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56 한국에서의 7주, 이제 '집'에 가야할 때.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도 썼던 것 같지만,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학교에서 누군가 "너는 크리스마스 때 집에 안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단어가 '집hem'이었으므로, 너무나 당연하게 "나는 룬드 살아서 아무데도 안가"라고 대답했고 그 친구는 당황하며 "음... 근데 내 말은 너 '한국'에 안가냐는 거였는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내가 오히려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았는데, 이제는 내가 '룬드의 집'을 나의 홈이라고 생각한다는 데 놀랐다. 그 전까지는 한국에 가는 게 내가 '집'에 가는 거라고 생각했고, '집에 가서 좀 쉬다 와야지'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여기가 내 집이구나, 나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약 7주동안 머물렀다... 2019. 7. 22. 7월, 한국에서의 일상 사고의 흐름을 따라 작성해보겠다. 한국에 온지 한달이 넘었고, 앞으로 2주 후면 다시 스웨덴에 간다. 처음에는 공기 때문에 기침하고 힘들었는데 이제 공기가 좋아진건지 내가 적응한건지 꽤 살만하다. 가끔 덥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 내리쬐는 날은 별로 없었고 어차피 집안에만 있는 집순이라 사실 바깥 날씨에 관심도 없다... 친구들이 모두 회사에 다니는데다가 서울에 사니까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것은 다 주말로 정해놓고 평일에는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 오기 전날 이산수학 시험보면서 '재시험을 기약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기적이여 일어나거라' 했었다... 하지만 역시 인생사 인과응보...>< 8월 20일에 재시험이 있어서 시간이 좀 있는 편이지만, 스웨덴에 돌아가는 날 한국에서 친구가 .. 2019. 7. 9. 스웨덴의 수어(teckenspråk) 방송프로그램 스웨덴 프로그램은 주로 svt나 tv4 앱을 통해 보긴 하지만 가끔 '교육방송'인 UR 앱을 통해서 볼 때도 있다. 유익한 방송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수어(teckenspråk)'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라 아예 페북에서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을 정도다. 스웨덴에서 처음 수어 방송을 본 것은, 아마 남자친구를 보러 두번째 놀러 왔을 때였던 것 같다. 오후 다섯시쯤이 되면 스웨덴의 '공식적'인 소수언어인 핀란드어와 사미 언어로 뉴스를 하고, 수어 뉴스도 한다. (요즘에는 이민자들을 위해 '쉬운 스웨덴어 뉴스'도 따로 한다.) 다른 언어로 뉴스를 해주는 것도 놀라웠는데 당시 수어 뉴스는 더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이 진행자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율 때문이었다! .. 2019. 6. 29. 여름방학 시작 6월 3일에 마지막 시험을 보고 4일날 비행기를 타서 한국에 왔다. * SAS는 정말 오랜만에 탔다. 마지막으로 탄 게 언제더라? 2013년이었나? 사실 서울-북경/북경-코펜하겐 노선은 나의 페이버릿이었다. SAS가 한국에는 안들어오므로 서울-북경구간은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을 타야하긴 하지만, 아시아나를 타면 환승이 그렇게까지 복잡하지는 않았고 항로가 짧으므로 은근히 비행시간이 짧다는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사스는 알콜이 유료인게 단점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우리는 코펜하겐 공항 면세점에서 작은 위스키 미니어처를 몇개 사서, 비행기 안에서 콜라와 함께 섞어먹고 남은 것은 비닐팩 안에 고이 넣었는데... 100ml 이하니까 당연히 통과되겠지 했지만 중국 공안은 너무나 단호하게 우리의 위스키를 빼앗아갔다. 후기 읽.. 2019. 6. 21. 5월 한국에서는 5월에 뭔가 행사도 많고 휴일도 많고 게다가 내 생일도 있어서, 5월에 딱히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없다. 특히 5월에 뭔가 시험공부를 한 기억은 더더욱 없는 것 같다. 시험기간은 항상 6월이었으니까... 그런데 스웨덴에 와서는 반대로, 늘 5월이 힘들었다. 재작년 5월 내 생일에는 하루종일 스웨덴어 시험을 쳤고, 작년 5월 내 생일 즈음에도 콤북스 시험이 있어서 5월 말까지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말고사가 6월 1일과 3일에 있으므로 꼼짝없이 공부중이다. 작년 8월 말에 학교 시작해서 첫 시험이 10월에 있었다. 그때는 적응이 잘 안되어서 그것마저 힘들게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얼마나 널널한 것이었나 하고 생각한다. 시험 전 주와 시험이 있는 주, 총 2주.. 2019. 5. 19. 스웨덴의 조금 특별한 장례식 3년동안 스웨덴에서 살면서 그렇게 엄청 문화충격을 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소소한 것은 뭐 그냥, 이 나라 사람들이 소금을 엄청나게 쳐서 먹는다는 거랑 크리스마스 때 쌀을 우유에 끓인 죽을 먹는다는 거랑 뭐 그런 것 정도. 그래서 누군가 "문화차이 때문에 힘들지 않냐" 따위의 질문을 던지면 "그런 걸 별로 느낀 적이 없다"고 답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장례문화는 조금 컬쳐쇼크였다. 남자친구의 외삼촌이 3월 말에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병을 앓으시다가 돌아가신 거라 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래서 돌아가셨던 날도 다들 차분했다. 바로 장례식을 준비하고 조문을 받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 나라는 장례식까지 조금 준비기간이 걸린다는 건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너 이때 .. 2019. 5. 9. 한국 프로그램에 나온 LU >_< 몇달 전, 학교에서 조모임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실에 앉아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조금있음 한국 방송국에서 뭐 찍으러 올건데, 찍히고 싶지 않으면 나가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방송이길래 이 어두컴컴한 공대 반지하 컴퓨터실까지 오는걸까 궁금해서 혹시 무슨 프로그램인지 아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잘은 모르겠는데, 무슨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댄스 프로그램인데 왜 여기에...? 너무 궁금했는데,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피곤해서 그냥 컴퓨터실에서 나와서 집에 왔다. 그러다가 건너건너 소문으로 '말뫼의 댄스팀이 한국 방송에 나온다더라'하는 말을 들었고, 대충 그것때문이었겠구나 하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며칠 전에 방송을 보았는데, 정말 그것때문에.. 2019. 5. 1. 스웨덴, 3년 내가 이 곳으로 이사온 지 딱 3년이 되었다. 재작년, 그리고 작년에도 이민 후 1년, 2년 소감을 적었는데 1년째 되던 때에는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1년동안 내가 스웨덴에서 받은 복지혜택에 대해 간략하게 쓰면서 우리나라가 더 여유롭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2년 되었을 때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소원했던 남북관계가 봄이 오듯 조금 풀리는 것을 보면서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쓰게 되었다. 올해는 뭐에 대해서 쓰면 좋으려나. 난장판 국회...? 농담이다. 스웨덴에 오기 전까지는 매 해 뭔가 달라지는 게 있긴 했지만 변화의 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대학 다닐 때야 그냥 학년이 올라가고, 수강과목이 달라지고, 자취방을 바꾸고 뭐 그런 정도였다. 졸업하고 취업한 후에도 딱.. 2019. 4. 27. 겨울방학 끝 12월 20일부터 1월 20일까지 나름 겨울방학이었다. 하지만 1월 둘째주와 셋째주에 기말고사가 있으므로 사실 이 기간은 시험기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겨울방학 끝에 시험을 보게 함으로써 학생들을 쉬지도 못게 하는 이 방안을 도대체 누가 생각해낸건지! 지난 주 금요일과 월요일이 시험이었으므로 학교에 가긴 갔는데, 이미 나는 학교에 대한 기억을 다 잊었던가... 매일 같이 코딩하던 친구가 인사했는데 한번에 못알아보고 이름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스웨덴어도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집중적으로 듣는거라 적응이 안됨.... 그리고 오랜만에 언덕길을 자전거 타고 올라가니 얼마나 숨이 차던지>< 수학 시험은 무사히 자전거를 타고 갔지만 프로그래밍 시험 보던 날 아침에는 자전거 자물쇠가 꽁꽁 얼어서 열려고 애쓰다가 결.. 2019. 1. 19. 2019 새해 30일에 웁살라에 가서 두 밤 자고 내려왔다. 이틀 연속으로 마셨더니 좀 피곤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어서 신났다. 웁살라는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대성당이 엄청 컸고, 지금은 강물이 꽁꽁 얼어있지만 여름에는 여기가 참 예쁘고 밖에 나와서 놀기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31일밤에 불꽃놀이를 보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놀다가 새벽 5시쯤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들이 차려준 아침을 감사히 먹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다. 웁살라에서 바로 룬드로 오는 게 없어서 스톡홀름에서 갈아타고 오다보니 다섯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저녁 차리기 귀찮으니까 피자를 사가려고 피자집에 갔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다들 같은 마음인건가. 다들 어제 밤새 달리고.. 2019. 1. 2.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2017년형) 사용기 (2019.12 수정) 대학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 바로 이 아이패드 프로였다. 사실 '책은 종이책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전자기기랑 그리 친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학기에 콤북스에서 강제로 '전자책'을 사게 했고, e-book을 노트북으로 보면서 다시 공책에다가 필기를 해야하는 게 귀찮았다. 랩탑에다가 바로 필기할 수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찾아본 게 아이패드 프로였다. 사실 그 전에도, 박사과정생 언니가 종이 프린트물을 받자마자 사진으로 찍은 후 간지나게(!) 패드에다가 필기하는 걸 보고 반하기도 했다. 애플이 9월에 신제품을 출시할 줄 알고 기다렸다가, 아이패드 출시가 10월 말로 미뤄져서 또 기다렸다가, 출고가가 너무너무 비싼 걸 보고 그냥 2017.. 2018. 12. 29. 2018년 한 해 돌아보기 1월: 한국에서 가져온 마이크와 텔레비전한국에 갔다가, 엄마가 인터넷을 바꾸면서 사은품으로 받았다는 텔레비전을 가지고 돌아왔다. 침실에 있던 탁자에 두니 사이즈가 딱 맞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가져온 블루투스 마이크와 크롬캐스트를 이용하니 노래방이 따로 없었다. 요즘에는 한국사람들끼리 모이면 각자 마이크 들고 와서 만난다는...>< 여튼 이걸 가져온 덕분에 1년동안 스트레스 참 잘 풀었다. 2월: 베트남 친구와 함께 맞은 설 명절스프링롤을 정말 맛있게 잘 만드는 친구네 집에 가서 베트남 식으로 설을 맞았다. '반뗏'이라고 하는 저 음식은 참쌀, 녹두, 돼지고기를 바나나잎으로 싸서 만든 음식인데, 저걸 잘라서 한번 튀겨 먹었다. 신기하고도 풍족한 설날 상차림으로 시작한 한해. 3월: 눈그러고보니 올해 3월에.. 2018. 12. 27.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