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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생활 팁/구직,학업 관련

채용시즌이 이렇게 또 지나간다

by Bani B 2023. 3. 23.

매년 2-3월에 블로그에 열심히 썼지만, 보통 섬머잡 공고는 1월부터 올라오기 시작해서 2월에는 지원을 해야하고 3월에 면접을 파바박 봐서 오퍼까지 받게 된다. 그렇다면 6월 대졸자의 신입채용은 어떨까...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큰 회사는 섬머잡 공고와 함께 신입 채용공고도 열심히 올라왔다. 전에 한번 썼던 것 같은데, 여기도 이제 graduate program이나 trainee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공채 같은 걸 뽑는 회사가 많아졌는데,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2-3월에 지원을 받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3월 말 전에는 채용확정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8-9월에 입사를 한다. 한국 공채는 지원마감일, 면접일, 발표일 이런게 확실히 정해져있지만 여기는 그런건 아니고, 무조건 빨리 지원하는 게 좋다. 그들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자리 차면 그냥 마감이다. '3월 며칠까지 지원하세요'라고 써있어도, 공고를 2월에 봤다면 무조건 그때 바로 지원하는 것을 추천한다. 저런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그냥 '주니어 개발자 구함' 이렇게 공고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 것도 무조건 지원은 빨리빨리...

 

   정규직 자리는 세 군데 지원을 했고 나머지는 다 섬머잡을 지원했다. 결국엔 그 세 군데 다 안된 것 같지만 섬머잡을 건졌으니 성공! 정규직 지원한 곳은, 세 군데 모두 꽤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평소에 눈여겨보던 회사들이었다. A,B는 자체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였고 C사는 컨설팅회사였다.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면 잔업도 많고 힘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나는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시작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A사에는 지인이 다니고 있고, 그 사람이 '우리 신입 많이 뽑으니까 지원해보라'고 해서, 그리고 거기서 원하는 기술스택이랑 다 맞아떨어져서 자신있게 지원했는데 사흘만에 '아쉽게도...'라는 메일이 왔다. 여기서 사실 자신감 좀 떨어짐... 아니, 나 그래도 여기서 스펙 좀 좋은 편인데? 자소서가 부족했나?ㅠㅠ B사에 지원한 거는 임신을 알고 난 후라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자소서에 솔직하게 '임신해서 9월 입사는 힘들지만, 혹시 입사시기 조정이 가능하다면 면접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런 식으로 썼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C사를 가장 마지막으로 지원했는데, 이미 A사 메일 때문에 자신감이 하락한 상태였던 데다가 C사는 채용과정이 뭔가 많아서 겁이 나기도 했고... 이미 '섬머잡을 구하는데 집중하자'고 다짐한 상태여서 제일 많이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떨어지더라도 코딩테스트나 면접을 거치면서 배울 게 많겠단 생각에 그냥 지원을 했고, 임신 얘기는 하지 않고 지원서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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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사 채용과정의 첫 관문은 인적성검사였다. 30대 스웨덴 엔지니어 지인들에게 말하면 고개를 저으며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 신입을 뽑는데 코딩테스트를 본다고? 우리때는 그냥 LTH 나오면 면접이나 보고 취업했는데'라고 하던데, 요즘엔 이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지난 가을에 논문프로젝트 구하면서도 어떤 회사에서 인적성검사를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언어를 선택할 수 있었고 무려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어서 아주 쉽게 봤다. 그런데 이번엔 옵션이 영어랑 스웨덴어밖에 없었고ㅠㅠ 호기롭게 스웨덴어를 선택하고 보는데... 적성검사에서 언어활용(?) 부분에서 애를 먹었다. 단어 다섯개가 있으면 네 개는 같은 카테고리의 단어고 하나는 전혀 생뚱맞은 게 있어서 그걸 고르는 문제들이었는데, 아니... 제가 이 나라 새들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아는 거라곤 까치랑 까마귀, 갈매기 정도인데... 물고기 이름은 또 어떻고요... 제가 해파리라는 단어를 설마 어떻게 알았겠냐고요... 그렇게 어휘활용부분을 반타작하고 자포자기하며 '아 그만둘까' 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수리/도형문제에서 만점을 받았다...? 어라 나 문과였는데... 지난 5년간 나는 정말로 그렇게 공대생이 되어버린걸까

 

   그렇게 하여 결국 그 다음 관문인 전화인터뷰에 초대를 받았다. 30분동안 리크루터랑 통화를 했는데, 얼굴이 안보이니 처음에는 긴장이 됐지만 하다보니 어떻게든 되더라. 맘에 들었는지 리크루터가 통화 후 바로 코딩테스트 인터뷰를 메일로 보내줬다.

 

   코딩테스트는... 어떤 곳은 라이브로 한두시간동안 한다던데, 여기는 아주 관대해서 48시간이 주어졌고 문제 세 개를 풀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제출하는 거였다. 선택할 수 있는 언어가 많아서 좋았고, 제일 만만한 자바를 선택해서 풀었다. 다행히 알고리즘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이 나온 데다가, 집에서 하는 거니까 아무거나 참고할 수 있어서 예전에 수업 과제했던 걸 다시 봐가면서 어찌어찌 풀었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자꾸 실행시간초과가 떠서 그거 해결하려고 애쓰다가 그냥 결국에는 설명에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잘 안됐다' 뭐 이런 식으로 썼다. 

 

   마지막 문제를 결국 미완으로 남긴채 제출해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이틀 후에 최종면접에 오라고 연락이 왔다. ??? 최종면접이요??? 이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정말로 정말로 코딩테스트를 통과할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여기는 9월 입사인데 나는 9월 출산... 임신 이야기를 미리 꺼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정말 고민이 많이 되었다. 스웨덴 여성개발자 페이스북 그룹에서 찾아봤는데 비슷한 사례가 있긴 했으나 답변이 반반이었다. '그런거 미리 말 안해도 돼'라는 사람과, '언제든 솔직한게 최고야'라는 사람... 나는 그냥 솔직한 걸 택하고 리크루터한테 메일을 보냈다.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임신중이라 9월 입사는 어려워. 하지만 입사일 조정이 가능하다면 기꺼이 면접에 가고 싶어'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전혀 미안해할 거 없고, 너만 원한다면 면접은 예정대로 진행될거야.' 

 

   그렇게 면접에 갔다. 처음 30분은 팀 매니저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30분은 다른 두 팀원과 셋이서 이야기한다고 했다. ...근데 나는 왜 이게 '테크니컬 인터뷰'일거라는 생각을 1도 해보지 않았을까?ㅎㅎㅎ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갑자기 팀매니저가 '자 그럼 내가 이제 테크니컬한 질문을 좀 해볼거야'라고 하는데 그때부터 내 멘탈은 바스라지기 시작했지만 태연한 척 하느라 아주 애를 썼다. ㅎㅎㅎ 그 얘기 나오기 전에 '어떤 거에 관심있어? 어떤 언어를 잘 해? 어떤 걸 해봤어?' 이런 질문들을 해서, 나는 그냥 정말 있는대로 다 말했었다. '학교에서는 자바랑 파이썬 주로 했고, 석사 전공은 인공지능이긴 한데 솔직히 모델 훈련하고 그러는거보다 소프트웨어개발에 더 관심이 있어. 그래도 NLP관련 프로젝트면 흥미가 있고 지금 논문도 자연어처리 관련된 주제야. 데이터베이스는 SQL을 주로 써봤는데, NoSQL 수업도 하나 듣긴 했어. 웹개발 관심있어서 따로 온라인수업 하나 들었고 리액트는 독학했어. 섬머잡할 때는 C# 했고. 스칼라나 하스켈 같은 함수형 프로그래밍도 재밌다고 생각해.' 그랬더니 내가 언급한 것들에 대해 '죄다' 물어봤다ㅎㅎㅎ 자바 자료구조에 관련된 질문은 그래도 학교 수업에서 매 시간마다 조교가 질문을 퍼부어댔고 그거에 대답하던 경험이 있어서 대부분 대답할 수 있었는데, SQL은... 아니 가장 기본적인 INNER JOIN이랑  OUTER JOIN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걸 스웨덴어로 설명해본 적이 없어! 버버버벅 버버버벅.... 그리고 다른거는... 그때는 그냥 머릿속이 하얘져서 뭔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거기서 망했다고 생각했다. 이때 깨달은 건, 어디 가서 '나 이런 거 해봤어, 이런 거 좀 잘 하는 것 같아'라고 얘기하고 싶으면 적어도 그거에 대한 테크니컬 인터뷰 질문을 좀 찾아보고 가거나 대비를 해가자... 마지막으로 질문 있냐길래 그냥 다시 한번 '입사일 조정이 가능하냐'고 물어봤고, '입사일 조정은 가능한데, 너의 임신여부는 이 채용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므로 이따가 들어오는 팀원들에게는 이 얘길 안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매니저는 떠나고 팀원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기 전에 매니저한테 '이따 오는 사람들하고도 테크니컬 인터뷰 하는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그가 분명 '아닐걸? 나도 그들이 뭘 물어볼지는 모르지만 아마 쉬운 질문을 할거야'라고 했다. 아니요... 아예 종이를 잔뜩 프린트해서 오셨는데여... 간단한 신상을 묻더니 바로 테크니컬 인터뷰로 들어갔다. 한 사람당 다섯개씩 해서 질문을 열개를 던졌는데, 그래도 여기는 좀 나았던게 아예 자바+객체지향개발 관련+너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거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사실 이때는 멘탈이 무너지다못해 그냥 '허허허' 웃는 지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고, 그래서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아니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며 그냥 조모임 하듯이 얘길 했고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분들 리액션이 너무 좋았어서 대답이 다 맞았던 건지 아님 걍 리액션만 좋았던 건지는 모르지만, 하나 빼고 대충 괜찮게 대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면접장을 나설 때에는 기분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 맞다. 이 회사는 전화인터뷰도 그렇고 이날 인터뷰를 하면서 한번도 나한테 '영어로 할까요, 스웨덴어로 할까요'라고 묻지 않고 바로 스웨덴어로 시작했다. (보통은 미리 물어본다.) 컨설팅 회사 중에는 스웨덴어랑 영어 둘다 요구하는 곳이 많아서 아마 스웨덴어 능력을 보고 싶어했던 것 같기도 하고. 면접보면서 '업무할 때 영어로 더 많이 하나 스웨덴어로 더 많이 하냐' 물어봤는데, '컨설팅회사다보니 고객사에 따라 다른데, 고객이 일반 회사면 외국인이 많아서 영어를 쓰기도 하는데 관공서랑 일하는 경우에는 스웨덴어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영어는 절대 스웨덴어보다 낫지 않기 때문에 의미없는 질문이었다. 저는 둘다 못하거든요ㅠㅠ 

 

   면접 후 바로 리크루터에게서 '다다음주까지 채용과정이 진행되므로 우리가 연락하기까지 최대 2주가 걸릴 수도 있다. 이해해달라'는 메일이 왔다. 그래서 기다렸는데ㅎㅎㅎ 3주가 지났는데 아무 연락이 안오는 거보니 그냥 난 안된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많은 걸 배워서 후회는 없다. 다음에는 꼭꼭꼭 테크니컬 인터뷰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회사 취직 누가 쉽대... 

 

   자 그럼 이제 섬머잡 구직과정 썰을 풀어보겠다. 대여섯군데 지원했는데 연락은 한군데도 오지 않았다. 아마 졸업예정자라서 그랬던 것 같다. 섬머잡은 보통 3-4학년을 뽑으니까. 그래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작년 여름에 일했던 회사에 연락해서 '올해 섬머잡 뽑아? 그렇담 나 관심있는데'라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부서장이 '그럼! 근데 너 이번에 졸업하지 않아? 취업 안해? 우리는 섬머잡만 뽑는데...'라고 했고, '그렇긴 한데 출산 전에 경험 더 쌓고 싶어서 섬머잡 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바로 팀 매니저에게 연결시켜 면접이 잡혔다. 그 팀 매니저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올해는 섬머잡도 코딩테스트 보거든... 근데 너는 작년에 여기서 일했으니 그건 필요없을 것 같고, 동료들도 다 좋은 레퍼런스를 줘서... 너만 원하면 바로 계약서 보낼게' 하고 면접이 끝났다. 네??? 여러분 이래서 커넥션이 중요합니다ㅠㅠ 처음에 연락했던 그 department 매니저도 사실 직접 같이 일한 적은 없는데, 작년에 같이 일했던 팀 매니저가 퇴사해서 딱히 연락할 사람이 애매해져서... 연말에 잠깐 회사 들렀을 때(여름에 잠깐 일한 학생한테 연락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가라고 하는 착한 회사였다...) 감사인사를 하면서 넌지시 '나중에 혹시 님들 채용하시는지 연락해서 물어봐도 되냐'고 물어본 게 다였다. 근데 진짜 이렇게 챙겨주다니. (인플레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시급도 올랐다!) 제가 이 여름, 제 한몸 불살라 열심히 일해보겠습니다! ㅠㅠㅠㅠ 

   그나저나 올해는 섬머잡도 코딩테스트 봤다는 말에 충격... 이 회사야말로 작년 인터뷰 봤던 회사중에 가장 널널하고 화기애애한 곳이었고, 오히려 내가 '코딩테스트는 안보나요?'라고 물어봐서 '섬머잡은 그런거 안봐'라고 했던 곳이었는데... 팀 매니저가 바뀌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정말 스웨덴이 변하고 있는 걸까. 나중을 대비해 여름에 틈틈이 코딩테스트 준비도 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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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머잡 못구하면 애 낳고 그냥 유모차 없이 아기띠로 버티며 돈을 아낄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아가야 엄마가 유모차 살 돈은 생긴 것 같아, 걱정마렴. 이상, 오늘 섬머잡 계약서 쓰고 기분 좋아서 쓰는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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