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금 추운 겨울이 되려나보다. 웬일로 눈이 왔다. 스웨덴에 살면서 '웬일로 눈이 왔다'고 쓰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지난 겨울엔 한번도 눈을 못봤다. 2016년이랑 17년 겨울에는 룬드에도 눈이 좀 왔던 것 같은데... 어쨌든 아침에 일어나서 눈 쌓인 풍경을 보니 왠지 마음이 포근해졌다.
사실 지금 온라인 강의 틀어놓고 딴짓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아니라 학교 가서 듣는 거였어도 이 과목은 그냥 이렇게 딴짓했을 것 같다. 너무 재미가 없군. 그나저나 지난 주에 스코네에서만 확진자가 매일 천 명 정도 나왔는데, 계속 이 정도 속도면 스코네 사람 다 걸리는 거 아닌가? 다음 1월 학기도 이런 식으로 온라인 수업이 될 것 같은데 3월말부터 시작하는 학기는 어떻게 되려나. 그것도 온라인이라면 봄에 한국에 다녀오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벚꽃과 진달래가 보고 싶다.
운전학원은 아직도 다니고 있다. 이때까지 30번 다녔고 앞으로 20번은 더 해야할 것 같다. 운전 면허 따기 참 어렵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오토 할걸 왜 괜히 수동으로 한다고 우겨가지고...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게 다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이다. 그가 '수동운전을 몸에 익히면 인생이 한 눈금 더 즐거워진다'고만 안했어도. 그 인생이 어떻게 한눈금 더 즐거워지는지 궁금해서 수동을 고집하며 배우기 시작한 것이건만...
돈을 이쯤 투자하고 이렇게 많이 운전했으면 학원에서도 슬슬 "언제쯤 시험보는 걸 목표로 해서 앞으로 이러이러하게 남은 부분을 연습하자"라는 말을 해주면 좋겠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elevcentralen에 로그인하면 진도상황이 보이고 내가 어떤 부분을 잘 하고 어떤 부분을 아직 안했는지가 보인다. 그런데 가끔은 '아니 이 정도면 이 항목은 패스 시켜줘야하는거 아냐?'싶을 정도로 운전학원 선생님이 완벽을 추구하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세월아 네월아 계속 다니게 될 거 같아서 오늘 선생님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나 2월초에 시험 보게 해줘"라고 말했다. 그냥 그렇게 말하면 '너 아직 많이 부족해' 등등의 핑계를 댈 것 같아서 운전 수업 미리 예약한 걸 보여주면서 "내가 12월이랑 1월 두달동안 이렇게 많이 타면 2월에 운전면허 따는 게 정상 아님?" 하고 설득했다. 그랬더니 "음... 그러면 2월 말에 볼래?"라고 하는 것을, "아니, 늦어도 2월 둘째주에는 보고 싶어"하고 얘기했더니 바로 예약해줬다. 가끔은 이렇게 좀 강하게 얘기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만약 나처럼, 한국에서 운전 1도 안해보고 장롱면허거나 면허 없는데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따야하는데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연습시켜줄 차도 없고 동승자도 없는 상황에서 학원만 다녀야되는데 심지어 수동 면허를 따는 상황이라면,
1) 돈 넉넉히 준비하세여. 5만크로나는 준비하십쇼........
2) 운전에 익숙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운전연습도 못하는 상황이면 운전학원은 어차피 최소 30번은 다닌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당. 그리고 첫 다섯번은 각각 다른 선생님으로 예약해서 가르치는 스타일을 살펴보고, 그 중에 괜찮은 사람 하나 골라서 그 사람으로 쭉 예약하는 게 좋은 듯.
3) 한국에서 학원 다섯번 가서 수동운전 배운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엄청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한국학원에서 수동운전 배워오느니 그냥... 한국 오토 면허증으로 도로연수를 하면서 차폭감을 익히고, 차 주변 상황을 보는 걸 익히고, 교통상황에 맞춰서 속도 조절하고 그런 걸 연습할 것 같다. 아니면 그 돈 아껴서 그냥 스웨덴 운전학원에 몰빵하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 나는 그냥... 한국에서도 운전을 좀 해보고 싶고 한국 1종면허증도 갖고 싶어서 걍 다녔다. 여튼 가르치는 건 스웨덴 운전학원이 아주 기본부터 자세하게 잘 가르쳐준다.
4) 주차를 한다거나 사거리에서 코너 따라서 뒤로 후진하는 건 오래 안하면 까먹는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해서 매번 운전할 때마다 최소 한번은 주차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5) 내가 아무리 운전을 못해서 진도를 천천히 나가고 있더라도 너무 내 탓하지 말고 가끔 선생을 좀 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기분탓이긴 한데, 가끔 "나 2월에는 진짜 꼭 따야돼"라고 말하고 나면 선생님이 약간 '얘를 빨리 교육시켜야겠군'하고 좀더 빡세게 날 굴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지나 또 느슨해지면 나는 또 "나 2월에 면허 따야되는데 그전에 딸 수 있겠지? 어떤거 같아?"라고 물어보고 그러면 선생이 날 좀 더 신경쓰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6) 그래도 20번째 수업까지는 자신감 1도 없었는데 30번 타니까 그나마 자신감 쪼끔 생기고요... 플래시백 같은 데서 보니 개인연습 안하고 학원수업만 하면 50-60번 듣는 건 보통인 것 같습니다. 혹시 저같은 분 있으면 같이 힘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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