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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56

스웨덴, 4년. 2016년 4월 27일에 스웨덴으로 이민을 왔고 이제 딱 4년이 되었다. 해마다 4월 27일에 뭔가 블로그에 글을 쓰곤 했는데, 1년이 되던 2017년에는 무상교육의 혜택을 누린 그간 1년을 되돌아보며 복지제도에 대한 생각을 적었고, 2년째 되었던 날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3년이 되었을 때에는 내가 지금 사는 곳이 내 집이고 내 삶이 여기에 있다는 뭐 그런 얘길 적었다. 요즘 내 일상에 제일 많이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히 코로나 바이러스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라서 쓰지말까 했는데 사실 요즘 정말로 하는 것도 없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없어서, 오늘의 글감은 어쩔 수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되었다. 4월에 이태리 여행을 갈 예정이었는데 당연하게도 항공권이 취소.. 2020. 4. 28.
진달래 타이머 봄이 오면 다들 벚꽃엔딩을 듣는다지만 나는 스무살 때부터 봄이 오면 미선이의 '진달래 타이머'를 들었다.(사실 같은 앨범 그 다음 트랙인 '치질'이란 노래를 더 좋아한다고 속삭여본다.) 가사를 좀 인용해보자면, 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저 밑으로 우리나라 떨어지네 세상은 아직도 자꾸 미쳐가네 떨어지네 우릴 조여오네 그들은 이땅에 봄이 오네 겨울을 밀어내고 다른 세상이 피네 진달래 처럼 진달래 처럼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꿈을 꾸네 눈물없는 이 세상을 하지만 언젠가 나는 노래하네 눈물없는 진달래 피는 봄에 지금 사는 곳에는 진달래가 없지만 (개나리와 벚꽃이 있다는 데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한국에 개나.. 2020. 3. 27.
스웨덴도 드디어 대학 휴교 아직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이 세계를 휩쓸기 시작할 때 각 나라가 취한 대응방식은 제각각이었지만 스웨덴은 왠지 느긋했다. 한국처럼 빨리빨리, 더 많은 사람들을 테스트하지 않음을 답답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덴마크처럼 진작에 학교와 식당 문을 다 닫아버리고 국경 폐쇄까지 해버린다거나 하지 않음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역시 답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공포심을 덜 유발하고 패닉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 나라를 무작정 비판하지 않으려 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예전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사람과 사회를 무력하게 만드는 게 꼭 전염병뿐만은 아니겠다고 느꼈던 게 기억난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게 당연하지 않고,.. 2020. 3. 18.
이제 곧 3월 컴퓨터 켜서 글 하나 쓰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이것도 은근히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 미루고 미루다보니 벌써 3월이 코앞이다. 어제 일도 금세 까먹곤 하니 부지런히 일상을 기록해두고 싶은데... [학교생활] - 드디어 그룹 프로그래밍 수업도 한 주만 더 하면 끝이다. 6주동안 한 그룹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 달리기 대회에서 사용할만한 프로그램을 10명이서 만드는 건데, 조교가 가끔 들어와서 이것저것 '고객'으로서 주문하긴 하지만 뭘 가르쳐주지는 않아서, 알아서 문제 해결을 하고 알아서 만들어내는 그런 수업이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아침 8시부터 17시까지 학교에 앉아서 코딩을 했는데 스트레스는 받아도 재밌기는 했다. 둘씩 앉아서 하다가 짝을 바꾸기도 하고 해서.. 2020. 2. 29.
2020년 첫 포스팅 세상에, 2020년 첫 블로그 글을 2월이 되어서야 쓴다니. 정말 바빴다. 1월 셋째주에 시험이 있어서 그 전에는 시험공부를 했고 넷째주인 19일부터 새학기가 시작해서 그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제출과제가 있는 건 아닌데, 죄다 실기수업이라 그 전에 사전과제를 하느라 바빴다. 특히 매주 월요일마다 8시부터 17시까지 하루종일 코딩을 하고, 수요일에는 만나서 팀 미팅을 하고 그 다음 월요일 전까지 개인적으로 맡은 부분을 해야하가는 수업이 제일 빡세다. 오늘도 9시간 내내 컴퓨터실에 갇혀있다가 나오니 출소한 사람의 마음을 조금 알것 같았달까... 수학 수업은 일단 연습문제를 꾸역꾸역 풀고는 있고, 컴퓨터구조 수업은 진짜 뭔말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한국어로 된 책이 있어서 읽고 있지만 한국어로 읽어도 도.. 2020. 2. 4.
고기 섭취를 줄인다는 것 대학에 가면서 자취를 시작하고 그 후로 약 8년을 혼자 살면서 고기 반찬을 스스로 해먹은 적이 별로 없다. 우선 고기가 정육점에서 사서 혼자 구워먹기엔 비싸기도 했고, 원하면 학교 근처에서 저렴하게 돼지두루치기 같은 걸 사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고기를 사서 직접 요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 가기전 부모님과 같이 살았을 때에는 아버지가 집에 일찍 와서 저녁을 같이 먹는 날엔 꼭 고기를 먹었던 것 같다. 나도 같이 맛있게 먹은 적도 많지만, 어쩔 때는 고기가 너무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때였나, 이제 더이상 고기 냄새를 맡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작가의 의도가 채식주의를 전파하려.. 2019. 12. 29.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드디어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었고, 이번엔 방학이 좀 길어서 거의 한 달을 놀게 된다. 물론 방학 끝나는 날 기말고사를 보니 공부는 좀 해야겠지만, 그리고 1월 5일에 내야하는 에세이가 하나 있지만, 그래도 지난 일주일이 정말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금요일에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금요일 아침에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좀 쉬다가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김밥과 막걸리를 먹은 후 잠깐 낮잠을 자고, 그날 영화 '기생충'을 드디어 스웨덴에서도 개봉해서 영화관 가서 봤다. 토요일엔 정말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오늘은 일요일... 지금은 SVT틀어놓고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서 블로그를 쓰고 있는 중인데, 일단 거실 티비를 튼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싶고, 이 소파에서 노트북을 켜고 이런 블.. 2019. 12. 23.
Advent 드디어 크리스마스jul가 한달도 안남아 대림advent 기간이 시작되었다. 거실 창에 별모양 램프를 달고, 부엌에는 초를 켜고, 포인세티아julstjärna도 하나 사서 갖다 놓고, 아마릴리스amaryllis도 하나 선물받고(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아마릴리스가 크리스마스 장식할 때 쓰인다) 글로그glögg랑 사프란케익saffranskaka도 먹었고, 루쎄카터lussekatter도 먹었다! 이미 크리스마스식사julbord에 한 번 갔고, 다음주에는 루시아콘서트Luciakonsert를 보러 갈 예정이다. 집에는 페파카카pepparkaka 박스가 등장해서 우걱우걱 먹고 있고 지난 주에 첫눈 온 기념으로 귤도 드디어 개시했다. 크리스마스맥주julöl는 이미 진작에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크리스마스카드julk.. 2019. 12. 4.
11월 24일 크리스마스가 앞으로 한 달 남았다. 이번 학기는 12월 20일에 끝나니까 한 달 정도만 잘 버티면 드디어 짧은 휴식이 찾아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다가도, 기말고사가 1월 중순에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 옛날에는 크리스마스 전에 모든 기말시험이 다 끝났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CSN의 횡포가 원인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1월 학기 시작하기 전 주에 기말고사를 본다. 그래서 방학이 방학같지 않은 그런 느낌... 진짜 정신없이 바빴다. 지난 포스팅을 언제 했나 봤더니 10월이다. 학교 생활에 대해 기록한 건 이번 가을학기 시작할 때 쓴 게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조모임을 미친듯이 했고, 10월 말에 첫 페리오드에 대한 기말고사를 세 개나 봤다. 세 개라니! 조모임과 랩 때문에 미쳐버리.. 2019. 11. 25.
한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0121421791609 나의 자존을 지키지 못하는 언어…한국어에 불만 있다 다재다능한 뮤지션 요조 씨와 함께 독서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일단 녹음이 즐겁고, 배우는 바도 많아 소중한 시간이다. 한글날을 맞아 문장 다듬기에 대한 책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와 ‘동사의 맛’을 .. www.hankookilbo.com "파릇파릇과 푸릇푸릇을 구별하면 뭐하나, 쓸만한 2인칭 대명사가 없는데." 그러게 말이다. 누가 "한국어로 2인칭 대명사가 뭐냐"고 물을 때면, "상대방이 너보다 나이가 적거나 같다면, 아니 여튼 너랑 같은 '레벨'이라고 느껴지는 사이라던가 친하게 느끼는 사이라던가 뭐 여튼 그런거라면 '너'라고 할 수 있겠지.. 2019. 10. 6.
2학년 새 학기 8월에 썼던 지난 글은 이런 문장으로 끝났다. "20일에 있을 이산수학 재시험이 끝나면 지난 1년동안 배운 걸 좀 훑어보며 다음 학기에 대비해야겠다. 날이 점점 짧아져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겨울이 오고있어!!'라고 외치곤 했는데 정말 진짜 뭔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제 쓰나미겠지...)" 그리고 오늘은 9월 15일. - 다행히 지난 달에 본 이산수학 재시험은 통과했고, 그리하여 1학년 때 들은 과목은 모두 패스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 하지만 "시험 끝나고 지난 1년동안 배운 걸 훑어봐야겠다"는 말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때 아니면 언제 놀겠냐며 정말 신나게 펑펑 놀았다. - 8월에 펑펑 논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9월 학기가 시작된지 보름. 진짜 .. 2019. 9. 15.
8월,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돌아오던 날, 친구가 (다른 비행기이긴 했지만) 같이 와서 약 열흘동안 같이 놀았다. 항상 한국에 다녀오고 나면 왠지 모를 쓸쓸함과 가족에 대한 걱정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있곤 했는데, 이번에는 돌아오자마자 집에 손님이 있었던 셈이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 스코네에서 닷새, 스톡홀름에서 닷새를 함께 보낸 후 친구는 다음 여행지로, 나는 룬드로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일상을 보낸 지 일주일. 일상...으로 돌아오긴 한걸까? 아직 학교가 시작하지 않은 탓에 여전히 휴가중인 느낌이지만 20일에 시험이 있으므로 억지로 일상으로 돌려놓아야했다. 두달 넘게 가지 않은 헬스장에 아주 오랜만에 갔고, '내가 정말 이런 문제를 풀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 전공책을 다시 꺼냈고 시험준비를 하.. 2019.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