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6월 중순까지 계속 하지만, 공부하고 있던 것은 오늘로 끝났다! 이제 스벤스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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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SFI 선생이 이제 졸업시험 보라고 했을 때, 그 다음 코스는 어떻게 신청해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신청해야하는지 감이 안잡혀서 이 동네에 오래 살면서 대학공부까지 시작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지금에서야 SAS1을 끝냈겠지만, 친구가 기가 막힌 조언을 해주었다. "어차피 콤북스에서 오랫동안 스웨덴어 수업 들어봤자 그리 크게 늘지 않고, 차라리 빨리빨리 끝내고 얼른 스웨덴 사람들이랑 일을 하던가 스웨덴 애들이랑 공부를 해야 빨리 느는 것 같아." 그래서 친구가 디스턴스로 공부하면 반년만에 SAS 1,2,3을 끝내는 게 가능하다고, 빡세게 대입공부 하는 셈 치고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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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웨덴에 온지 1년 1개월이 되는 오늘. 그동안 나는 정말이지 과제하는 기계가 되어서,
SFI
Svenska som andraspråk 1,2,3
Engelska 5,6
Matematik 4
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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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나 가능하지, 반년동안 SAS 1,2,3하는 게 너무 힘들지 않아? 게다가 다른 과목까지?" 스스로도 여러 번 생각하고 Vägledningscentrum에서도 몇 번이나 나한테 "진짜? 이거 이번학기에 다 할거야?" 물어보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때려칠까 좀 천천히 할까 몇 번 생각했다. 결론은, 반년만에 충분히 할 수는 있다만 SAS 다 끝냈다고 해서 스웨덴어가 그리 유창해지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일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고, 텔레비전 보거나 트위터 보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차피 SAS 3 다 한다고 유창해지는 거 아니니, 걍 빨리빨리 하고 다른 방법으로 스웨덴어를 익히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조언해준 친구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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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 1 시험 후기는 예전에 썼고, SAS 2는 시험 없이 선생님이랑 구술시험 하고 과제 내는 걸로 끝나고, SAS 3 시험 후기를 짧게 써볼까 한다.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사전은 들고 가게 해주지만, 스-스 사전이어서 사실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글이 한 열개쯤 있는 책을 하나 준다. 그 중에서 글 두 개 이상을 알아서 골라서 작문하는 게 시험이다. 인용하는 거랑 마지막에 출처 쓰는 것도 평가기준에 들어가므로, 미리 이 부분도 복습해가면 좋다.
질문 세 개 중 하나를 골라서 쓰는 거였는데, 하나는 룬문자를 쓰다가 라틴문자를 쓰게 된 그 과정을 자세하게 쓰는 거였고, 하나는 언어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어쩔 때는 급격하게 변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천천히 변하는 것도 있는데, 그 예를 찾아 언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리해서 쓰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스웨덴어에서 철자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1700년대 이후로 있었고 참 많이 바뀌었는데, 왜 현대 스웨덴어에서 철자법이 중요해졌고 어떤 부분에서 더 규정을 만들어야하는지 쓰는 거였다. 마지막이 제일 쉽고 재밌어보였으나, 글을 읽고 인용할 만한 부분을 정리하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리고, 글 개요를 정하는데 30분을 쓰고, 글을 쓰는 데 2시간을 써서 꼬박 4시간을 채웠다. 가기 전엔 '무슨 작문시험을 4시간이나 보냐' 했는데, 정말로 4시간이 걸리는 시험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ㅠㅠㅠㅠㅠ
- 그래도 과제로 최종 에세이 쓴 거에 비하면 nationellt prov는 쉬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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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ematik 4는 4월에 플렉시블로 등록은 했지만 실제로 공부한 시간은 3주밖에 안된다. 4월에 스웨덴어 에세이 쓴다고 바빴고, 그래서 수학공부를 5월 들어서야 시작해서 19일날 시험을 봤다>< 에헤라디야. 우여곡절끝에 그래도 교과서를 한번 훑고, 기출문제 한 편 풀고 시험보러 갔는데, 나를 살린 것은 공학용 계산기와 시험 볼 때 나눠준 공식집........ 문제는 역시나 스웨덴어였다. 문제는 어떻게든 추측을 하든 뭐든 해석을 하겠는데, 막상 풀이과정을 쓸 때 '직선의 기울기' '점근선' '무한대' 같은 단어가 기억이 안나서 애먹었다. 그래도 꽤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온 걸 보니 이래서 선생님이 "한국에서 왔어? 매주 오지 말고 걍 기말시험이나 보러 와" 했던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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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에는 뭘 하면 좋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연장이 되면 좋지만, 연장이 안될 수도 있는데 그럼 역시 다른 일이라도 풀타임으로 알아볼까? 일단 대학은 몇 군데 넣어두긴 했지만, 정말 이대로 대학에 가도 괜찮은가? 대학에 안간다면 다음 학기에 어떤 방법으로 스웨덴어를 공부하지? 직업학교도 지원해볼걸 그랬나? 콤북스 수업도 몇 개 일단 넣어볼까? 빨리 다음 학기 계획을 정하고 싶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고 학교가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니 그저 기다릴 뿐. 고생했으니 조금 쉬자. 드라마나 몰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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