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26.
오후 8시 45분 비행기여서 5시쯤 업무를 끝내고 가볼까,하는 생각에 오전부터 들떠있었다. 그런데... 점심먹고 돌아와보니 항공은 약 5시간 지연되어 있었다. 2월 26일 출발도 아니고 2월 27일 새벽 출발이라니... 그렇게 나는 야근까지 야무지게 하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러 간 게 밤 11시 30분. 하와이언항공에서 보상이랍시고 밀 쿠폰을 줬는데, 2월 26일 당일유효한 거니까 30분 남은 거였다. 그 시각에 공항 내에 문을 연 곳은 거의 없었고, 우린 결국 밀 쿠폰을 쓰지 못했다. 하아.
2015.2.27.
새벽 1시 30분에 출발할 거라던 말과는 달리, 비행기는 1시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기체결함으로 더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에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고, 다행히 2시 반쯤 이륙한 것 같다. 그렇게 약 8시간을 날아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어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9시 반 도착이었는데ㅠㅠ
2015.2.26.
2월 27일 새벽에 한국을 떠났지만 하와이에는 2월 26일에 도착하는 시차의 마법:)
덕분에 내 인생에서 2015년 2월 26일은 두 번.
보통 사람들은 픽업차량으로 와이키키로 이동하지만, 우리는 한푼이라도 더 아껴보자며 픽업차량 대신 시내버스를 택했다. 시내버스...가 그렇게 느릴 줄 알았나. 호놀룰루 시내 교통체증이 그렇게 심한 줄 알았나... 호스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니 오후 6시였다.
머리를 감고, 해변에 나가 걸으니 '그래도 항공이 취소되지 않고 늦게라도 온 게 어디야, 다행이야'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해변 산책.
오느라 수고했다며 서로를 위로하며 먹은 버거와 맥주.
미국의 팁은 최소 15%였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끼니이기도....
도대체 누가 오는지도 모르면서 다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 두세명에게 물어봤는데 누가 오는지 모르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기다리다가 결국엔 지쳐서 이동.
좁은 시장골목에서 1달러주고 산 꽃핀을 머리에 꽂고,
창문이 없어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와이키키트롤리를 타고 우리는....월마트에.
정말 엄-청 피곤했지만, 스노클링을 떠올리며 물안경도 사고 오리발도 사고...
그러고 나서 와이키키트롤리가 끊겨서 숙소까지 터덜터덜 걸어왔다.
들어가기 전에 와이키키해변에 앉아서 별도 보고, 파도치는 바다도 보고.
비행기 지연으로 본격적으로 뭘 하지는 못했지만, 쇼핑도 했고 밤바다도 봤고,
무의미하게 여행 첫째날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혼자 갔더라면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게 조금 무서워서 일찍 숙소에 돌아왔을 테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간 덕분에 늦게까지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고 고마운 일.
2015.2.27.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새하랑 버스를 타러 갔다. 하나우마베이에서 스노클링을 하려면 오전에 해야한다고 해서 8시쯤 버스를 타고 이동-
하와이에서 갔던 곳 중에 가장 좋았다!!! >_< 수영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물에 들어가는 게 조금 겁이 나기도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물고기 보고 나니까 더 많이 보고 싶어서 계속 헤엄치게 되더라. 스노클링 장비에 익숙지 않아서 적응하느라 조금 애먹었지만... 물에 떠있는 내 밑으로 물고기가 같이 헤엄치는 걸 보는게 정말 신기했다. 스노클링하고 해변에 와서 샌드위치 먹으면서 쉬다가 또 스노클링하고, 다시 해변으로 와서 푸욱-잤다. 한 시간은 잤던 것 같은데 맞나...?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결국 자리 접고 정리하고 나니 오후 1시 반 정도 되었던 듯.
2시 반 정도에 버스가 있으니까 그걸 타기로 했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구글맵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는데, 버스 시간이 계속 늦춰질 뿐이었다. 결국... 버스는 3시 반에 왔지...
해양박물관? 수족관? 비슷한 데에서 버스가 섰고, 그 곳에서 또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김에 잠깐 산책.
모자처럼 생겼다 하여 모자섬...이라고 부르는 곳.
우리처럼 카일루아비치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일본인 아주머니는 벌써 네 번째 하와이여행이라고 했다. 혼자서 하와이 여행이 네 번째... 나도 사십대나 오십대쯤 되었을 때 혼자서 여행을 자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면, 뭘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게 카일루아에 도착을 했고,
그렇게 아름답다던 카일루아비치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잔뜩 흐려서 별 감흥이 없었다.
바다를 5분...도 보지 않은 채, 저 사진 속에 개와 함께 산책하던 부부에게 근처 식당이 어디있냐고 물어봤고, 친절하게도 그들은 차로 우리를 시내까지 데려다주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로꼬모꼬! 함박스테이크+계란후라이+밥+하이라이스 소스.
생각난 김에 내일 집에서 한 번 만들어봐야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버스 시간도 좀 남았고 해서 들어간 헌책방. 재밌어보이는 여행기가 몇 권 있었는데, 사봤자 한국 가면 내가 안읽을 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사지 않았다.
그렇게 로꼬모꼬와 헌책방 구경으로 카일루아 여행을 정리하고, 다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와이키키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교훈: 하와이 버스는 첫차를 제외하고 시간 절대 안지키는 듯...
와이키키에서 만두를 만나서 셋이서 먹은 저녁. 피시앤칩스.
칵테일!!! >_< ...이라기보다는 알콜맛이 아주 약간 나는 생딸기주스였다.
저녁먹던 데가 11시였나 12시에 문을 닫아서, 2차로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숙소 근처에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로 5달러를 내라길래, '클럽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이 곳은...
게이바ㅎㅎㅎㅎㅎㅎ
물론 여자도 있긴 했는데, 우리 테이블 옆에도 게이커플, 저쪽에도 게이커플,
서빙하는 청년들은 아베크롬비마냥 웃통을 시원하게 벗어제끼고 서빙.
춤을 열정적으로 추던 웃통벗은 댄서. 컬쳐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마시고 또 마셨던....
이 게이바는 새벽 2시에 문을 닫았고, 친구가 화장실 다녀오면서 만난 캐나다 여자애들이랑 얼떨결에 택시타고 3차 고고..............
흥이 넘치는 곳이었다. 화장실에서 줄서서 기다리면서도 춤추고, 나와서도 들썩들썩하는 곳이었다.
특히 밴드 공연이 참 괜찮았다.
하지만 이 곳도 새벽 4시에 영업 마감... 캐나다 애들이랑 또 같이 택시타고 호스텔로 무사히 귀환.
그 아이들도 참... 흥이 넘치는 아이들이었다.
여튼, 하와이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겠다는 계획은 이렇게 성취:)
2015.2.28.
전날 마신 술 때문에 10시 넘어서 일어나서, 편의점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스팸무스비를 사서 먹었는데.... 느끼했다. 정말 느끼했다.... 후식으로는 스타벅스에서 자바칩프라푸치노를 마시고 해변에 가서 하루종일 놀았다.
사진은 흐려보이지만 이 사진을 찍기 전까지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햇볕이 정....말.... 따가웠는데, 한국사람과 일본사람들만 수건 같은 걸로 피부가 타지 않도록 덮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쩜.. 그리.. 맨살을 내놓고 잘들 태우고 있던지. 나는 해변에서 자다가도 따가워서 자꾸 깨게 되던데. 와이키키에도 물고기가 있긴 있어서, 물안경을 쓰고 물고기 구경도 했다가, 이리저리 헤엄 치면서 놀다가... 1년치 수영을 이날 다 한 것 같다.
하와이에 가기 전까지,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걸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영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해변에서 느긋하게 쉴 수 있는데 왜 굳이 해외까지 가서....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와이에 가서, 따뜻한 곳에 가서 편하게 쉬면서 휴양지 예찬론자가 된 것만 같다.
호스텔에 돌아와서 씻고, 같은 방 사람들과 잡담을 하다가, 마이애미에서 왔다는 친구가 훌라춤 공연하는 곳을 알고 있다고 해서 다같이 보러 갔다. 하와이 전통춤은 의외로 종류가 많았고, 사용하는 소도구도 다양했다. 호리병박처럼 생긴 걸 두드리기도 하고, 꽃을 흔들기도 하고, 나무막대기 같은 걸 가지고 춤을 추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우리의 여행계획 중에서는 '시간되면 폴리네시안문화센터도 가보자'라는 게 있었는데,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역시 3박은 참 짧았다..ㅠㅠ
저녁으로 먹은 피자. 하와이안피자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하와이에서 하와이안피자를 먹었다는 기쁨에 남자친구에게 문자로 말해줬는데, 이놈은 '하와이안피자가 사실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되었다는 거 알아?'라며 초를 쳤다.
맥주를 사서 호스텔에서 종류별로 테스팅. 하와이 맥주는 의외로 맛있었다. 비행기에서 나온 마우이 맥주도 맛있었다.
2015.3.1.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기념품 쇼핑을 한 다음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갔다. 사실 공항 면세점에서 맥주 따위를 사려고 했는데... 공항에는 면세점이 없었다. '에이 설마, 출국도장을 아직 안받아서 면세구역이 아닌 걸거야...?'했는데 호놀룰루공항에는 정말로 면세점이 없었다. 혹시 다른 건물에 있었던 건가 싶어서, 나중에 물어봤는데 호놀룰루공항에는 면세점이 없는 게 맞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느낌이었음...<
2015.3.2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니 벌써 3월 2일 오후 6시였다고 한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카야마] 키비츠 신사 - 오카야마의 숨은 명소 (0) | 2015.10.24 |
---|---|
미야지마, 이츠쿠시마 신사 (0) | 2015.10.21 |
[타이완] 2014.10.3-5. 두번째 대만여행. (0) | 2015.06.07 |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환승에 대해 (2019.8 수정) (5) | 2014.03.27 |
[영국]런던 펍 투어! (0) | 2014.03.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