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북스 그래그래 전집 후기 (내돈내산)

광고와 블로그글이 넘쳐나는데 내가 또 거기다 하나 보태야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때까지 산 책 중에 가장 잘 샀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른 전집에 비해 덜 알려진 거 같아서 한번 써보기로 한다.

아기가 11개월 되었을 때 마침 한국에 갔으므로, 아기가 첫돌~두돌쯤에 잘 읽을 수 있는 한국어 책 전집을 하나 장만해서 배로 보내려 이것저것 알아봤다. 한국에 살았다면 종종 서점 가서 사면 되니까 굳이 전집을 들였을까?싶지만, 외국에 살다보니 한꺼번에 배로 보내는 게 이득이라 전집을 고민하게 되더라.

내가 고려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 그림체가 간결할 것: 직관적으로 눈에 딱 들어오는 시원시원한 그림체인지 고려했다
- 보드북일 것: 첫돌~두돌은 아직 겁나 찢는 단계…
- 부록 장난감은 필요없음. 대신 아이가 간단히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작북일 것: 우리 아기는 당시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성향이었던 것… 같은 개월수의 동네 친구는 책을 좋아한다는데 우리 아기는 책을 두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사라져버리곤 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였던 게 손으로 조금 움직이면 눈이 돌아가거나 약간 변화가 생기는 조작북 종류였다. 그래서 책이랑 좀더 친해지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아기가 재밌어할 레벨인지를 고려했다.
- 중고가 20만원 정도로 살 수 있을 것: 전집 너무 비쌈… 등골 휜다….
- 50권 이하일 것… 책이 너무 많으면 배송도 문제… 집안에 둘 곳도 없음..ㅠㅠ

그렇게 해서 사게 된 것이 그레이트북스의 그래그래 전집! 총 40권이고 새책 정가는 총 40만원이라고 하는데 당근을 열심히 뒤져서 컨디션 꽤 괜찮은 세트를 20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었다. 당장 볼 몇 권은 스웨덴 올 때 가방에 넣어왔고 나머지는 배로 보내서 네 달만에 받았다.

다 꺼내놓지는 않았고 아기 수준을 고려해서 조금씩 꺼내놓고 있다. 언어/수학/생활 이렇게 나눠져있는데 수학 카테고리에 있는 책은 아직 좀 어려운 것 같아 넣어두었다.

삼촌과 함께

11개월 당시 가장 좋아한 책은 단연 저 변기책… 버튼을 누르면 뽕뽕 방귀소리, 똥싸고 물내리는 소리가 나와서 아기가 매우 좋아했다.

저 가방북도 좋아했음…

저 변기책과 치카치카책은 손으로 직접 누르거나 움직이면 바로 반응이 나와서 그런가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나머지는 반응이 그저 그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보여줬더니 드디어 14개월쯤부터 책을 뽑아서 가져오기 시작…! (책에 1도 관심없던 아기였어서 이정도로도 엄마는 감격…)

그나마 스토리를 이해하는 듯한 책 두 권

저 위에 ‘네!네!’는, 엄마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는 설정으로 읽어줬더니 좀 몰입을 하는 것 같고, 아래에 있는 ‘잠이 안와’는 매일밤 자기 전에 읽어줬더니 이젠 이불덮으면서 ‘토닥토닥’이라는 말도 알아듣고 같이 행동을 따라한다.

16개월 요즘 최애 책: 펭귄에게 직접 딸기 먹이고 쓰담쓰담 해주는 책.

이 책들도 16개월인 요즘 좋아하는 책들. 손으로 떼내어서 노는 걸 재밌어하는 것 같다.

최근 나온건 세이펜 호환이 된다던데 내가 산 거는 옛날버전이라 ‘그래펜‘이라는 게 딸려서 왔다. 그래서 충전해서 한번 해봤는데 음원이 좋긴 한데 이 시기의 아기에게 쥐어주는 건 좀 역효과인듯. 손으로 이것저것 움직이며 혼자 잘 가지고 놀던 책도, 그래펜을 쥐어주니 그걸 꾹꾹 찍으며 소리를 듣는데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 나는 그게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소리가 안나면 바로 페이지를 넘겨버리니 그림이나 다른 것에 오히려 집중을 못하게 되지 않나 싶고. 그래서 바로 그래펜은 서랍행…

아기가 책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 첫돌쯤부터 보여주기에 딱 좋은 수준인 책들도 있고 숫자 세기시작하는 두돌쯤부터 보여주면 좋을 조금 어려운 책들도 있어서, 이 정도면 그럭저럭 오래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 꽤 잘 산 것 같다. 무엇보다 그림이 내 취향 :)

이상 내돈내산 후기를 마칩니당. 특히 한국에서 외국으로 어떤 책 사가지고 나갈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