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2024

3월, 입사 후 두 달

by Bani B 2024. 3. 14.

일단 회사 얘기.
입사 후 두 달이 지났다. 공식적인 온보딩 기간이 끝났는데 그동안 정말 정신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지난 포스팅에서 두달동안 버그 하나 잡는 얘길 썼는데, 비유를 하자면 그것은…

- 빈대를 잡아보라고 함
- 일단 보이는 빈대만 처리할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빈대가 발도 못붙이게 들어엎을 것이냐 고민함. 일단 보이는 거만 처리하라 했지만, 신입의 패기로 ‘아예 발을 못붙이게 하자며’ 가구 다 꺼내다가 소독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
- 하지만 애초에 서투른 신입이라 시간이 좀 걸렸고, 어떻게 해야 앞으로 빈대가 발도 못붙이는지 알려줄 사람들이 자꾸 사라지는 상황
- 근데 세탁기를 고치러 온 사람, 오븐을 고치러 온 사람 등등, 벌레잡는 일이 마무리되기를 집밖에서 기다림
-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그냥 다시 가구 원상복구하고 사람들 들여보내라‘ 함.
- 그런데 마침 사수가 돌아와서 ’아 얘 거의 다 했는데 왜요 하루만 더 줘요‘ 했고… 그때까지 한 것들을 후다닥 마무리.

그래서 일단 빈대는 처리했지만 언제 벼룩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이 과정은 시간이 걸려서 답답하긴 했어도 재미는 있었고, 그 코드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회사 내에 존재해서 좋았다. (다만 자꾸 보육휴가 써서 회사 안오는 게 문제…) 하지만 다른 업무가 나를 아직도 너무 힘들게 하는 중인데, 이건 비유를 하자면:

- 길을 잘 찾도록 안내견을 한마리 훈련시켜보라함
- 강아지 한마리를 데려다가 훈련을 시킴.
- 훈련시킨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그럭저럭 쓸만했음.
- 갑자기 다른 팀에서 키워서 썼다가 지금은 놀고 있는 노령견을 데리고 와서는 그 강아지처럼 잘 써먹어보라 함.
- 근데 노령견은 눈도 잘 안보이고 고집도 세서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음… 여튼 그럭저럭 훈련시켰음
- 근데 노령견이 너무 잘 아픔… 그래서 이만 은퇴시켜주고 차라리 어린 강아지 하나 더 훈련시키자 했는데, 어떤 이유로 그 노령견을 꼭 써야하는 상황. 근데 나는 의사가 아니라 암것도 모르는데 이 개를 치료 비슷한거라도 해서 움직이게 해야함….
- 그동안 이 노령견을 키워온 사람들은 이미 퇴사를 했거나, 얘가 너무 어릴 때 키웠던 사람들이라 최근에 얘가 어땠는지 모르는 상황임. 여튼 입사 다음날부터 이 문제를 혼자 떠맡았는데 팀에서는 얘기할 사람이 없고 다른 팀 돌아다니며 조각조각 정보를 얻어 끼워맞추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썼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비유해놓고 나니 참 찰떡같네.

보스랑 이 문제에 대해 그저께 좀 오래 이야기했는데 다행히 보스도 내가 느끼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고, 당장은 아니지만 노령견 문제만 잘 해치우고 나면 그 후엔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시켜주겠다 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다른 팀 천사같은 아저씨가 ‘너 요즘 사람들한테 노령견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다니던데 그거 너 혼자 하긴 어려울텐데? 그거 내가 키운 개는 아닌데 비슷한 애 키워본 적있거든. 함께 살펴보자’며 같이 봐주고 코드리뷰도 꼼꼼하게 해줘서 이제야 속도가 좀 나고 있다. ㅠㅠ

여튼 뭐 그런 상황이다.

사실 신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걸 꼽자면 개발환경 세팅이 아니었을까?  특히… (의외로) 버전컨트롤. 깃에 익숙하고 사실 깃 이외에 다른 수단이 있는 줄 몰랐다. 옛날부터 다들 깃을 쓴 줄 알았지? 이 회사도 이제 거의 깃으로 이전했지만 구버전은 깃이 아니라 퍼포스를 쓴다고 한다… 안그래도 C++도 어색하고 어려운데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 ‘C#에 있는 이런이런 걸 쓰고 싶은데요’ ‘C++엔 그런 거 없음ㅇㅇ’) 완전 초면인 퍼포스까지 합쳐지니 더욱 정신이 혼미했다. 부랴부랴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고, 사내에 몇 남지않은 퍼포스 사용자를 수소문하여 대충 배우긴 했는데 아니 PR 수정하는게 뭐 이리 복잡해?

그리고 질문을 하는게 처음에는 힘들었다… 온보딩 플랜이 있어 교육을 받기는 해도, 내가 할 업무에 대해서 누가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학교 과제처럼 답이 있는 것도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해결책을 찾으러 물어보고 다녀야하는데… 같은 방에 누군가 앉아있으면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다 따로 각자 앉아있어서 누구한테 물어보려면 그의 방으로 찾아가거나 메신저로 개인메시지를 보내야하는 게 좀 부담스러웠다. 너무 귀찮게 하나 싶어서 망설이기도 했는데, 이젠… 눈치 안보고 질문한다 그냥. 난 신입이니까!! 좀 막히고 질문이 길어질거 같다 싶으면 아예 미팅을 잡고 기이일게 마음껏 물어본다.

여튼 결국 지난주부터 사내 위키문서 하나 만들고 이때까지 삽질한 것+구전으로 내려오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팀에 두 명이나 새로 오는데 그 사람들은 삽질 덜 하기를…

반응형

'일상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 6개월  (1) 2024.03.29
어느덧 3월 하순  (0) 2024.03.27
2월말 근황  (3) 2024.02.27
5개월 아기 근황 (feat. 이유식)  (1) 2024.02.25
2월  (0) 2024.02.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