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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

3월 18일, 일기.

by Bani B 2017. 3. 19.

   어제 오늘 블로그 포스팅이 많은 이유는 동거인이 부활절 전에 시골 가서 미리 나무도 베고 잔디도 깎아야된다며 한동안 집을 비웠고, 그 때문에 내가 조금 심심해진 까닭이다. 우리집 식물들은 모두 동거인이 알아서 물주고 키우는데, 4박이나 나가있으니 내가 도대체 어떤 식물에 물을 줘야하고 아닌지를 모르겠다. 괜히 건들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식물들이 다 목이 좀 말라보이는데 어쩔까...


   오늘은 한국어 가르치는 어학원에서 신입직원 교육이 있었다. 반강제적으로 들으라고 했었다. 그래서 교육시간도 근무로 쳐서 돈을 주려나 했는데 역시 그런 건 없었다... 루마니아어 가르치시는 분이 용기를 내서 "우리 오늘 6시간 교육 듣는데 돈 주나요" 물어봤는데 "아니요. 하지만 이 교육은 무료이고, 커피와 점심식사가 포함되어 있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흠... 업무에 필요해서 교육시키는 거면 이거 근무시간으로 쳐줘야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무로 듣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신청을 해서 듣는 '자발적'인 교육이므로 돈을 주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네? 자발적이요? 계속 메일로 링크보내서 신청하라고 했으면서 이게 무슨 자발적으로 신청한 교육이란 말입니까? 안그래도 시급도 짜고 교통비도 안 주고 수업준비시간을 1시간당 고작 15분으로 계산해서 줄 정도로 구두쇠 학원인건 알았지만... 외국인 노동착취가 따로 없다. 스웨덴 전역에서 꽤나 인지도 있는 기관인데, 계약서도 안쓰고 그 대신 다른 서류를 주면서 '이게 계약서를 대신합니다'라고 했었다. 생각해보니 그 서류에는 내가 앞으로 몇 주동안 수업을 할 거고,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고, 시급은 얼마인지 조건만 써있었지, 휴가라거나 이런 직원교육에 대한 조건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스웨덴은 열정페이 없을 거 같다고요? 저는 이 기관과 연을 맺고 나서 열정페이를 받는 듯한 기분이 계속 들고 있답니다...

 

   뭔가 마음에 안들기는 했지만, 오늘 교육은 그냥... 스웨덴어 수업을 듣는다 치고 열심히 들으려고 했다. 역시나 예상한대로 굉장히 당연한 얘기를, 점심시간을 제외한 5시간동안 듣고 있었지만(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며 수업을 해야하네, 다양한 수업자료를 사용해야하네 등등...) 그래도 아주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루마니아 사람이랑 콜롬비아 사람이 말을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본인들이 사용하려고 하는 수업자료를 막 공유해주고, 좋은 언어교육사이트를 보여주고 해서 자극이 많이 됐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 다시 다음 주 준비를 해봐야겠다. 


*

   Kent는 겨울에나 듣고, 계절 상관없이 자주 듣는 스웨덴 가수 중에 아니카 놀린Annika Norlin이라고 있다. 'Hello Saferide'라는 이름으로 영어음반을 냈었는데, 스웨덴 사람인 줄 모르고 영어로 된 앨범만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남친이 '스웨덴에서는 Säkert라는 예명으로 음반을 냈다'며 들려줬는데 스웨덴어로 된 노래가 더 좋아서 열심히 들었다. 

   이번 겨울에도 Spotify로 열심히 듣다가, 말뫼에서 4월에 콘서트를 연다는 걸 알게 되었다. Spotify에서 '콘서트 정보를 알림으로 받고 싶냐'고 써있었고, 그걸 클릭했더니 어떤 어플을 다운받으라고 나왔다. 어플을 다운받고, 티켓 가격이 확정되면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놓았다. 그랬는데... 아무런 알림이 없었고... 어제 문득 생각나서 봤더니 이미 솔드아웃.... 이미 티켓은 2월에 판매를 했고ㅠㅠㅠㅠ 나는 그 콘서트에 가고 싶어서 일부러 그 날 수업도 안하려고 밑밥깔아놓고 있었는데...ㅠㅠㅠㅠ 마음같아서는 스포티파이든 그 어플 만든 회사든 전화해서 따지고 싶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 

   콘서트를 보러 가고 싶으면 그런 어플 따위 받지 말고 공식홈페이지 즐찾해서 수시로 체크해야한다는 교훈을 새삼 얻었다. 


   사실 1월에 봤을 때는 그렇게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콘서트든 뭐든 공연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은근히 기대했던 것 같다. 콘서트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스웨덴 가수가 별로 없는데ㅠㅠ 제발 나중에 표 판다는 사람 나오면 좋겠다.




"너 아직도 화났니"라는 제목이 꼭 나에게 던지는 질문 같아서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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