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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0

자가격리 해제 후 일상 + 스웨덴 운전면허 준비

by Bani B 2020. 7. 2.

27일에 자가격리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출소한 기쁨을 누리고, 그동안 쓰던 방을 청소하고 본래의 내 방으로 돌아왔다. 거실에도 눈치 안보고 앉아있을 수 있고, 밖에 나가서 엘리베이터도 탈 수 있다니! 그런 소소한 기쁨이 한 이틀쯤 갔던 것 같다.

 

   한국에 오자마자 2주동안 격리되어있었으므로, 이제서야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세상에... 진짜 다 마스크를 쓰네? 심지어 마스크 안쓰면 버스를 못타네? 마스크 없이는 백화점이나 마트에도 못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안심이 되기는 하는데 이걸 거의 반년동안 했으면 진짜 답답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염색하러 갔는데 미용사 분들이 다 마스크 쓰고 계신 걸 보고, '이걸 나는 과연 하루종일 쓰고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고작 며칠밖에 안썼는데도, 마스크 쓰는 게 답답해서 밖에 나가는 걸 고민하게 된다. 

 

   반면 식당이랑 카페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격리해제되자마자 가족끼리 자주 가던 식당에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 테이블 간격 정도는 떨어뜨려놓지 않았을까 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밥을 먹고 있었다. 아니 뭐... 나도 스웨덴에서 외식하고 그러긴 했지만 거기는 (워낙 스웨덴 질본이 일을 안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조심하느라) 식당들이 테이블 간격을 다 떼어놓거나 웬만하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먹거나 했어서 이런 다닥다닥을 정말 오랜만에 봐서 충격이었다. 과연 내가 여기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맞을까, 맞는 거겠지... 밥은 먹어야 하니까...? 

   이번 주말부터 친구들과 약속이 주르륵 잡혔는데 식당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심란했다. 내가 아픈 거는 상관이 없는데, 부모님이랑 같은 지내니까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약속이 다다다닥 붙어있으니 혹시라도 내가 걸리면 접촉자가 몇명이 되는 걸까...를 생각하니 식당에 갈 자신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식당에 가서 덤덤하게 밥을 먹을까, 아니면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집에서 만나자고 얘기할까, 어떻게든 한가하고 테이블 간격이 넓은 곳을 검색해서 거기로 갈까, 고민하다가 친구들에게 말해보았는데 다행히 친구들이 다 이해해주고 집이나 야외에서 만나자고들 해줘서 고마웠다. 

 

   이런 고민을 나는 고작 며칠 했지만 매일 회사에 마스크쓰고 나가서 일하고 점심시간에 식당가서 밥을 먹고 하는 친구들은 벌써 거의 반년쯤 매일 해왔던 고민이겠지. 

 

*

   내일 운전 도로주행연습을 하러 간다. 어찌된 건지 설명을 써보자면

1) 13년전에 한국에서 2종오토 면허를 땀. 근데 장롱임

2) 몇달전에 남자친구가 스웨덴 면허를 따서 엄청 자랑함. 짜증나서 나도 올해 안에 면허를 따겠다고 선언함. 주재원이나 단기체류자가 아니면 스웨덴 면허를 다시 따야하는데 오토로 딸까 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회사차(수동일 확률 99%)를 몰게 될지도 모르니 수동 면허를 따기로 함

3) 근데 스웨덴 운전학원 강습료가 너무 비쌈... 1시간에 최소 10만원. 검색해보니 한국 우리동네에서는 1시간에 55,000원이라길래 한국에서 수동 운전하는 법을 배워보기로 결심함

4) 이미 2종 오토면허로 7년무사고였으니까(장롱이니 당연히 무사고...) 2종 수동으로 면허 바꾸고(이 경우는 바꾸는 게 매우 쉬움. 걍 직진주행하면 합격이라고 들었음) 도로연수나 받으려고 했는데, 대부분의 운전학원은 2종 수동차량을 가지고 있지 않고, 2종 오토면허용 차량이거나 1종 보통면허용 차량(=포터)만 가지고 있다고 함. 그래서 한국에서 수동운전 배우고 싶으면 1종 보통면허 따는 걸로 등록해야한다고 함... 그러려면 도로주행시험 보고 면허를 다시 따야함(필기랑 기능은 면제)

5) 그래서 운전학원에 등록하고 병원에서 신체검사도 다시 한 후 1종 연습면허를 받음. 뭐 여기까지는... 걍 연습면허로 도로주행 수업만 몇 번 받고 한국에서 면허 딸 생각은 아니었음. 그냥 수동운전만 배운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했음

 

그런데

 

6) 격리에서 해방되자마자 운전학원에 가서 수업 등록을 하려고 하니까 안내해주시는 분이 "6시간 하셔야 하는데 3시간씩 두 번하시겠어요 아니면 2시간씩 세 번 하시겠어요?"라고 하셨고, 2시간씩 세 번 하는 수업일정을 잡고 나자 "그러면 시험은 마지막수업 바로 다음날 보는 걸로 할까요?"라고 하심. 네? 6시간 운전하고 바로 주행시험을 본다고요? 저 오토 장롱인데요? 제가 옛날에 면허 딸 때는 도로주행 적어도 10시간은 했던 거 같은데... "네, 요즘엔 6시간이고 보통은 그렇게 해도 따시더라고요" >_< 

7) 그 말을 듣고 알 수 없는 실험정신이 생겨서 '6시간만에 면허 딸 수 있는지 아닌지 테스트해볼까'라며 시험을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내일 첫 주행연습이고 다음 주에 두 번 더하고 시험본다... 과연...

 

   스웨덴 운전학원에도 온라인으로 등록을 했다. 미채님의 후기를 보고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시력검사를 하고 연습면허 같은 거 발급받아서(유효기간 5년) 운전학원 수업을 등록할 수 있는 사이트 계정을 받게 되는데, 보통은 운전학원에서 무료로 해주는 것 같다. 나는 2년 전에 시력검사 하고 연습면허 이미 받아놓은 적이 있어서 바로 계정을 받을 수 있었다. 집에서 자차로 연습하려면 동승자와 함께 교육을 들어야하고(하지만 우리는 자차도 없고 집사람도 면허딴지 얼마 안됐으므로 패스) 안전교육 두 가지를 들어야 한다. 안전교육1은 내가 신청할 수 있어서 8월 어느날로 적절하게 예약해놨는데, 안전교육2는 미끄러운 길에서 직접 운전해보고 빙글빙글 돌아보는 체험교육이라 운전학원에서 '내가 어느 정도 자동차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 후' 예약해주는 모양이다.

   그러고 나서 필기를 봐야하는데, 시험일 기준으로 안전교육이수가 되어있으면 되니까 시험을 미리 신청해두기로 했다. 운전학원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운전학원에서 필기관련 패키지도 안샀고 그냥 이거는 알아서 해볼 생각으로 trafikverket 홈페이지에서 개인적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룬드에서 가장 빠른 날짜가 9월 22일? 어차피 나는 그때쯤 볼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상관은 없는데, 이래서 필기는 미리미리 신청을 해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9월 22일 필기시험을 신청해버렸으므로 그 전까지 어떻게든 주행도 잘 해놓고 안전교육도 둘다 이수를 해놔야해서 아예 8월 스웨덴 운전교습도 다 예약을 했는데...(80분씩 10번 예약했는데 그렇게 이미 120만원이 깨졌다고 한다) 평이 좋은 강사는 벌써 이미 스케줄이 다 찼어!!! >_< 아니 내가 이걸 예약한 시점이 6월 말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어쩜 이렇게 계획적이지. 이미 두달 후 일정을 다 짜놓고 예약도 다 하다니... 

   다행히 요즘은 필기 붙으면 6개월은 유효한 거 같다.(원래는 2개월이었던 것이 4개월로 바뀌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6개월까지 봐준다고 한다) 근데 그 6개월 안에 주행 합격할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필기 한번에 붙을 수 있을까... 

 

   필기는... 운전학원 사이트에서도 온라인테스트 풀어보는 걸 살 수 있는데, 얼마전에 면허를 딴 집사람 말로는 거기서 똑같은 문제도 몇 개 나왔다고 했다. 난이도는 ikörkort가 쪼끔 더 높은 거 같은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그래서 온라인테스트는 그의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풀어보기로 해서 따로 구입은 안했고, ikörkort라는 앱을 다운받아서 공부하고 있는데 굉장히 훌륭하다. 전에 책을 사놓고 본 적도 있는데, 어플로 공부하면 좋은 점은 한 챕터 공부하고 바로 관련문제들이 나와서 풀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진이랑 동영상도 첨부를 잘 해놔서 이해가 쉽다. 다만 문제는 기억력이 딸리는 나 자신.........ㅠㅠ 나는 어릴 때부터 숫자덕후라 원래 숫자 외우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 

 

   과연.... 나의 2020면허프로젝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내일 처음으로 클러치를 밟을 생각에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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