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한국에서 가져온 마이크와 텔레비전
한국에 갔다가, 엄마가 인터넷을 바꾸면서 사은품으로 받았다는 텔레비전을 가지고 돌아왔다. 침실에 있던 탁자에 두니 사이즈가 딱 맞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가져온 블루투스 마이크와 크롬캐스트를 이용하니 노래방이 따로 없었다. 요즘에는 한국사람들끼리 모이면 각자 마이크 들고 와서 만난다는...>< 여튼 이걸 가져온 덕분에 1년동안 스트레스 참 잘 풀었다.
2월: 베트남 친구와 함께 맞은 설 명절
스프링롤을 정말 맛있게 잘 만드는 친구네 집에 가서 베트남 식으로 설을 맞았다. '반뗏'이라고 하는 저 음식은 참쌀, 녹두, 돼지고기를 바나나잎으로 싸서 만든 음식인데, 저걸 잘라서 한번 튀겨 먹었다. 신기하고도 풍족한 설날 상차림으로 시작한 한해.
3월: 눈
그러고보니 올해 3월에는 눈이 제법 왔었다. 봄도 꽤 늦었다. 2017년에는 이미 3월 말에 나물을 따러 갔던 것 같은데 올해 3월말에는 눈이 왔고 부활절도 그냥 룬드에서 보냈다. 여름이 이렇게 더울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봄...
4월: 명이나물 채집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오고 명이나물도 엄청 많이 땄다. 하지만 4월도 꽤 추웠으므로, 5월부터 갑자기 그렇게 더워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5월: 엄청 더운 날씨, 그리고 룬다카네발렌
5월 한 달 내내 룬드에는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다고 매일같이 밖에 나가서 잔디밭에 앉아 술을 마셨는데, 나중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 때문에 고생 좀 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룬드 축제Lundakarnevalen도 열렸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간 실망이었다. 걍... 한국의 흔한 대학 축제 같은 느낌...??
6월: 한국
한국에 가서 한국-스웨덴 전 월드컵 경기를 광화문에 가서 봤다. 사진은 스웨덴-스위스 전을 굳이 집앞 치킨집 가서 스웨덴 유니폼 입고 시청하는 그... 한국에 가서 가족들과 속초여행도 하고, 남자친구와 둘이서 도쿄 여행도 다녀오고, 친구들도 만나서 맛있는 것도 잔뜩 먹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치킨이 또 먹고 싶다...
7월: 스몰란드
스웨덴에 돌아와서는 스몰란드 별장에서 지냈다. 날씨가 말도 안되게 더웠는데 별장에 선풍기 따위가 있을리가 없었고, 그저 호수에 가서 헤엄이나 쳤다. 야외그릴 금지령까지 내려졌고, 스웨덴은 산불 때문에 난리였다. 당일치기로 작년에는 Vättern호수 근처에 갔었는데 올해는 스웨덴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Vänern 근처를 여행했다. 사진은 별장 앞에 있는 Rusken 호수. 스톡홀름에도 가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바닷물에 몸을 담가보았다. 저녁에 헤엄쳐도 하나도 춥지 않았던 희한한 여름.
8월: 친구들의 방문
스몰란드에서 뒹굴뒹굴하다가, 갑자기 취직을 해서 그 전에 스웨덴에 와서 놀겠다는 친구를 맞이하러 룬드로 내려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차를 렌트해서 스코네 곳곳을 돌아다닌 것. 운전은 당연히 친구가 했다... 좀더 훌륭한 호스트가 되기 위해 면허는 꼭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가 가고 나서 또 다른 친구가 와서 며칠 머물렀고, 시즌에 맞게 가재를 배터지게 먹었다. 친구들이 가고 나자 더운 열기가 가고 날씨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9월: 5년 공부의 시작
8월 마지막 주에 입학을 해서 9월 한달동안 신입생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벌써 한학기가 거의 다 가다니 시간은 참 빠르구먼...
10월: 이상하게 날씨가 좋았던 가을
올해는 정말 날씨 탓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사실 10월에는 공부만 했는지 찍은 사진이 별로 없고 기억나는 것도 별로 없다...
11월: Gåsamiddag
스코네에서는 Mårtensafton이라는, 11월 10일에 거위 요리를 먹는 풍습이 있다. 그동안 이걸 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우리도 거위 한번 먹어보자며 남친 어머님이 준비해주셨다. 스코네 명절(!) 답게 당연히 spettekaka는 덤. 아직도 spettekaka가 뭐가 맛있다는 건지 모르겠는 1인...
12월: 크리스마스, 그리고 시험기간
12월 20일부터 크리스마스 방학이었지만 동시에 시험기간이라 매일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도 사실 공부하다가 지겨워서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했지... 그래도 어제 저녁에는 나름 동네 언니들과 송년회를 조촐하게 했고, 연말에는 웁살라에 가서 친구들과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다.
2018년을 시작하면서 새해 목표를 '안빈낙도'라고 정했다. 공부 때문에 알바를 줄였던, 여름에 한국으로 여행을 가야하니 허리띠를 좀더 졸라매야했던 상반기를 무사히 잘 보냈고, 하반기는 CSN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먹고 싶은 걸 못먹고 지내는 생활은 아니다. (오히려 술값으로 너무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가진 것으로 잘 먹고 잘 놀았던 한 해였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대학에 입학해서 아직까진 잘 버티고 있으니 이것도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새해 소망은 뭘로 할까. 요즘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말은 '태산이 높다하되...'인데...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내년에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내년에는 여름에 한국 가는 거 빼고 별 계획이 없으니 그냥 학교-집 오가는 생활이 될 것 같다. 그래도, 한창 자전거 타고 알바하러 다닐 때 학교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얼마나 원했던가.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고 싶다고 징징대던 자신을 다시 떠올리며 감사하며 공부를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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