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퇴사한지 1년, 스웨덴에 온 지 10개월, 드디어 단기 계약직이지만 일을 하게 되었다. 스벤스카1 끝나고 나서 이곳저곳 이력서를 뿌리기 시작했는데, 주로 Arbetsförmedlingen에 공고가 난 곳에 돌리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아시안 식당이나 한국어 가르치는 학원 같은 곳에는 '너네 지금 안 뽑는 거 아는데, 나중에 사람 필요하면 내 이력서도 한번 봐줘' 하면서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정식으로 지원한 곳 한 군데와, 막 뿌린 곳(...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중에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봤다.
SFI 다닐 때 이력서 쓰는 법이랑 면접 보는 걸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실천으로 옮기려니... 이게 맞는지, 잘 하고 있는지 불안했다. 남자친구한테 물어보려니 요즘 엄청 정신없어하는 거 같아서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요즘 나가고 있는 적십자 Språkcafé 자원봉사자님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혹시라도 이제 SFI도 끝나고 알바 좀 구해보려는데 뭐부터 해야겠는지 막막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남기는 포스팅.
1. 지원할 곳 찾기
웬만한 공고는 Arbetsförmedlingen에 올라오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말뫼에 있던 어떤 한식당은 여기에 공고 안내고 자기들 페이스북 계정에다가 공고를 냈었다. 그러므로 평소에 '여기서 알바하면 좋겠다' 싶은 곳이 있으면, 공식 페이지를 SNS에 추가하고 구독하는 걸 추천.
그리고 스웨덴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인맥이 중요한 사회인 것 같다. 주변에 알바나 섬머잡 구한 사람들 중에는 부모님 소개, 친구 소개로 구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주변에 '나 요즘 낮에 한가해서 알바 구하고 있어'하고 입소문을 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어제 språkcafe에서 만난 사람이 해준 얘기지만, 헤드헌팅 회사에 등록을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구글에 bemanningsföretag라고 치면 몇 군데 나오는데, 이력서 올려놓고 헤드헌터랑 인터뷰 보면 적절한 곳 매칭을 시켜준다고. 나중에 한번 해봐야겠다.
2. CV와 Personligt brev 쓰기
우리나라는 이력서 안에 자기소개 항목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스웨덴에서는 보통 cv와 Personligt brev(cover letter)를 따로 내게 되어있다. CV에 학력이나 경력 등 객관적인 정보를 쓰는 거라면 personligt brev에는 내가 왜 지원하게 됐는지, 뭘 잘 할 수 있고 뭘 하고 싶은지 등등 주관적인 생각을 쓰면 된다. 쓰는 방법은 검색해도 나오지만, Arbetsförmedlingen 홈페이지에 굉장히 잘 소개가 되어있는 데다가 양식까지 업로드가 되어있다. (링크: https://www.arbetsformedlingen.se/For-arbetssokande/Tips-och-rad/Cv---sa-gor-du.html)
경력은, 처음에 나는 경력증명서 제출이 가능한 것만 적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알바한 거 다 적는 게 좋다고 했다. 쉬지않고 일했다는, 근면성실함을 CV에서부터 보여주라며...>_<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과외했던 거부터 시작해서 알바한 거 회사에서 일한거 쭈욱 다 적어서 냈다.
언어실력 쓰는 곳에다가는 한국어 modersmål, 영어 flytande, 스웨덴어 goda kunskaper라고 써서 냈다. 영어는 절대 유창하지 않지만 뭐...어쩔거야. 내 기준에서 플뤼탄데 하면 그만임...이라는 생각으로 적어냈고, 스웨덴어는 조금 겸손하게 쓸까 하다가 'SFI 끝났으면 goda kunskaper한거지 뭐야' 하고 뻔뻔하게 적어냈다. 그래도 괄호치고 'SVA1 끝남' 이라고 추가설명을 썼으니, 거짓말한 거는 아님... 근데 어쨌든, 이력서에서 '나 스웨덴어 쫌 해'라는 인상을 줘야지 면접에 불러주는 것 같다. 첨삭 안받고 그냥 이력서를 낸 곳에서는 한 군데도 면접 연락이 안왔고, 그나마 적십자 자원봉사자님한테 첨삭 한번 받고 낸 곳에서는 연락이 왔다. 거짓말...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스웨덴어 잘 할 수 있다고 써야 연락올 확률이 높은 듯 하다.
3. 인터뷰
메일로 보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화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모르는 번호라고 피하지 말고 잘 받는 것이 중요... 나는 '세일즈맨 같은데...'하며 안받다가 부재중 두 번 남은 거 보고 다시 걸었다. 물론 스웨덴어로 전화를 걸고 받는 건 느므나 느므나 떨리는 일이지만ㅠㅠ 날짜랑 시간만 잘 확인한 다음에, "jaså? 근데 내가 지금 조금 바쁜데 우리 직접 만나서 더 얘기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통화가 길어지는 걸 피했다.
한 번은 그룹인터뷰를 했고, 다른 한 곳은 1대1 면접을 봤다. 둘다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역시나 Arbetsförmedlingen에 있는 면접 질문을 보며 미리 준비를 했다. (링크: https://www.arbetsformedlingen.se/For-arbetssokande/Tips-och-rad/Jobbintervju/Vanliga-intervjufragor.html ) 그리고 영상 중에서는 https://youtu.be/FWIY9I-eSp4 이게 좀 재밌기도 하고 약간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스웨덴어로 면접보는 건 처음이라 질문을 내가 못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많이 예상 질문을 생각해보려고 했고, 적십자 자원봉사자님들한테도 같이 연습 한번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근데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으니, '얼마 받고 싶니? 여기다가 적어' >_< 이 나라 교사들이 얼마 받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미리 그 업계 최저연봉 정도를 생각해 가시는 것을 추천...
내가 지원한 업무는 modersmålslärare라고 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일인데, 하시던 분이 출산휴가를 하셔서 이번 학기에 공석이 된 모양이었다. 한국어로 하는 일인 데다가, 센터에서도 외국인 배려해서 면접 때 쉽게쉽게 말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저 영상에 나 오는 속도랑 차이가 별로 없었다. 외국인을 위한 배려 따위 없다. 연습만이 살 길...
4. 그밖에
지원한 업무가 혹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하는 일이라면 경찰서에서 belastningsregistret 문서를 받아야 한다. 범죄사실이 없다는 내용인데, 이걸 제출하기 전에는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신청이 가능하고, 발급에 일주일 정도가 걸리니 미리 받아놓는 것이 좋을 듯. 한번 발급받은 문서는 1년동안 유효하다고 한다. (https://polisen.se/Service/Belastningsregistret-begar-utdrag/registerutdrag-arbeta-inom-skola-forskola/) 다른 일 때문에 발급받아놓은 게 있어서 면접 볼 때 "아, 그거 이미 있어"라고 했더니 그게 조금 더 플러스가 된 것 같다.
그밖에도 업무하는 데 필요한 서류 같은 게 있으면 미리미리 받아놓는 게 좋을 듯. 채용되고 나서 학교 졸업증명서랑 성적표 내라고 했었는데, 성적표 떼어왔던 건 다른 데다가 증빙자료로 내버렸고ㅠㅠ 스캔해놓는 걸 깜박해서 사본도 없고ㅠㅠ 다시 인터넷으로 뽑으려니 한국휴대폰번호가 없어서 인증도 안되고ㅠㅠ 그래서 졸업증명서만 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아무말이 없다>_< 다음에 한국가면 열 통씩 뽑아와야지...
여튼.... 내가 이번에 일을 구하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90% 운이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90% 나의 능력으로 일을 구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열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정규직 일을 구할 날을 꿈꾸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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