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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임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동네방네 떠벌리는 느낌이라 망설였지만, 어쨌든 내 인생에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말하지 않고서는 올해 근황을 기록할 수 없어서 적어보기로 했다. 지난 12월 그동안 피임약을 잘 먹고 있었는데 하필 12월에 거의 안먹었다. 남편도 아프고 나도 컨디션이 별로여서 뭐 임신이 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이참에 피임약 휴약기를 가져볼까, 대신 1월부터는 다시 잘 챙겨먹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피임약 끊는다고 바로 임신이 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고, 사실 그동안도 피임약을 들쭉날쭉 다른 시간이 먹은 날도 많고 빼먹은 날도 많은데 아무일도 없었으니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안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틀렸어! 틀렸다고! 이걸 굳이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 2023. 3. 11.
2023년 첫 글 휴우, 벌써 2월이다. * 보통 연말은 매년 같이 보내던 친구들이 있어서, 스톡홀름에 있는 그 친구들 집에 가서 보내거나 그 친구들이 룬드로 내려와서 같이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어쩌다보니 각자 보내게 되었다. 룬드와 말뫼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말뫼에 가서 불꽃놀이도 보고, 한식 일식 스웨덴식 베트남식을 먹으며, 연말을 차분하지만 즐겁게 보냈다. 바빠지기 전에 짧게 여행을 가고 싶어서, 2년 넘게 가르친 과외제자의 집을 방문했다. 룬드에서 기차타고 8시간 걸려 Värmland는 처음 가봤는데 끝없이 펼쳐지는 숲과, 바다처럼 큰 Vänern호수와, 끝없이 오는 눈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스코네는 사실 '여기가 스웨덴인가..?'싶을 때가 종종 있지만, Värmland는 정말 '스웨덴'스러운 곳이었다. 과외제자는.. 2023. 2. 5.
스웨덴의 특이한 크리스마스 맥주&음료 크리스마스 자체는 그리 신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약간 들뜨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 맥주 때문이다! 시스템볼라겟에 크리스마스 맥주 섹션이 따로 생기고 글뢱Glögg(글뤼와인, 뱅쇼 같은거)도 막 나오고 그래서 바구니에 담다보면 지출이 훅 늘어난다. 이미 옛날부터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음료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12월은 늘 기말과제 때문에 바빠서 하지 못했다. 이제 좀 한가해졌으니 맘껏 마시고(!) 글을 써 보겠다. 특이한 맛을 지닌 스웨덴 크리스마스 맥주 또는 사이다 1. 불꽃놀이맛(!) 흑맥주 - Vinterbloss 스웨덴에서 가장 좋아하는 브루어리를 꼽으라면 Stigbergets, Omnipollo, Remmarlöv를 꼽겠다. 여기서 나오는 맥주들은 그냥 믿고 마신.. 2022. 12. 22.
12월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정말 요즘 그게 실감이 난다. 다다음주면 벌써 2023년이라니, 정말인가... 2018년에 입학을 했을 때 내가 대강 몇년도에 졸업을 하게 될지 계산해보고는 눈앞이 캄캄했다. 2023년 여름 졸업이라니. 그때로서는 아직 2020년도 멀게 느껴졌을 때라 2023년이 되어야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된다는 게 정말 먼 미래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한학기가 지나고 학사시스템에 들어갔는데 '총 300학점 중 30학점 이수했음'이라고 써있어서 더욱 절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고작 10퍼센트를 마쳤다니. 언제 300학점 다 채우나 정말 막막했다. 이제 나는 300학점 중 262.5학점을 채웠고, 다음 달이면 7.5학점이 들어와서 270학점이 될 예정이다. 이.. 2022. 12. 16.
긴 방학이 끝나고 스웨덴에 돌아왔다 지난 목요일 밤에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금요일 아침에 스웨덴에 왔다. 밤비행기라서 낮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을 여유도 있었고, 짐을 싸다가 갑자기 슈퍼에 가서 뭔가 더 사와서 채울 여유도 있었고,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구두 수선도 가서 할 수 있었고, 집앞 미용실에 들러서 삼천원 내고 앞머리를 자를 여유도 있었다. 우리가 있었던 삼개월동안 비가 온 날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늘 포근하고 좋았는데, 마지막 날 역시 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쏟아져서 공항에 가기 전에 산책을 했다. "이런 햇빛은 앞으로 반년은 기다려야하니까 지금 많이 햇빛을 쬐야해." 조금 이른 저녁식사까지 하고 공항에 가는 버스를 탔다. 지방출도착 공항버스가 다시 재개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전날 서울 올라가서 잤겠.. 2022. 11. 30.
한국살이, 세 달 세 달동안의 한국살이가 끝나간다. 목요일 밤에 다시 출국이라 이제 내일부터는 청소와 짐싸기를 해야하는데 짐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아니, 올 때 가방 하나를 선물로 채워왔으니 오히려 비어야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옷과 책을 많이 샀고 음식도 좀 사서 갈 예정이고 전기장판도 들고 갈 예정이다. 아버지가 전기장판 사업을 하시는데 얇고 가볍고 전기 잘 안먹는 탄소섬유소재의 전기장판이라 다섯 개 정도 들고 가서 스웨덴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예정. 다섯개.... 가방 하나에 다 넣을 수 있겠지. 더블 매트는 무려 양쪽 각각 따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온도차가 다른 남편과 함께 쓰기에 딱이다. (궁금하시다면 메일로 연락주세요) - 지난 주 금요일에 10주간의 한국어 수업도 끝나고 남편은 글쓰기상을.. 2022. 11. 20.
11월 첫날, 한국 살이 두 달 ...이 되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토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에 돌아가야했지만 결국 비행기표를 바꿔 11월 하순까지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 막상 남편과 함께 부모님집에 얹혀서 살아보니 여기가 나에게도 내집같지 않은데 나 없이 남편이 여기서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엄마도 의사소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11-12월을 어떻게 보낼까 하며 생각해본 옵션 중에 '학교 가서 오프라인을 수업을 듣겠다'는 옵션은 지워버렸고, 11월 중순에 학교에서 있을 취업박람회도 계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비행기표를 바꾸고 난 며칠 후, 졸업논문 프로젝트를 구했다. 제때 못구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력서를 보낸 여섯 회사 중 네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지난 주에는.. 2022. 11. 1.
한국살이 한 달, 그리고 졸업준비 시간이 빨리 갈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남편이 어학당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시간이 안가는 것 같더니 (항상 그와 놀아줘야했으므로...) 그가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사귀어서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주 3회 수영강습에도 다녔고, 재택으로 알바도 했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 한국어학당은 진도가 확실히 빠른 것 같고 숙제도 엄청 내주는 것 같다. 매일 단어시험을 보기 때문에 남편은 집에 와서도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숙제를 하며 공부를 한다. 너무 열심히 해서 저러다 번아웃이 올것 같아 걱정이지만... 학교 다녀와서 이것저것 조잘조잘 물어볼 때면 그냥 흐뭇하다! 자식 학교 보내면 이런 마음일까... 한.. 2022. 10. 12.
2022 스웨덴 선거 2022년 9월 11일은 스웨덴 선거가 있었다. 스웨덴은 4년에 한번씩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한꺼번에 하는데,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지방선거를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아직 2년밖에 살지 않았어서 투표를 못했고, 올해는 선거권이 있어서 지방선거를 할 수 있었다. 8월 하순부터 사전투표기간이라서 한국오기 전에 집 근처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고 왔다. 우리나라는 사전투표기간이 짧게 정해져있지만, 이 나라는 사전투표기간이 굉장히 길어서 벌써 2-3주전부터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투표소에 가면 신원 체크하고 투표지를 주는데, 여기는 투표지를 그냥 내가 아예 집에서부터 들고 갈 수가 있고(정당에서 엄청나게 우편물이 날아온다... 자기네 정당 투표지를 넣어주는데 그걸 들고 가도 .. 2022. 9. 12.
올해 두번째 한국 입국 5월 한달을 한국에서 보내고, 9월 1일에 또 한국에 왔다. 지난 봄에는 아버지가 편찮으시대서 갑자기 온 거였지만(그리고 아주 다행히도 치료가 잘 되었다) 이번 가을여행이야말로 우리가 1년에 걸쳐 준비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내가 그의 모국어를 배웠듯이, 그도 내 모국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그도 정말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했지만 독학체질은 아닌 것 같았고, 학원에 보내기에는 간호사 3교대 근무에 맞지 않았다. 과외는 싫고 꾸준히 학교에 가서 숙제도 하고 시험도 보고 다른 사람들이랑 으쌰으쌰하면서 배우고 싶어했다. 그러면 한국가서 어학당 가는 게 최고인데, 대학부설 어학원은 한 코스에 10주로 수업을 해서 아무리 스웨덴 휴가가 길더라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다 내 남은 학점을.. 2022. 9. 6.
스웨덴에서의 두번째 인턴 후기 (+지원 팁) 작년에 했던 섬머잡에 대해서 그렇게 길게 쓰지는 않았어서, 스스로 정리도 해볼 겸 적어보려한다. 한국에서도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에 인턴을 하지만 여기는 뭔가 더 많이 대대적으로 섬머잡 인원을 뽑는 분위기이다. 여름 인턴 성격의 섬머잡일 수도 있고, 양로원에서 어르신들을 돕는 일이라던가 청소하는 일 등의 경우 정말 '휴가가는 인력 땜빵, 실전에 바로 투입'하는 성격으로 섬머잡을 뽑는다. 동기들 중에 처음에는 간단한 파트타임 보조업무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풀타임으로 실전에 투입되어 일하는 실력좋은 애들도 있지만 보통은 실전에 바로 투입될 정도는 아니므로 이 업계는 '인턴' 성격의 섬머잡을 많이 채용하는 것 같다. 작년에 일했을 때는 포지션 이름이 아예 '테크 인턴'이었고, 올해는 '엔지니어 보조'라는 타이틀로 .. 2022. 8. 17.
쿵스레덴 뺨치는 스웨덴 Jämtlandstriangeln 3박4일 하이킹 (영상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작년에 쿵스레덴을 다녀오면서 다시는 이런 트레킹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 때 봤던 풍경들은 참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은더운 여름 날씨를 만끽할 때 추운 곳에 가서 비를 맞으며 고생하는 건 인생에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해가 되어 앞으로 1년동안 뭘 하며 지낼까를 대략 계획하면서, 그리고 올해 여름은 어디서 무얼할까 고민하면서 그 산이 다시 떠올랐다. 물론… 비싼 돈을 주고 산 하이킹 관련 물품들을 다시 써먹어야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집사람과 어딜 갈까 했는데 그가 가고싶어하는 코스는 내가 가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았고, 작년에 1주일간의 하이킹이 좀 길게 느껴졌으므로 이번에는 3박 정도로 짧게 다녀오고 싶었다. ...라고 했더니 그가 옘틀.. 2022.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