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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

2017년 3월, 봄.

by Bani B 2017. 3. 17.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보다. 요즘 날씨가 나쁘지 않다. 아침에 쨍하게 맑았다가도 이내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쌩쌩 불긴 하지만, 봄꽃도 피고 날도 길어져서 봄이 느껴진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모국어수업을 하러 학교를 돌고, 그저께 수요일 밤에는 어학원 첫 수업을 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겠다고 무려 일곱 명이 신청해서 오셨다>_< 의외로 케이팝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없고, 입양되어서 오신 분들이거나 그냥 단순히 한국어가 흥미가 생기셨다는 분들이었다. 자기소개를 대충하고 한글을 가르쳤다. 스웨덴어로 가르치겠다고 작정하고 준비했는데, 질문받고 대답하다보니 영어도 나오고 스웨덴어도 섞이고 한국어도 섞이고 >_< 첫 수업 치고 너무 많이 가르쳤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비싼 돈 내고 듣는 수업인데 한국스타일 스파르타식으로 바짝 가르치고 싶었다. 다음 주에 다들 다시 오실까? 안오시면 어쩌나<


그나저나 지난 주 금요일에는 얼떨결에 한식 레스토랑 면접보러 갔다가, "일 어떻게 하는지 보고 할지 안할지 생각해볼래?"라며 앞치마를 주길래 얼떨결에 앞치마를 입고 3시간동안 일을 했다. 비빔밥이 정말 인기가 많았다. 테이크아웃도 많이 해가고... 빈그릇 치우는데, 남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싹싹 긁어먹고 반찬까지 싹싹... 근데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건, 나는 분명히 평일 낮에 일을 못한다고 했고, 그쪽에서 찾는 사람은 평일 낮 근무였는데, 왜 나에게 3시간 꼬박 일을 다 가르쳤을까... 나는 왜 그걸 다 하고 왔을까... 어쨌든 스웨덴의 한식당 알바를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다음부터는 계약서를 꼭 쓰고 일을 해야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계약서 하니까 생각났다. 모국어교육센터에서는 계약서를 무려 세 번을 썼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저쪽에서 문구를 무려 세 번이나 틀려서, 다시 쓰고 다시 쓰고... 또 다시 썼다. 인트라넷 계정을 받는 데 2주가 걸렸다. 그거 말고 학생들 출결체크하는 시스템 접속을 해야하는데 그 아이디를 받는 데 또 며칠이 더 걸렸다. 수업지도안 올리는 사이트는 드디어 들어가긴 했는데, 내 학생들이랑 나랑 연동을 안시켜놔서 내가 뭘 쓸 수가 없다..... 헐랭하기 그지없다. 그저께는 한달에 한 번 하는 회의였는데, "학교에서 폭력 같은 중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보스에게 연락을 하라"고 얘기하면 될 것을,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했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토의해봅시다"라며 그룹별로 이야기를 시켰다. 결국엔 "바로 보스에게 연락을 하라"는 답을 유도하고 비상연락망 나눠주고... 한국식 미팅이었으면 20분만에 끝났을 회의를 2시간동안 했다. 어떤 사람은 졸고 있고... 어떤 사람은 그냥 자기 수업준비 하고 있고... 어디든 아침회의가 피곤하고 지루한 건 똑같구나. 


원래 계획은 월,화,수 일하고, 목,금,토,일 학업에 열중하자는 것이었으나.... 학업이 잘 안되고 있는 느낌이다. 일하면서 갑자기 스웨덴어를 엄청나게 많이 쓰고 있는데, 그러고 나서 집에 오면 스웨덴어는 쳐다도 보기 싫다. 어제는 스웨덴어 드라마를 보다가 듣기가 싫어져서 일드도 봤다가 미드도 조금 봤다가... 급기야는 전자책으로 한국 책을 다운받아서 1년만에 한국어로 독서를 했다. 스웨덴어 과제를 내기는 해야하는데... 다시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재밌는 공부거리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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