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금요일에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기는 오자마자 장염에 걸렸고ㅠㅠ 지난 사흘동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 에미레이트 항공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었지만 가장 잘 해결된 것: 유모차 기내반입. 에미레이트 항공 홈페이지를 보면, 기내 수하물 기준규격인 55-48-22를 초과하면 안된다 써있고, 고객센터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아니 근데 저 기준 맞추는 유모차가 세상에 어딨냐고… 심지어 그 유명한 베이비젠 요요도 저거는 못맞출텐데? 우리집 유모차는 Beemoo easy fly lux 3모델로, 규격이 53-46-27정도 된다.
코펜하겐공항 체크인 카운터에 물어보니 ‘우린 게이트체크인은 안되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들어가. 비행기 갖고 타면 돼. 노 프라블럼’ 이라고 해서 그냥 들고 탔고, 정말 문제없이 캐빈에 넣을 수 있었다. 휴우 괜히 쫄았네.
유모차 못들고 타면 두바이공항에서 환승할 때 공항 유모차를 빌려야했을텐데 성수기라 그런가 공항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고 유모차 거치대도 텅-비어있었다. 우리 꺼 갖고 탈 수 있어서 다행이다ㅠㅠ
서비스는 의외로 실망스러웠다. 아기 전용 벨트를 안줘서 내가 요청을 해야했고, 아기들한테 주는 웰컴키트도 안줘서 그것도 따로 물어봐야했고, 그래서 점점 열이 오르는데 아기 기내식을 안줘서 폭발! >_< 아기 기내식 따로 나오냐고 물어보니 승무원이 ‘뭐가 필요한데? 분유? 스무디?’ 아니 내가 봤던 후기들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내가 ‘파우치에 든 이유식 같은게 없냐’ 물으니 스무디 하나 딱 갖다줌.
아니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놨는데? 그래서 다시 한번 정중히, ‘스무디는 간식이지 끼니가 아니잖아요. 아기가 먹는 죽이라던가 이유식 파우치가 있지 않을까요? 한살짜리가 먹는 거도 괜찮아요’했는데 그런거 없고 스무디만 있다고 했다… 근데 이 말을 좀 곱게 했으면 나도 화가 나진 않았을건데, 꼭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듯이 ”이 스무디가 맘에 안드는거야? 우리 이거 말곤 없어”라고 ‘띠껍게’ 얘기해서 화가 남… “그럼 에미레이트 홈페이지에 베이비밀 제공한다고 쓰질 말아야지. 지금 이게 한두시간 짜리도 아니고 긴 비행인데 아기한테 스무디나 주란 말이야? 어른들은 메인 밀이랑 간식 다 받고, 에미레이트 홈페이지에도 베이비밀 부분에 메인 디쉬랑 디저트를 제공한다는 듯이 써있고, 보통은 비행할 때 그런 베이비밀 ‘세트’를 받는단 후기를 많이 봤어. 근데 우린 스무디 딱 하나를 받았네? 비상시에 대비해 좀 넉넉히 챙겨오긴 했는데, 기내식 받을 걸 감안해서 짐싸는 사람이면 난감할 거 같아. 더군다나 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미리 확인도 했어. 이 비행기만 그런거야 다른 비행편도 그런거야? 그리고 너네 아까부터 뭐 하나 제때 준 게 없어. 사실 아까 아기벨트랑 웰컴키트도 그렇고, 내가 아기 밀 안물어봤음 이 스무디도 못받았겠지? 이런건 너네가 먼저 나에게 제공해줘야하는 거 아니야? 내가 일일이 다 스스로 챙겨야 이런 서비스들을 받을 수 있다는게 아주 실망스럽네“라고 다다다다 말하니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고… 사무장이 왔다. 사무장은 좀 나이스하게 얘기하긴 했는데 결국에는 ‘우린 스무디밖에 없어. 아기들이 원하는 메뉴가 다 다르고 먹을 수 있는게 다 다르니 그걸 챙기는 건 부모들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 나도 애가 둘인데 말이야…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그 다음 비행편인 두바이-서울 구간 역시, 베이비밀 제공은 없었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A380이 크고 편하다는 인식 땜에 탔던 건데 보잉777이 더 편한 느낌이었고, 환승도 너무 번거로웠고, 다음엔 에미레이트 안 탈 것 같다.
그리고 이 시트 익스텐더의 존재를 알려주신 블로거님 사…사랑합니다!!ㅠㅠ 아기는 여기서 푹 자고 푹 잘 놀며 긴 비행을 견뎠다.
2. 장염
금요일 저녁에 한국에 왔고, 아기는 꽤 컨디션이 괜찮아보였다. 집에 와서 할머니할아버지한테 재롱을 부리고 열심히 집안을 누볐다.
그런데 그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한번 토하고, 나중에 또 한번 토했다. 물도 분유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점점 애가 처져 기운이 없어보였다. 세번째 토했을 때 정말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 싶었다. 그게 토요일 오후 6시… 천안아산에 그 시간에 문여는 소아과가 딱 한군데 있어서 부랴부랴 차를 타고 갔다. 긴긴 기다림 끝에 피검사를 하고 진료를 보니 장염ㅠㅠㅠㅠ 탈수증상이 있으니 수액을 맞고 밤 11시쯤 집에 왔다. 다행히 수액 맞고 나서 아기는 좀 쌩쌩해보였고 조금 놀다가 잠이 들었다.
근데 장염에 걸린 건 아기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편도 나도 밤에 엄청난 복통과 구토로 고생을 하고 다음날 비몽사몽하며 아기에게 이유식을 약간 먹였다. 근데 아가가 또 먹은걸 다 토해ㅠㅠㅠㅠㅠ 조금 기다렸다가 또 시도해봤는데 물이고 뭐고 다 토하고 설사도 엄청 하고… 아예 기운이 없어서 초점도 나가있는 거 같고…
아무래도 또 수액이라도 맞혀야할 거 같기도 한데 확신이 없어서 119 의료상담을 해봤다. 근데 별 도움은 안됐다… 119 전화해서 응급은 아니고 의료상담 받고 싶다 하면 연결해주는데, 아기가 좀 많이 처진 거 같으면 병원에 가라고 해서 ‘오늘 일요일인데 근처 어디 갈 수 있을까요’ 물어보니 ’아기가 너무 어려서… 아기가 갈 수 있는 데는 충남 전체에는 없고요 세종이나 수원 같은데로 가셔야할 거 같아요. 조회해서 문자로 알려드릴게요‘라고 했다. 그리고 그 문자는 오지 않았….>_<
검색하니 전날 갔던 그 병원이 일요일도 한다길래 또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하지만 접수마감시간까지 한시간 남짓 남았는데 아빠는 일 때문에 미팅중이고 병원은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_< 택시를 타볼까 싶어서 콜택시 전화걸어 카시트 택시가 있는지 문의했는데 잘 모르지만 아마 없을거라 하고, 아기띠 안고 타자니 남편이 완강히 반대하고ㅠㅠ 다행히 아빠가 미팅을 급히 마무리하고 오셔서 태워주셨다. 시내버스가 다 저상인 것도 아니고, 차 없는 사람들은 애 어떻게 키우지? 자차 없으면 아기 키우기도 쉽지 않겠다 싶다. 여튼 그렇게 또 병원 가서 진료 보고 수액 맞히고 왔더니 좀 살아났다.
병원비 내역을 보니 의사 진찰비가 약 5만원(야간수당 포함), 혈액검사한 게 약 5만원, 수액 맞은게 5만원 이렇게 해서 15만원이었고, 두번째날에는 피검사는 안해서 10만원 정도가 나왔다. 약값은 약 3만원 나옴… 스웨덴 가서 보험청구를 하려고 영문진단서를 부탁드리고 왔다.
3. 주민등록
그렇게 주말을 병원에 왔다갔다하며 보내고(+건강보험없이 병원비를 쌩으로 내고…) 오늘 오전에 동사무소에 갔다. 해외에서 출생신고한 아기를 등록하는 법을 검색해 필요한 서류를 미리 알아봤는데, 내 신분증, 아기 여권(입국 때 사용한 한국여권을 보여드림), 세대주가 동행하는 경우에는 세대주 신분증, 동행하지 않으면 세대주 신분증과 인감도장이 있어야한다 했다. 아빠가 시간맞춰 와주셔서 이 부분은 해결. 안내에 따라 서류작성하고 나니 금세 아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나왔다.
그러고 나서 수당 같은 거 신청하려면 따로 복지창구 가라고 해서 등본을 떼어서 거기로 갔다.(이거 필수! 헛걸음 안하려면 민원창구에서 주민등록 끝나자마자 거기서 등본 떼어서 복지창구로 가세요) 아기 여권들(한국여권, 스웨덴여권), 통장사본(여기는 모바일로 캡처해서 문자로 보낼수 있었다), 내 신분증 이렇게 필요했고,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니 신청이 되었다고 안내해주셨다. 한국에서 임신/출산을 안했으면 국민행복카드가 없을텐데 미리 만들어가면 좋다. 나는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 앱에서 미리 만들어서 갔다.
이렇게 준비를 했건만…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건 등본 발급 수수료 400원이었다 >__< 한국 현금은 없고… 한국 카드를 집에 두고 왔고… 스웨덴 카드로 긁으니 너무 적은금액이라 그런지 안된다고 했다. 부랴부랴 주차장에 계시던 아버지가 천원짜리 들고 나타남…ㅠㅠ 등본 수수료 꼭 챙겨가세여…
그리고 등본 말고 가족관계증명서에 아기 주민번호 뒷자리가 찍히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되는데, 그게 완료되어야 건강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도 건강보험 가입은 하지 못했다. 장염은 좀 괜찮아지고 있는 거 같은데 팔다리에 자꾸 뭐가 나서… 그저께 소아과에서는 ‘전염성 연속종’이라는, 이른바 ‘물사마귀’니까 몇달 냅두면 사라진다고 했는데 뭔가 점점 심해져서 내일 병원을 또 가볼까 싶다 휴우… 이거 스웨덴 보험에서 다 받을 수 있기를.
….라고 썼었는데 다음날 병원 또 가보니 이미 아기 건강보험 가입됐다고 함 >_< 가족관계증명서도 떼어보니 주민번호 뒷자리 찍혀있었다. 동사무소에서는 1-2주 걸린다 했는데 하루만에 다 됐고, 건강보험 신규가입하는 거 아니고 기존 세대 아래 올리는 거면 따로 서류 안보내도 자동으로 되는건가보다. 다만 주민등록일 기준으로 가입되는 거라 그 전에 주말에 병원 갔던 건 소급적용 안된다고ㅠㅠ
내 여행계획에 아기가 아프다는 가정은 없었어서 꽤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안아팠던게 다행히고 제때 병원도 갈 수 있었어서 다행이다.
아기와의 한국 여행은 정말 매우 다르다. 너무 더워 집앞 마트 가는 것도 좀 망설여지고 유모차가 갈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해야하며(골목주차 땜에 성질 버리는 건 덤) 외식 대신 배달이고, 쿠팡 로켓배송의 노예가 되고 있다. 토요일 낮에 마트 가서 샤인머스캣 사왔는데 아직도 못먹음… 먹을 시간이 정말 없었다… 이번주에 미용실 갈 수 있을까…?
'일상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 첫 돌 (14) | 2024.09.28 |
---|---|
돌 아기와 한국에서의 한 달 (5) | 2024.09.21 |
우리 아가, 10개월 (1) | 2024.08.07 |
8월 초 (0) | 2024.08.07 |
7월 중순 (1) | 2024.07.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