼는 사람도 생기고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되가고 있냐 물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업무, 그리고 달성해야하는 목표 자체는 꽤 흥미롭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머신러닝 모델 훈련하는 게 싫다… 지겨워… >_< 작년 이맘때쯤 논문제출하며 ‘이제 트랜스포머고 CNN이고 모두 안녕이다’ 생각했는데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매일 모델 훈련만 시켰던 건 아니고 어느 정도 훈련시켜놓은 애를 프로그램에 끼우는(?) 코드를 쓰거나, 프로그램의 자잘한 버그를 잡거나 했는데 이런 일들은 참 재밌었다. 하지만 지난 주 테스트 결과가 너무 안좋아서 다시 열심히 모델 훈련중인 요즘…ㅠㅠ 모델 훈련이 한… 한시간 정도만 걸려도 할맛날 것 같은데… 사람들이 조언해준 것들은 참 많은데 데드라인 전에 다 시도해볼 수 있을까ㅋㅋㅋ 꿈에서까지 매일 confusion matrix를 보고 있다. 휴우. 이거 마무리되면 보스랑 꼭 업무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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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도 점점 재밌어지고 있다. 아마 내가 아이랑 하루종일 있지 않고 하루에 몇시간만 있어서겠지… 아기는 아침에 6시반에서 7시쯤 일어나는데, 일어나면 침대에 앉아 인형을 만지작거리거나, 침대를 탕탕 치며 재밌어하거나, 침대 창살(?) 잡고 일어서서 마구마구 흔들거나 하며 논다. 그런데 어느새 키가 커서 이 침대도 몇달 후면 안녕해야할 것 같다. 근데 무슨 침대를 사지 그럼? 가드를 제대로 안해놓으면 데굴데굴 굴러떨어질 거 같은데…
   여튼 아기가 일어나서 혼자 놀다가 심심해지면 엄마아빠 언제 일어나냐는듯이 부르고, 그러면 내가 가서 기저귀를 갈고 옷을 갈아입힌다. 아침을 먹이고 나면 8시반. 출근하면 9시. 지금이야 이렇게 여유롭게 출근을 하지만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려나…?
   여섯시쯤 퇴근해서 집에 오면 남편이 차린 저녁을 먹고 최대한 아기랑 계속 놀려고 한다. 아홉시반~열시 정도에 잠드므로 길어봤자 세네시간이다. 중간에 여덟시쯤 짧게 낮잠을 자곤 하는데, 평소엔 바로 침대에 눕혀서 재우지만 이때는 그냥 침대에 누워 내 팔에 안고 재워서 나도 같이 누워있는다. 아기를 안는 느낌이 이렇게 좋은 줄은, 낳기 전엔 정말 몰랐다.
   글로 쓰니 굉장히 평화로워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_< 점점 고집이 세지고 힘도 세지는 아드님. 그리고 호기심도 날로 왕성해져서 얌전히 밥을 먹질 않는다… 입안에 이미 들어간 걸 왜 굳이 손으로 꺼내보는 거야 아가…? 스푼은 왜 자꾸 던지는 거야? 왜 밥먹다말고 다 음식물이고 물컵이고 뭐고 다 던지는거야…? 화장실로 열심히 기어가서는 왜 굳이 변기솔을 탐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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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며칠동안 밤에 찡찡대서 걱정했는데 윗니가 두 개 나오고 있었다. 아랫니 두 개도 넘 귀여운데 이제 윗니까지 나면 더 귀엽겠지? 물리면 엄청 아프겠군.
   아기 얘기는 담주에 8개월 검진하고 더 자세히 써보겠다. 우왕 우리애기 낼모레면 벌써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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