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음식으로 소문난 수르수트뢰밍(Surströmming)은 사실 스웨덴 사람들도 그리 반기는 음식은 아닌 듯하다.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니까. 스웨덴 북쪽지방은 옛날에 겨울이면 바다가 얼고 고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청어를 잡아다가 삭혀서 먹은 것이 수르수트뢰밍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남쪽지방에서는 별로 자기네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9~10월 정도가 되어야 그 해 봄에 생산된 수르수트뢰밍이 마트에 진열되는 것 같다. 7월에 이걸 도전해보려고 마트에서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고 가을이 되어서야 마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걸 먹기에 가장 적절한 장소는, 사람이 별로 없는 숲속이지만... 10월 말은 너무나 추웠고, 숲속에 갈 일도 없었고, 그래서 결국 남친 부모님댁 마당에서 이걸 열어서 먹기로 결정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냄새가 잘 빠지지 않고 오래갈 것이므로, 바람이 매우 부는 날을 정해서 먹게 되었다.
먼저 그릇에다가 수르수트뢰밍 캔을 넣고 물을 부었다.
그냥 캔을 따게 되면 지독한 악취가 그대로 공중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물 속에서 조심스레 통조림을 땄다. 그랬는데도 냄새가... 냄새가... 10년 썩은 계란이 100개쯤 있는 것 같은 그런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옆집에서 불평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바람이 세게 불어서 금세 없어졌다. 그릇에 담긴 저 악취 풍기는 물은 변기에 잽싸게 넣고 물을 내렸다.
수르수트뢰밍 통조림 중에는 내장을 빼내지 않고 통째로 삭힌 것도 있지만, 그런 것은 나중에 살 발라내기 어려우므로 우리는 뼈와 내장이 미리 발라져있는 걸file´로 샀다.
밖에서 먹으려 했지만 너무 추웠다>_< 마당에 수르수트뢰밍을 한동안 둬서 냄새를 좀 빠지게 한 다음,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가족들의 원망과 불평을 못들은 척 하면서 식사 준비를 했다. 수르수트뢰밍만 먹으면 맛이 정말로 없고 구역질이 나기 때문에 부재료를 준비했다.
보통 빵 중에서도 툰브뢰드tunnbröd라는, 말 그대로 직역하면 "얇은 빵"에 버터를 발라 올려먹는 모양이다. 그리고 적양파와 감자, 사워크림을 올려먹는다고 했다. 사진 왼쪽에 있는 새우토스트는 입가심이나 하라고 남친부모님이 준비해놓으신 것;;;;
다 올려놓으니 이런 모양이 되었다. 자 이제 먹어봅시다! 그렇지만 이걸 먹자마자 구역질하며 화장실로 달려간 건 한국사람인 내가 아니라 스웨덴 사람인 남친이었다. 남쪽에 살기 때문인지 이걸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비위가 더 강해서 난 이걸 끝까지 다 먹었다. 냄새에 이미 적응이 되었기 때문인지 맛은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양파랑 사워크림 덕분에 잘 먹을 수 있다.
후폭풍은 이걸 먹고 나서 두세 시간 후에 찾아왔다. 트림이 멈추지를 않았고, 트림할 때마다 저 수르수트뢰밍 맛이 함께 올라와서 오히려 이제야 구역질이 났다. 배에 가스도 찬 것 같았고...
냄새: 최악 / 맛 : (이미 냄새에 적응되어서) 그냥 그랬음 / 다시 먹을 의향 : 전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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