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글이 모 커뮤니티에 올라와서 덧글을 하나 달았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던 거 같아서 아예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했던 거는 한국어교원자격증 3급 과정이었고, 자격증은 따지 않고 코스 수료만 했습니다. 보통 홍보를 하기로는 130시간인가 이수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수하면 수료증은 나오지만 자격증이 바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자격증을 따려면 1년에 한번있는 시험과 면접까지 통과를 해야해요. 그런데 그게 양이 꽤 많고 난이도도 있더군요. 물론 공부하면 딸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딸 만한 자격증인가에 대해, 그러니까 이게 과연 스웨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답해보려고 합니다.
스웨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아주아주 적습니다. 대학을 제외하고서는 Folkuniversitetet 에서 개설하는 수업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스톡홀름과 예테보리에 한글학교가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쪽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적지 않겠습니다.) 제가 일했던 곳은 Folkuniversitetet이고 많은 분들이 이 곳을 사설 어학원 정도로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학원과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돈을 받고 수업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리 추구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집단은 또 아닙니다. 대학이나 코뮨과 협력해서 SFI 위탁교육을 하고, 스터디 그룹 신청을 하면 무료로 장소를 빌려주는 등, 뭐랄까 공적인 장소의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그렇게 엄청 많이 개설하지도 않고 수강생 모집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수강생이 네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그 학기는 그냥 수업 폐강이에요. 한국어는 기초반만 있을 때도 있고, 좀 흥하면 서너 반 정도 모이기도 합니다만 일주일에 네 번 일한다 치더라도 1주일에 천크로나 남짓 버는 정도이고 10주 지나면 학기가 끝나서 그 일도 끊깁니다. 그런 정도의 파트타임이기 때문에 이건 그냥 사이드로 하시면서 다른 알바를 알아보셔야지, 이걸로 취업비자를 받는다는 건 기대하시면 안돼요.
가끔 구인공고에 modersmålslärare라는 포지션이 올라옵니다. 스웨덴 학교에서는 한 도시에 모국어수업 신청자가 다섯 명 이상 모이면 모국어 수업을 지원해줍니다. 즉, 어떤 도시에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이 다섯 명 이상 수업신청을 하면 한국어 선생님을 뽑아서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어 수업을 듣도록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모국어 교사를 modersmålslärare라고 하고, 모집공고에도 종종 올라옵니다. 이 일도 약 1년동안 했었는데, 그래도 이 일은 교육학 과목을 들었는지, 관련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좀 물어보더라고요. (하지만 저의 한국어교원과정 수료보다 자소서에 썼던 저의 과외경험에 대해 면접에서 더 많이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대졸/비자유무/스웨덴어 능력이었고요. 워홀로 오셔서 지원을 한번 해보시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취업비자 지원이 되지 않으니 참고하세요. 페이도 수업시수에 따라 매우 달라서 한달에 1500크로나 받고 일한 적도 있고요, 아이들이 많이 모여서 수업시수가 많았을 때도 이걸 직업으로 삼을만큼 많이 벌지는 못했습니다.
스웨덴 행을 결심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뭐든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래서 했던 거였고요. 뭐 이걸로 알바를 구하긴 했으므로 후회하지는 않고 뭐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지만... 그래도 저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차라리 다른 걸 배울 것 같아요. 국비취업과정 신청이 가능한 상태라면 그걸로 코딩 같은 걸 미리 배워놨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한국어 가르치는 잡은 비자조건과 스웨덴어 구사능력과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하기 쉽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자격증 유무는 별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국어 가르치는 일은 워낙 일자리가 없고, 이미 스웨덴에서 삼보비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채용되어 꽤 오래 하기 때문에 워홀로 오시는 분들이 진입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한국어교원자격증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은 스웨덴 워홀을 다만 '경험'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취업 및 정착'까지 생각하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이 자격증은 더욱 메리트가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취업비자 받는 것도 정말 어렵지만 스웨덴에서 비유럽인이 취업비자 받는 것도 꽤나 어렵습니다. 회사가 미리 이민청으로부터 '비EU인을 채용할 허가'를 받아놨어야 하고, 구인광고를 일정 기간 올려놨어야 하고, 왜 유럽인이 아닌 이 사람에게 취업비자를 주면서까지 고용해야하는지 소명해야하고, 재무상황 같은 것도 보고해야하고... 고용하는 입장에서 해야하는 일이 많아서, 스웨덴인,유럽인,비자문제가 이미 해결된 비유럽인을 우선으로 뽑아요. 그런 고용시장에 진입하시려면 스웨덴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그래서 비자서포트를 해줘가면서까지 데려와야하는 그런 기술을 배우시는 게 좋고요.
제 글이 뭔가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스웨덴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스웨덴 워킹홀리데이로 검색해서 어찌어찌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은데다가, 저도 최근에 겨우겨우 일을 구한 입장이므로, 여기서 10개월동안 느낀 점을 바탕으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워홀비자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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