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주 사이에 블로그 방문자수가 확 늘었다. 얼마 전에 쓴 일본 여행에 대한 글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러시아항공 수하물지연에 대해 쓴 글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꾸준하게 내 블로그 유입순위 상위권을 지키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1위는 단연 스웨덴 워홀, 2위는 러시아항공(쓴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벌써 이 키워드가 2위!) 3위가 수르수트뢰밍(검색은 하시되 먹지는 마세요! ><), 4위가 감초젤리(아 이것도...), 그리고 5위가 스웨덴 남자친구이다. 그래, 그 중 5위를 차지한 유입검색어, 스웨덴 남자친구. 스웨덴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사람들인지 나도 옛날에 궁금해서 검색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찾을 수 있었던 정보는 '시간을 잘 지킨다'와 '수줍다'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일까?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 시간을 잘 지키고 정말 그렇게 수줍을까? 스웨덴어 책에 이에 대한 글이 있어서, 그 내용과 내 경험을 짧게 적어볼까 한다. (출처: Monika Åström, "Kliché eller sanning?", Språkporten 123, p.120. Studentlitteratur, 2012.)
- 시간을 잘 지키고, 불평하지 않고 오랜시간동안 줄을 잘 선다.
> 시간을 잘 지키는 건 케바케인 것 같다. 오히려 우리 보스들보다도 내가 시간을 더 잘지키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시간을 잘 지키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외는 있는 듯.
하지만 '줄을 오래 잘 선다'는 점에서는 정말 동의한다. 내 앞에 두세 명 서있어서 금방 되겠거니, 하고 줄을 섰는데 도저히 그 줄이 줄어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라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한국이었다면 난 벌써 물어봤을 건데! 심지어 12월에 슈퍼마켓 갔을 때, 줄이 엄청 길게 서있길래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저히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살짝 까치발을 들어 저 앞을 보니 바로 옆 캐쉬어가 놀고 있는 것 같았다. 놀고 있었는데 줄 서있는 사람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 줄 서도 돼?"하고 물어보니 바로 계산해주더라.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내 뒤로 다시 줄을 섰다. 왜 묻지를 못하니... 왜 먼저 묻지를 못하니...
- 키가 크고, 금발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조용하고, 차갑다.
> 외모적인 묘사에는 이제 동의하지 않는다. 키가 크고 금발인 사람들이 많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이것도 참 사람 나름인 것 같지만 '효율적'이라는 게 멀티태스킹을 의미하는 거라면 한국사람이 훨씬 잘한다. (역시 빨리빨리...)
하지만 조용한 것은 대체적으로 맞는 것 같다. 특히 술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매우 조용하다. 할말이 없으면 그냥 안하는 것 같기도. 낯을 가리는 걸까? 제일 무서웠던 순간은 8명이 모인 파티에서 나랑 친구가 부엌에서 준비하고 있다가 잠깐 거실 갔는데, 스웨덴 아이들 여섯 명 모두 조용히...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던...
- 별로 종교적이지 않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은 엄청나다.
>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를 크게 축하하긴 하지만 그건 명절... 정도의 축하인 것 같고, 매주 교회에 꼬박꼬박 간다는 사람을 아직 스웨덴에서는 만난 적이 없다. SVT에서 가끔 목사님이 나와서 설교를 한다거나 일요일 아침에 티비틀면 예배하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종교에 그리 관심이 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은 역시 엄청난 게 맞는 듯. 벌써부터 스몰란드 숲속에 들어가서 일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높은 세금과 그지같은 날씨에도 잘 견딘다.
> 설명이 필요없다...
- 성적으로 자유롭다.
> 이 책의 저자는 무슨 뜻으로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 하지만 술에 대해서라면 '모 아니면 도' 태도인 것 같다.
> 슈퍼마켓에서 저알콜만 파는 게 말이 됩니까! 고작 5도짜리 맥주를 사려고 해도 슈퍼에선 안판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일요일에는 술을 살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아아...... 하지만 이렇게 강도높게 규제를 한다고 해서 스웨덴 사람들이 술을 안마시진 않는다. 오히려 더 술에 집착하는 것도 같다. 술을 평상시에 좀 쟁여놓는다거나, 외국가서 싸게 술을 사온다거나...
- 남들과 다르거나 튀어보이는 걸 싫어한다.
> '적당히 적당히'를 참 좋아하고, 불만이 있어도 내색하는 걸 싫어하고... 내가 볼 때는 당당하게 따져도 될 상황이지만 당장 그자리에서 남의 이목을 끄는 게 싫어서 상황을 피하는 그런 느낌이다. 답답해! 답답하다고!
- 모두의 의견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토론을 계속한다.
> 예전에 회의를 하는데, '학교 폭력을 목격했을 때의 대처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대처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주면 될 것 같았는데, 옆에 앉은 사람과 토의해보라고 시키더니 종이를 나눠주며 적어내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 주에 "너희가 적은 것을 정리해봤어"라며 종이를 또 나눠주더니, "이 중에서 빼야할 것과 더 적을 것이 있을까?"라고 묻던...
- 사람들, 특히 이웃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 나가기 전에 반드시 문 구멍으로 바깥을 살펴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나간다. 떡을 돌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 스웨덴 사람들이 너네 집에 온다면, 네가 집을 구경시켜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 그랬구나... 그래서 우리집에 누가 오면 꼭 동거인이 "집 구경시켜줄까?"하고 구석구석 보여준 거구나...
-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핑계가 필요하다. 합창단에 들어간다거나, 저녁에 하는 어학코스를 듣는다거나...
> 그래서 나도 합창단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 겉으로 굉장히 친절하지만, 그 깊은 속을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 그래도... 겉으로도 불친절한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가게나 식당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인사해주는 건 참 좋다고 생각한다.
- 밥을 다 먹고 나면 빨리 "잘먹었습니다"를 말하고 싶어하고, 최근에 얻어먹었던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지난 번에 고마웠어"라는 말을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 그리고 '또 어떤 것이 전형적인 스웨덴적인 것일까'를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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