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의료업계 취업하기", "스웨덴에서 교사 되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스웨덴에서 IT 취업하기라는 주제로 써보려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스웨덴으로 이민오시라는 취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어려우니 오지마세요'라는 취지도 아니고... 그냥 막연하게 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구체적인 정보를 드리고 싶었고, 삼보 등으로 어차피 오시기로 한 분들께는, 그리고 그때의 나처럼 '가서 뭐부터 시작하지' 하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한국에서 IT직종에 종사하시고 경력도 꽤 되시고 영어도 잘하신다면 이 글을 딱히 읽을 것 없이 arbetsförmedligen 홈페이지나 링크드인을 통해서 구직 상황을 알아보시고 지원해보시면 좋겠다. 오늘 쓰는 이 글은, 삼보비자 등으로 이미 스웨덴에 오셔서 다시 재사회화를 겪고 계신 분들을 염두에 드고 쓴다.
1. 다시 대학 들어가기 - Högskoleingenjör, Civilingenjör, Teknologkandidat
대학 들어가는 방법은 다른 글에서 썼으므로, 이 부분에서는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적어보려 한다.
입시 사이트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검색하면 프로그램 이름 옆에 högskoleingenjör나 civilingenjör가 써있는 경우가 있고 둘 중 아무것도 안 써있는 경우가 있다. 우선 civilingenjör는 영어의 civil engineer랑은 다른 개념으로 (영어의 시빌엔지니어는 '토목 엔지니어'를 뜻한다) 스웨덴의 Civilingenjör 프로그램은 5년동안 학+석사 통합프로그램을 말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들으면 딱히 학사 논문은 안쓰고, 논스톱으로 5년동안 공부한 후 석사학위와 Civilingenjör타이틀이 주어진다. Högskoleingenjör는 3년동안 공부하고 학사 학위+högskoleingenjör타이틀이 주어지는 프로그램이다.
högskoleingenjör 프로그램은, 3년에 걸쳐 필요한 지식과 나중에 일하면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딱 맞춰놓았고, Civilingenjör프로그램은 5년동안 관련 지식과 기술을 좀더 심도있게 배우도록 계획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5년짜리 프로그램에 입학하면, 처음 3년은 수학과 물리 중심으로 좀더 아카데믹한 것들을 배우고 나중에 2년을 프로젝트나 exjobb(회사 가서 일하면서 그 내용으로 논문도 쓰는 일자리) 하면서 실무적인 지식을 쌓게 된다. 그런데 5년짜리 입학해서 처음 3년만 하고 학사논문 내고 그만두면, 3년했다고 högskoleingenjör타이틀이 나오는 게 아니라, 아카데믹한 부분만 배우다가 졸업해버렸기 때문에 Teknologkandidat라는 이름으로 학사학위만 받게 된다. 하도 프로그래머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걸로라도 일자리를 찾고자 하면 찾기는 하겠지만, högskoleingenjör프로그램에서 배우는 실무적인 것들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일할 때 더 힘들어질 거고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약간 힘들 수도 있다는 게 지인들의 조언이었다.
이것 말고도, 대학 프로그램 이름 중에 civilingenjör나 högskoleingenjör 타이틀 안들어가고 예를 들면 "Systemutvecklare" 180학점 이런 식의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것 역시 Teknologkandidat로 학사 학위를 받는다. ingenjör프로그램에 비해서 수학이나 물리를 거의 안배우고 프로그래밍 위주로 배우는 프로그램인데 그래서 딱히 높은 수준의 수학 성적을 요구하지 않고 수학2 정도만 수료해도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ingenjör프로그램 중에서 꼭 datateknik만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은 아니고, 전기공학과나 정보공학과에서도 프로그래밍 코스가 있어서 배운다. 또 공학계열 다른 과에서도 프로그래밍 기초 수업을 듣고 나중에 원하면 심화수업을 들어서 나중에 IT쪽으로 바꾸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앞으로 기간을 얼마나 잡고 공부할지,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공부하고 싶은지, 염두에 두고있는 회사에서는 보통 5년제 졸업생을 뽑는지 아니면 상관않고 뽑는지 등등을 고려해서 판단하면 좋겠다.
2. 대학이 부담된다면 Yrkeshögskola
https://www.yrkeshogskolan.se/hitta-utbildning/sok/?area=data
대개 2년 정도 걸리는 코스이고 입학 자격도 SAS 1이나 2정도 하면 지원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콤북스에서 Programmering 1을 수료하는 걸 요구하는 것 같다. 직업학교 갈지 대학 갈지 확실히 못정한 상태에서 저 과목을 들었는데, 직업학교를 가든 대학을 가든 어쨌든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접하는 상황이라면 들어볼만한 과목이다. 저걸 들으면 프로그래밍의 생기초를 끝내게 되고, 직업학교에서는 '기초를 안다는 가정하에' 수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 수요가 수요인지라, IT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로는 직업학교 정도만 수료해도 취업은 할 수 있을거라고 한다.
3. 직업학교도 너무 긴 것 같다면 12주 코스
https://www.academy.se/
이걸 했다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Academy works라는 헤드헌팅 회사의 자회사이고, 빨리빨리 사람들 교육시켜서 회사에 소개시켜 취직시키고 그 수고비를 회사로부터 받는 구조인 것 같다. 올해 광고를 열심히 해서 종종 눈에 띄어 알게 되었는데, 여기 말대로라면 12주 안에 코딩 핵심 기술을 빡세게 가르쳐서 취업시켜준다는 얘기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스웨덴어를 어느 정도 해야한다는 건 없지만, 수업이 스웨덴어니까 의사소통이 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가끔 영어로 하는 코스도 뜬다.
우리 과 중에도 고등학교에서 공과 쪽을 들었거나 해서 졸업 후에 코더로 일하다가 다시 대학온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취미로 어릴 때부터 코딩을 하면서 프로그래밍 대회에도 나갔었고, 그래서 프락틱이나 섬머잡을 하면서 기회를 잡았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이 아닌 2번과 3번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프로그래머보다는, 프로그래머의 지시에 따라 코딩을 하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과정인 듯하다. 본인의 목표와 투자가능한 시간과 비용을 잘 고려해서 공부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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