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공부하기 싫을 때 블로그를 가장 열심히 하게 된다. 스웨덴 관련한 가장 재미없는 블로그를 지향하는데, 그러므로 역시 누구에게도 재미없을 근황을 써보기로 했다. 공부밖에 하는 게 없으므로 공부얘기만 쓰게 되겠지.
1.
예전에 이 나라 수학 교육과정이 우리나라 수학교육과정과는 좀 달라서 쉽다는 얘기를 썼었다. 그 말 이제 다시 주워담고 싶네... 작년에 했던 수학4는 확실히 쉬웠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한달 공부하고 A받았을 정도로 쉬웠다. 그런데 지금 수학5는... 첫단원 집합은 정말 쉽지만, 두번째 단원 수열에서 갑자기 정수론이 나온다. 정수론이 도대체 무엇일까. EBS를 뒤져봐도 모르겠어서 페친인 고등학교 선생님께 여쭤보았더니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니 궁금하면 유튜브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이제 그게 뭔지는 알고 넘어갔는데, 증명 문제가 으엄청 많다. 한국어 수업에 오는 수강생 중 한명도 수학5를 하고 있다길래 어렵지 않냐고 했더니 "다 증명하는 문제니까 이게 수학4보다 쉬운거 같은데? 그냥 쓰면 되잖아" ... 너는 스웨덴어가 모국어잖니ㅠㅠ나는 아니잖니ㅠㅠ 미적분은 도대체 뭔지 감도 안와서(수학4에서 했던 건 벌써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 역시 고등학교 선생님께 문제 보여드리고 'EBS강의 뭘 들으면 될까요, 미적1만 들으면 되나요 2까지 들어야 하나요' 했더니, '음, 이거는 미적분2까지 다 들어야겠구나'라고 하셨다. 시험까지 앞으로 3주...
2.
물리2 시험은 이제 9일 남았다. 실험을 두 번 했는데, 물리1 실험레포트 쓸 때는 그냥 쉽게쉽게 했는데, 물리2는 공식 출처 다 적고 왜 거기서 인용했는지 이유도 적어야했다. 이게 실험보고서 자체를 쓰는 것보다 더 귀찮았다. 아니 그냥 뉴턴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F=ma는 다 알잖아?라고 쓰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되므로 백과사전을 뒤지고... 토마스 영이 무슨 실험을 했나 신뢰도 높은 홈페이지를 찾고... 그렇구나. 이과 계열 레포트에서도 레퍼런스는 매우 중요한 거였구나.
3.
레퍼런스. 한국에서 대학 공부했을 때는 시카고 스타일로 인용표기를 했다. 인용표기법이 여러가지인 줄도 모르고 그냥 학교에서 그렇게 알려주길래 했는데, 그게 시카고스타일이라고 불린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스웨덴에 와서 과제하면서 인용을 해야할 때 처음에는 꿋꿋하게 하던대로 시카고스타일로 인용표기를 했더니 지적을 받았다. 이 나라는 대부분 하버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여튼 그래서 자꾸 헷갈리고, 계속 찾아보게 된다.
4.
날씨가 너무 좋다. 정말 최근 1주일은 비도 한번도 안오고 해가 쨍쨍하고 반팔 반바지 샌들 신고 다녔을만큼 더운 날씨였다. 이런 보기드문 좋은 날에 공부를 하고 있으려니 엉덩이가 자꾸 들썩들썩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시험 끝나면 또 비오겠지? 그래서 해가 쨍쨍할 때 즐겨야한다며 지난 주는 매일 저녁마다 맥주를 마셨다. 바다 가서 마시고 발코니에서 마시고 잔디밭에서 마시고...
5.
여름코스를 신청했는데 하나는 붙고 하나는 떨어졌다. 룬드대학에서 하는 스웨덴어 코스였는데, SVA3 끝내고 대학가려는 사람들 대상으로 아카데믹 글쓰기를 알려주는 코스라고 했다. 나에게 딱 필요한 코스라고 생각해서 지원했건만... 대기번호가 떴다>< 20명도 안뽑은 것 같던데, 안 빠지겠지..? 안되겠지..? 이번 여름도 스웨덴어는 혼자 공부해야겠다. 그래도 예테보리 대학에서 하는 디스턴스 수학코스는 붙었지만, 그건 사실 공식적으로 합격하면 CSN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장점만 있을뿐, 불합격해도 수업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자 모두에게 제공하는 아주 인심좋은 코스다. (이공계 진학을 꿈꾸신다면 http://www.matematiskavetenskaper.se/ 참고해보세요. 꽤 좋은 코스인듯) 아 그래도 이걸 붙어서 CSN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래도 스웨덴어 코스를 붙었으면 했는데... 말하기 능력을 어떻게 해야 향상시킬 수 있는지가 고민이다.
6.
얼마 전에 어떤 저녁식사에서 중국사람을 만났는데, 스웨덴 사람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완벽한 스웨덴어를 구사했다. 알고보니 온지 5년밖에 안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깜짝 놀랐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말을 잘하냐 물었더니, 그냥 스웨덴 사람들 말하는 거 흉내내고 하다보니 됐다고 했다... 그게 되냐... 물론 억양과 악센트를 흉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법과 어휘에 대한 지식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친구는 사용하는 어휘도 남달랐고 문법도 완벽했고, 그래서 자신있게 말을 입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공부해야지. 그러다보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항상 결론은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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