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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60

스웨덴에서 나는 행복..한가? 며칠 전에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서 갑자기 카톡이 왔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하더니 대뜸 물었다. "너는 거기서 행복하니?" 서른살이 가까워오면서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이직' 또는 '터닝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곤 했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던 인생인가, 이대로 냅두면 나는 앞으로 몇십년동안 이 일을 계속할텐데 정말 괜찮을까, 차라리 지금 뭔가 바꿔야하는 거 아닐까, 퇴사를 한다면 지금이 아닐까, 워홀을 갈까, 여행을 갈까, 유학을 갈까, 이직을 할까, 결혼을 할까 등등. 그러다보니 '이민'이라는 엄청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내가 어찌 사는지 궁금했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 달리기를 하면서, 걸으면서, 잠이 들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직장다닐 때보다 지금 스웨덴에서 입에.. 2017. 8. 9.
Språket i P1 (출처: Sveriges Radio. http://sverigesradio.se/sida/avsnitt?programid=411)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TV 프로그램 몇 가지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다. (http://banisblogg.tistory.com/229)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P1 에서 하는 Språket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스웨덴어 맞춤법(!)이나 신조어, 방언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고 주제가 재밌고 그리 길지 않아서 버스나 기차탈 때 듣기 딱이다. "innan이랑 före는 같은 뜻일까?" "att이랑 för att은 어떻게 구분해서 쓸까?" "prova랑 pröva는 어떻게 다를까?" 등의, 정말 평소에도 자주 .. 2017. 5. 28.
이번 학기 공부 끝! 일은 6월 중순까지 계속 하지만, 공부하고 있던 것은 오늘로 끝났다! 이제 스벤스카 끝! *작년 9월, SFI 선생이 이제 졸업시험 보라고 했을 때, 그 다음 코스는 어떻게 신청해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신청해야하는지 감이 안잡혀서 이 동네에 오래 살면서 대학공부까지 시작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지금에서야 SAS1을 끝냈겠지만, 친구가 기가 막힌 조언을 해주었다. "어차피 콤북스에서 오랫동안 스웨덴어 수업 들어봤자 그리 크게 늘지 않고, 차라리 빨리빨리 끝내고 얼른 스웨덴 사람들이랑 일을 하던가 스웨덴 애들이랑 공부를 해야 빨리 느는 것 같아." 그래서 친구가 디스턴스로 공부하면 반년만에 SAS 1,2,3을 끝내는 게 가능하다고, 빡세게 대입공부 하는 셈 치고 해보.. 2017. 5. 27.
벌써 일년. 스웨덴으로 이사온 지 딱 1년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다고 했을 때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아쉽긴 하지만 여튼 잘 살아라,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겠지만 그래도 종종 안부 전해라 등등.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말들이 있었다. "그래도 스웨덴이 더 살기 좋겠지?" 솔직히 인정한다. 만약 다른 나라였다면 이민을 갈지말지 좀더 고민했을텐데 스웨덴이었으니까 그 고민의 시간이 좀더 짧았던 거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만 29세 미만 저소득자에게 주거비를 월 1000크로나 넘게 지원해주고,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이 나라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초기 정착비를 더 모으느라 아직도 한국에 있었을 것이다. 영주권을 받으면 스웨덴 사람과 마찬가지로 약 3000크로나씩 매달 교육보조금을 주는 나라니까 안심하고.. 2017. 4. 28.
2017 부활절 이야기 이제 다음 주면 이 나라로 이사온지도 1년이 된다. 미드섬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이제 부활절påsk까지 해서 이 나라 명절을 다 지내보았다. 음... 우리나라 설날이나 추석 때 송편이나 떡국을 제외하고는 차례음식은 별 차이가 없듯이, 이 나라도 명절 음식은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청어절임, 미트볼, 소시지, 파이를 먹고 율무스트julmust나 포스크무스트påskmust같은, 이름은 달라도 결국 맛은 같은 음료를 먹는 게 이 나라의 전통인 것 같다. 어쨌든, 스웨덴에서 처음 맞이해본 부활절 사진을 조금 풀어볼까 한다. 1. Påsköl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맥주julöl를 판다면, 부활절에는 부활절맥주påsköl을 판다. 라벨만 보면 무슨, 계란 맛 나고 치킨 맛 날 거 같지만 사실 굉.. 2017. 4. 22.
수학과 나. (친구네 가족이 기르는 염소들... 이제 써먹을 사진이 없다.) 누가 보면 수험생 블로그인 줄 알겠네... 어제 "영어와 나" 포스팅에 이어서 오늘은 "수학과 나"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이번 주부터 플렉시블로 수학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각각 계획을 따로 세우고 그에 따라서 기말시험을 볼 날짜가 정해진다. 플렉시블은 콤북스에 출석해서 강의를 듣는 수업은 아니고, 집에서 자습한 다음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을 만나서 궁금한 거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사실 수학을 좋아한다. 영어보다 훠어어어얼씬 좋아한다. 비록 고2 1학기 때 30점을 찍긴 했지만 그때는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30점 받던 시절에도 수학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친듯이 공부해서, 나중에는 당연히 만.. 2017. 4. 13.
영어와 나. 이번 주에 영어6을 드디어(ㅠㅠㅠㅠㅠ) 끝낼 예정이다. 그저께에도 영어 숙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한숨을 백 번은 쉰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영어가 싫었는가. 영어와 나와의 이 기나긴 애증의 시간을 돌이켜보았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AFKN인지 뭔지 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말을 했다고 한다. 그냥 그걸 내버려뒀으면 내가 영어를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기엔 한국어로 읽을 거리가 많았으니.. 나한테 조기영어교육은 아무래도 무리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 영어를 접할 일이 없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해 학교에서 선생님이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집 근처에 영어학원이 생겼고,.. 2017. 4. 11.
드!디!어! 부활절 휴가 :) ....는 사실 다음 주긴 하지만. 요즘에는 화,수,목 일을 해서 어제로 이번주 일정이 끝났다. 다음 주는 부활절 방학이라서 초등학교 수업이 없고, 어학원 수업은 어른들이므로 방학도 안하고 해야하긴 한데 그냥 휴강한다고 통보했다. 다음 주는 일하고 싶지 않아... 애들이 방학이면 나도 방학해야지! * 그저께 한국어 수업이 끝나고 한 수강생 분이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사실 다른 분들은 이제 한글을 웬만큼 읽는데, 이 분은 아직도 한글을 잘 못읽으셔서 내가 말하는 것을 로마자로 소리나는 대로 받아적으신다. 게다가 스웨덴어에는 없는 '조사'의 존재가 너무나 어려우셨던 모양이다. "나 한국사람이에요"라고 하면 되지, 왜 '나' 다음에 '는'을 써야하는지 모르겠단다. 그리고 사실 내가 칠판에다가 쓸 때 교.. 2017. 4. 7.
스웨덴에서 찾은 명이나물 ramslök 요즘 친구들 집에 가면 다들 명이나물(또는 산마늘이라고도 한다) 장아찌나 페스토 쯤은 기본으로 갖춰놓고 있는 것 같다.(여기 사는 한국 친구들 얘기다.) 스웨덴 사람들은 그리 많이 먹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명이나물의 존재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명이나물은 귀한데, 여기도 그리 흔하게 자라지는 않고 스코네에서도 그늘이 좀 진 숲 같은 데서 자라는 것 같다. 블레킹예Blekinge에서는 명이나물 채취가 금지되어 있지만 스코네에서는 괜찮다고 해서 몇 번 따러 갔었다. 처음에 갔던 곳은 친구가 알려준 곳인데, 이 곳에서 나물을 따는 게 불법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우리끼리 토론하고 있다. 누가 씨를 뿌리고 기른 게 아니니까 괜찮다, 조사해봤는데 소유주가 있는 땅인 것 같다, 등등... .. 2017. 4. 2.
3월 18일, 일기. 어제 오늘 블로그 포스팅이 많은 이유는 동거인이 부활절 전에 시골 가서 미리 나무도 베고 잔디도 깎아야된다며 한동안 집을 비웠고, 그 때문에 내가 조금 심심해진 까닭이다. 우리집 식물들은 모두 동거인이 알아서 물주고 키우는데, 4박이나 나가있으니 내가 도대체 어떤 식물에 물을 줘야하고 아닌지를 모르겠다. 괜히 건들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식물들이 다 목이 좀 말라보이는데 어쩔까... 오늘은 한국어 가르치는 어학원에서 신입직원 교육이 있었다. 반강제적으로 들으라고 했었다. 그래서 교육시간도 근무로 쳐서 돈을 주려나 했는데 역시 그런 건 없었다... 루마니아어 가르치시는 분이 용기를 내서 "우리 오늘 6시간 교육 듣는데 돈 주나요" 물어봤는데 "아니요. 하지만 이 교육은 무료이고, 커피와 점.. 2017. 3. 19.
2017년 3월, 봄.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보다. 요즘 날씨가 나쁘지 않다. 아침에 쨍하게 맑았다가도 이내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쌩쌩 불긴 하지만, 봄꽃도 피고 날도 길어져서 봄이 느껴진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모국어수업을 하러 학교를 돌고, 그저께 수요일 밤에는 어학원 첫 수업을 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겠다고 무려 일곱 명이 신청해서 오셨다>__< 첫 수업 치고 너무 많이 가르쳤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비싼 돈 내고 듣는 수업인데 한국스타일 스파르타.. 2017. 3. 17.
한국나이 서른, 그래도 여기선 아직 스물여덟. 새해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각자 음식을 하나씩 해와서 모였는데, 나만 빼고 모두 장금이들이라 메뉴가 화려했다. 비빔밥, 족발, 김밥 등등.... 배불러도 계속 입으로 넣게 되는 그런 음식들. 덕분에 새해부터 배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많이도 마셨다. 파티가 열렸던 집에서 불꽃놀이도 볼 수 있었다. 3년 전에는 룬다고드에 가서 카운트다운을 하고 봤는데, 역시 이 도시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멀리서도 불꽃놀이가 잘 보였다. 집 근처에서도 빵빵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운트다운을 하고, "해피뉴이어~"를 외치고, 동갑인 친구들과 함께 "ㅠㅠ우리 이제 서른이야ㅠㅠ"하며 사진 한 장 찍었다. 한국인이거나 한국문화를 잘 아는 친구들이 모인 파티여서, 88년생이면 지금 당장 서른이 .. 2017.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