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2018

면생리대, 생리컵 그리고 탐폰(부제: 결국 탐폰에 정착한 이야기)

by Bani B 2018. 10. 26.

시험기간에는 원래 딴짓을 더 많이 하게 되는 법. 


*

   첫 생리를 시작하고 나서 약 10년간, 시중에 판매하는 패드 생리대만 썼다. 사실 다른 옵션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 탐폰사용법은 배우지 않았다. 탐폰은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 쓰는 것이고 미혼여성이 쓰기엔 힘들다고 했다. 생리컵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원래 생리는 이렇게 귀찮고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면생리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천기저귀처럼 손세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꺼리다가, 의외로 세탁이 쉽다는 친구의 경험담을 듣고 면생리대를 구입했다.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매달 생리대를 사는 것보다야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면생리대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일회용생리대보다 흡수력도 나았다. 2년 정도 지나니 흡수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 새로 한번 구입하며 총 4년 정도를 사용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살게 되면서 면생리대 사용을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면생리대를 매일 바로바로 세탁하기는 어려우니, 집에 오면 통에 담가서 핏물을 한번 빼고, 헹궈놓고, 생리기간이 끝나면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리는 식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을 나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게 되니 생리대가 담긴 통을 계속 두는 게 좀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세탁기도 이 아파트는 공용세탁기를 쓰기 때문에, 아기 기저귀를 공용 세탁기에 세탁하지 않듯이 내 생리대를 공용세탁기에 세탁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가는 건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그러다가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진짜 너무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컵을 몸안에 넣는다는 게 너무 생소하게 느껴져서 과연 그게 부작용도 없고 편한 것인지에 대해 엄청나게 조사했다. 그러고 나서 지난 겨울에 컵을 하나 샀다. 

   편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환경에도 이게 면생리대보다도 좋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에서는 대부분 각 화장실칸에 세면대가 있으니, 바로바로 손을 씻을 수도 있었고 괜찮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만족했고, 주변에도 권했고, 몸에 더 맞는 생리컵을 찾으려 하나 더 구매했다. 그런데 어쩐지 생리컵은 늘 조금씩 샜다. 분명히 잘 넣었는데도 조금씩 새서 항상 속옷에 팬티라이너를 붙여야 했고, 양이 많은 날에는 아예 일회용 패드도 붙여야 했다. 잘 때도, 밤에 컵이 넘쳐서 샐까봐 불안했다. 반년 넘게 썼는데도 왠지 늘 불안했다. 


   그러다가, 친구가 탐폰을 써보지 그러냐고 말해줘서 마트에서 한번 사보았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어플리케이터가 딸린 걸 파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반대로 어플리케이터가 있는 걸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디지털 탐폰을 쓰게 되었는데... 생리컵으로 고생하다가 탐폰으로 온거라 의외로 굉장히 쉬웠다. 이렇게 넣으면 되는건가 하면서 쑥 넣었는데 그게 맞았고, 게다가 안 새서 감탄! 생리컵보다 탐폰이 확실히 안 새고, 잘못넣을 걱정도 적은 것 같다. 생리컵은 넣을 때마다 꼬리를 당기면서도 '이게... 제대로 된 거 맞나' 싶었는데 탐폰은 넣으면... 그냥 끝. 


   왜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탐폰 사용법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인가. 사실 생각해보면 탐폰 사용은 성경험 여부와 상관이 없는 것인데, 도대체 왜! 내가 이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생리기간 수면의 질이 조금은 더 나았을 것이고, 밤새 생리혈이 새지 않았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전거를 탈 때 승차감이 더 좋았을 것이고, 계곡이나 바다 갈 때도 좀더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인데 왜!!! 탐폰으로 광명찾게 된 후, 옛날에 일회용 패드를 사용하면서 불안해하던 수많은 밤들이 생각이 나서 화가 났다. 크기도 패드보다 훨씬 작아서(어플리케이터가 없는 탐폰은 정말 작다)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쓰레기도 패드보다 덜 나온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생리컵이 제일 낫겠지만, 생리컵에 적응못해서 늘 패드 붙이고 다닐 바에야 탐폰쓰고 편하게 다니는 게 쓰레기도 덜 나온다. 


*

   하지만 생리컵도 탐폰도 면생리대도 생리통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생리컵을 쓸 땐 오히려 생리통이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한번은 진짜 갑자기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기절할 뻔도 했다. (겨우겨우 화장실로 들어가서 생리컵을 빼내자 통증이 사라졌다) 생리통은... 그냥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 진통제 만세.


*

   생리컵에 적응 못해서 검색하다가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당신께, 저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자 쓴 글입니다. 부디 화이팅.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