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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음식

스웨덴의 특이한 크리스마스 맥주&음료

by Bani B 2022. 12. 22.


작년 이맘때에 찍은 사진. 지하실에 몇년간 묵혀놓은 맥주들을 잠시 꺼내놓은 것... 이것도 다 꺼낸 것은 아님...

크리스마스 자체는 그리 신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약간 들뜨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 맥주 때문이다! 시스템볼라겟에 크리스마스 맥주 섹션이 따로 생기고 글뢱Glögg(글뤼와인, 뱅쇼 같은거)도 막 나오고 그래서 바구니에 담다보면 지출이 훅 늘어난다. 이미 옛날부터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음료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12월은 늘 기말과제 때문에 바빠서 하지 못했다. 이제 좀 한가해졌으니 맘껏 마시고(!) 글을 써 보겠다.

특이한 맛을 지닌 스웨덴 크리스마스 맥주 또는 사이다

1. 불꽃놀이맛(!) 흑맥주 - Vinterbloss

스웨덴에서 가장 좋아하는 브루어리를 꼽으라면 Stigbergets, Omnipollo, Remmarlöv를 꼽겠다. 여기서 나오는 맥주들은 그냥 믿고 마신다. Vinterbloss는 Stigbergets에서 내놓은 rököl(smoked beer)인데 스모크드 비어는 어떤 거는 정말 매우 훈제소시지 같은 맛이 나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까지 소시지가 연상되는 맛이 아니었고, 꽤 기분좋은 연기(?)향이었다. Bloss는 담배라는 뜻도 있지만 손에 들고 하는 그 불꽃놀이를 tomtebloss라고 부르는데... 이 맥주의 이름은 그 불꽃놀이할 때 연기에서 나는 냄새를 생각하며 지은 것이겠...지? 설마 담배연기는 아닐거야... 여튼... 소시지랑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맛.

2. 사프란맛 맥주, Lusse Lelle

루시아 축일에 먹는 바로 그 사프란 빵, Lussekatter 맛의, suröl(sour beer)이다. 루시아 축일에는 그 lussekatter를 먹으면서 SVT에서 하는 루시아 행진(...이라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롤 콘서트)을 보는데, 거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노래가 Lusse Lelle다. 꽤 경쾌한 노래인데 이 맥주도 역시 경쾌한 맛이다. 재작년까지는 사워 비어를 전혀 마시질 않아서 이걸 그때 마셨다면 우웩 하고 버렸겠지만, 작년부터 사워비어에 맛을 들여서 야금야금 마셨고 이 맥주는 정말... 굉장히 상큼하고 시다! 사프란 맛이 신맛이랑 이렇게 잘 어울렸나 싶다. 매우 맛있어서 내일 또 사서 마실 예정.

3. 진저쿠키 맛 사이더 - Pepparkaka

작년부터는 사워비어도 마시기 시작했지만 사이더cider도 마시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나는 맥주가 최고의 알콜이라 생각하며, 사이더는 도대체 왜 마시는 것이냐, 주스를 마시는게 더 낫지 않겠냐 따위의 망언을 했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사이더의 맛에 눈을 떴다. 과실주를 잘 못마시고 안좋아해서 와인도 잘 안마시는데, 슬슬 와인도 마시기 시작했다. 알콜중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아니길 빈다.
이야기가 샜지만, 어쨌든 이 사이더의 이름은 Pepparkaka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딜 가나 그릇에 담겨있는 바로 그 생강쿠키가 pepparkaka인데 이 사이더는 정말로 그 맛이 난다. 그런데 그게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너무 달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밸런스가 갖춰진 맛이라 놀랐다. 당연히 엄청 달 거라 생각했는데... 이것도 역시 맛있어서 내일도 마실 생각이다.

4. 박하사탕맛 사이더 - Polka

이걸 만든 사람들은 정말 이걸 사서 집에서 홀짝홀짝 마실까...? 저 캔에 그려진 빨갛고 하얀 저 사탕을 Polkagris라고 하는데 일종의... 박하사탕이다. Gränna라는 동네에 가면 별별 polkagris가 다 있는데 꼭 사탕이 아니더라도 Gränna는 정말 예쁘고 경치가 아름다워서 가볼만하다. 어쨌든 나는 한국 박하사탕도 좋아하고 스웨덴 polkagris도 좋아하지만 이 음료는 정말 도저히 못참겠다! 약간의 그 박하맛이 가미된 맛있는 음료일줄 알았는데 그냥 치약을 들이마시는 그런 맛이다. 민트는 역시 너무 강해서 다른 맛과 어떻게 잘 섞을 수 없었던 걸까? ㅠㅠㅠㅠ 생각해보니 작년에 실수로 polkagris맛 생강쿠키를 샀었는데 그것도 그냥... 민트사탕맛밖에 안났던 기억이 있다. 나는 사실 민트초코를 너무나 사랑하는 민초단이지만 정말 이 음료는 도저히 다 마실 수 없어 아깝지만 다 버렸다... 좀더 복합적인 맛으로 개발해주길 바라본다.

5. 카다멈 맛 맥주 Julmumma

스웨덴 사람들이 겨울에 엄청나게 많이 먹는 향신료로는 1) 사프란 2) 시나몬 3) 카다멈 이렇게 꼽을 수 있다. 사프란은 뭐 이미 대림주간advent되자마자 사프란빵, 사프란케이크 등등 이것저것 구워먹고, 시나몬은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카넬불레kanelbulle같은 걸 먹을 정도로 스웨덴 최애 향신료 중 하나인 것 같고, 카다멈은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이게 들어간 빵을 특히 겨울에 많이 먹는 것 같다. 이를테면 셈라semla 빵은 그냥 밋밋한 빵이 아니고 카다멈을 넣어 반죽한 빵이고, 카넬불레와 비슷한 카다멈불레라던가 그런 것들도 있다. 여튼 셈라는 부활절 오기 전에 먹는 겨울 간식이니 카다멈향도 겨울에 많이 맡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카다멈 맛이 나는 맥주가 바로 여기 있다. 카다멈이 스웨덴어로 kardemumma라서 이 맥주 이름은 julmumma...즉, 크리스마스 카다멈 되시겠다. 이걸 마시기 전에 이미 친구가 이거 맛없다고 경고를 해줬는데... 위에 있는 박하사탕 사이더를 마시고 난 후라 이게 그렇게까지 맛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잔을 다 비우지는 못하고 역시 버리고야 말았다. 이게 맛이 없었던 이유는 너무 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카다멈 맛이 그 단맛과 굉장히 안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고, 차라리 굉장히 쓴 맥주에 카다멈 향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비추입니다.

6. 딸기맛젤리 사이더 Skumtomte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Juleskum이라고 하는 딸기맛 젤리(?)를 내놓는다. 이것은 딱 그 맛이 나는 사이더. 그냥 그걸 액체로 마시는 듯한 맛이고 나쁘지는 않다. 마실 수는 있는데 한 캔을 혼자서 마시기는 어렵다. 아주아주아주아주 달기 때문이지… 한 캔을 사서 10명이서 나눠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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