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엄마는 약 10년 전, 하롱베이에 다녀오신 적이 있다. 어땠냐고 여쭤봤더니 그닥 좋은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노이에서 차를 서너 시간 타고 가서 하롱베이를 둘러보고, 또 차를 서너시간 타고 하노이에 돌아와야했기 때문에 멀미가 났던 기억밖에 안 난다고 하셨다. 나도 걸핏하면 멀미로 고생하는 약골이라, 하롱베이를 포기하고 다른 데를 갈까 하다가, '하롱베이에서 1박 하고 오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찾아보게 되었다.
찾아보니 하롱베이에서 하루 또는 이틀 동안 크루즈에서 머무는 게 있어서, 예약 방법이나 가격을 찾아보았다. 네이*에서 찾아보니 친절하게도 가격 비교를 해놓으신 블로거들도 계셨고, 예약하는 홈페이지에서도 크루즈 사진이나 프로그램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가격이 낮은건 객실당 100달러대 요금도 있고 높은 건 몇백달러 짜리도 있었지만, 우리는 무난하게 200달러대로 예산을 잡고 찾아보았다.
https://www.halongbaytours.com/
이 사이트에서 열심히 찾아보고 고민끝에 고른 건 글로리 레전드 크루즈.
Twin bed-Deluxe room이었는데 수수료 합쳐서 250달러 정도에 예약했고,
절반은 예약할 때 카드로 미리 지불하고, 나머지 반은 탑승한 날에 달러로 지불했다.
예약하고 나니 메일로 바우처가 왔고, 일행 명단을 적어서 답장 달라고 해서 회신해줬다.
2016년 3월 1일-
하노이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7시 반쯤에 먼저, 스쿠터를 타고 직원이 와서 잔금을 수금해갔고, 곧이어 미니밴에서 다른 직원이 내리더니 타라고 했다. 괜히 짐을 가지고 가면 배에 캐리어를 싣고 나중에 또 내리고 하는 게 번거로울 거 같아서, 캐리어를 호텔에 맡기고 간단한 짐만 챙겨서 갔었는데... 캐리어를 통째로 가져가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서비스가 좋아서, 미니밴에 탈 때도 짐을 실어주시고 내려주셨고, 나중에 크루즈 타는 곳에 가서 배에 탈 때도, 스태프들이 캐리어를 객실까지 가져다주시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캐리어 가져올걸 그랬다고 엄마랑 조금 후회했다.
어쨌든, 미니밴에 타고 약 4시간동안 가이드 설명 들으면서 가니, 크루즈 타는 곳에 도착했다.
사실 세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중간에 휴게소(를 가장한 쇼핑센터)에 들러서 30분 정도 있다 가므로...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데려다준 가이드는 미니밴과 함께 다시 하노이로 돌아갔고,
이 곳에서는 또 다른 스태프가 나와서 웰컴드링크를 주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이렇게 돛대까지 펼쳐놓고 멋있게 사진찍게 하더니...
출발할 때가 다가오니 돛대를 내리고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배에 타니 정말 격하게 환영해주셨다.
약간... 뽕짝같은 노래까지 틀어놓고...
웰컴드링크로 나온 생강차.
비상상황시 대피 안내, 프로그램 안내 등을 안내해주고는
객실 열쇠를 주면서 방에 가서 잠깐 쉬라고 했다.
어이쿠 어머니 체통을 지키시어요 ㅋㅋㅋ
그 사이에 나는 화장실을 찍음 ㅋㅋ
오른쪽에 짤렸지만 샤워부스도 있었을 정도로 컸다.
굉장히 깨끗하고, 넓고, 의외로 조용했다. 춥지도 않았고.
에어컨이 있어서 객실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고, 콘센트가 많아서 충전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물도 1인 1병씩 무료로 객실에 놓여져있었다.
다만, 우리가 101호였는데, 1층이라서 전망이 그렇게 막 좋지는 않았다.
예약할 때 2층으로 달라고 리마크에 적어도 좋을 듯.
뭐, 전망은 꼭대기에서 보면 되니까요.
선베드에 한번 누워도 보고ㅎㅎ
참고로 이때가 일기예보상에서는 약 10~17도의 날씨였는데,
바람이 불어서 아침저녁으로는 바람막이 또는 가디건을 입어야 했다.
낮에는 저렇게 입으면 좀 더운 날씨.
연령대는... 이날 내가 최연소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프랑스인 부부가 있었고 그 다음으로 어린 사람이 우리 엄마였을 것 같다.
나머지는 다 그 이상으로 보이는 유러피언 할머니할아버지들...
점심식사 시작! 호박죽
스프링롤
젓가락질을 처음 해보시는 듯...
사실 기본적으로 숟가락,포크,나이프가 있고, 젓가락은 따로 말해야 준다.
처음 예약할 때도 알러지 있는지 물어보고,
투어 당일날에도 차 안에서 다시 한번 못먹는 음식 있는지, 베지테리언인지 물어봐서 꼼꼼히 체크한다.
우리랑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할머니는 채식주의자+오이 못먹고+양파랑 마늘도 못먹어서
거의 모든 음식을 못드시고 계속 주방장이 따로 음식을 챙겨줬다.
참고로 배 안에서 나오는 모든 식사는 크루즈 예약비에 포함이지만, 음료는 불포함이다.
매 끼마다 물이나 음료를 사마셔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과일주스가 3천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즉석에서 갈아주는 망고주스>_<
계산은 그때마다 하는 게 아니고, 스태프가 방번호 적어놨다가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한다.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한데, 수수료가 붙는 듯.
우린 1박 2일동안 매 끼마다 음료 또는 맥주 마시고, 낮에도 칵테일 한잔 마셨는데 다 합쳐 약 3만원 정도 냈다.
식당에서 본 풍경.
베트남 커피 한 번 마셔보라고 하도 권해서 주문해봄.
저렇게 내려 마시는 게 신기해서 나중에 하노이에서 1개에 천원 정도 주고 사왔다.
보는 게 재미는 있었으나.. 커피가 너무 써서 우유 없이는 마실 수 없는 그런 맛...
밥 먹고 객실에 와서 또 뒹굴뒹굴
1층 객실에 머물면 대략 이런 풍경.
자꾸 나가고 싶어지는 풍경.
이런 풍경이 보일 때 쯤 방송이 나왔다.
첫번째 도착지인 fishing village에 도착했으니 내릴 준비하라고.
마을에는 큰 배가 못들어가는지, 작은 보트로 옮겨타서 마을에 갔다.
마을 선착장에 도착해서 약간의 설명을 듣고
카약 탈 사람과 삼판배를 탈 사람으로 나뉘어서 이동.
하롱베이 안에 있는 몇 개의 마을 중 하나로,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육지로 이주를 권했지만
여기서 낚시해서 먹고 살던 사람들이라 육지 가서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배를 타면 뱃사공이 노를 저어주시고
카약을 타면 스스로 노저어서 마을 둘러보고 나온다.
배 위에 집 짓고 티비도 놓고 사는 거 보니 신기함
다시 보트를 타고 크루즈로 돌아왔다.
5시부터 7시였나, Happy Hour라서 음료 하나 시키면 하나 공짜!
그래서 칵테일 시켜서 엄마랑 선베드에 누워있었다.
해질 때가 되니 다들 카메라를 꺼내서 찰칵찰칵
하롱베이에서 1박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해넘이었다.
해도 지고,
주방장이 준비한 '스프링롤 만들기 체험'
"돌돌돌 말아서..."
"이렇게 튀기면 돼요. 참 쉽죠?"
한명씩 돌아가면서 스프링롤을 만들어보았다.
인증샷
스프링롤을 튀기는 동안 주방장님은 열심히 칼질을 해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토마토로 백조를 만들어내는 그의 재주>_<
이렇게 장식을 하고
베트남식 코코넛 와인까지 한잔씩 나눠주고 나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30분도 안됐는데 저녁먹으라고 불러모음
나는 분명히 하롱 비어를 주문했는데
하노이맥주를 가져오신 걸 보면 내 발음에 문제가...
이 크루즈를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식사가 저 비주얼만큼이나 맛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에 와서 풀코스로 주문해놓고 먹는 것 같은...!!
저녁식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일정은 종료.
원하는 사람은 식당에서 영화 '인도차이나'를 보라고 했지만 피곤해서 그냥 잤다.
아침 여섯시의 하롱베이.
6시 15분에 다함께 태극권을 했다.
하기 싫은 사람은 안해도 됨.
첫 동작은 쉬웠는데 점점 갈수록 따라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아침식사>_<
아침은 부페식이었는데, 주방장님이 직접 쌀국수를 삶아주고 계셔서 먹어보았다.
사랑해요 쌀국수
하롱베이의 대표정인 명소라는 이 바위.
중간에 동굴에 들러서 다녀오는 코스도 있었는데,
엄마도 나도 컨디션이 안좋은 데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우리는 그냥 쉬었다.
다녀오신 분들 사진을 봤는데 확실히 멋있어보이긴 했는데
왠지 강원도 환선굴 느낌<
그리고 또 점심을 줬다. 11시쯤?
점심까지 다 먹고 나서, 이제 1박 2일동안 마셨던 것들 정산하고,
12시쯤 배에서 내렸던 것 같다.
미니밴을 타고 오는 길에 또 휴게소 들러서 하노이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두번째 날은 사실상 거의 한 게 없긴 하지만...
그래도 첫번째날 정말 좋은 풍경들을 봤고,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가기 전에는 250달러가 조금 비싼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객실에, 하노이-하롱베이 왕복 픽업서비스에,
중간에 마을이나 동굴 들르는 투어도 포함,
무엇보다도 그렇게 괜찮은 식사가 네 끼나 제공되니까
그리고 스태프들도 모두 친절하고!
좋은 가격에 즐기고 온 것 같다.
이젠 엄마도 하롱베이가 좋다고 말씀하실 정도로ㅎㅎ
어디서 들었던 말로는 홈페이지에서 하는 것보다 현지 여행사랑 흥정하면 더 싸게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시고 흥정하고 하면 더 좋은 가격에 예약하실 수 있을지도.
그리고 선상에서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되긴 하는데,
스태프가 영어를 굉장히 또박또박 말해주는 데다가 중요한 말은 여러번 말해주기 때문에
잘 못알아들어도 프로그램 참여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인을 이날 전혀 보지 못했고,
다른 승객들이 모두 60대 이상의 유러피안이시다 보니 그들끼리 웃고 떠드셔서
엄마랑 나랑 둘이서 놀았다...
이 글을 보고 한국분들도 많이 크루즈 타시고 같이 즐기시면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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