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56 11월: 스웨덴어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감 11월 초에 수학시험이 있었다. 그 며칠 전에 프로그래밍 시험이 있긴 했지만 그건 조별로 가산점만 계산되고 별로 비중이 크지 않으므로 다들 수학시험에 올인하는 분위기였다. 공대 1학년 수학수업은 공통이고,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토목공학과라서 그 건물 가서 같이 공부하곤 했는데... 토목공학과 애들은 지질학 시험도 쳐야돼서 무슨 돌이 어쩌고, 흙이 어쩌고, 지도가 어쩌고 하는데 그걸 공부하는 친구가 새삼 더 대단하게 보였다. 그거에 비하면 프로그래밍은 양반이었다... 그러니 찡찡대지 말자고 다짐. 다행히 프로그래밍 시험도 평타는 쳤고 수학시험도 나쁘지 않게 본 것 같다. 사전을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응용문제 못알아먹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살살 내준 느낌이었다. 시험이 끝나자마.. 2018. 11. 19. 스웨덴 대학 학점과 시험 이야기 - 우리나라는 한 과목당 보통 2-3학점씩, 한학기에 보통 6과목 정도 들어서 18학점씩 듣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한 학기에 30hp(högskolepoäng, 학점) 듣는 게 보통이고 우리나라의 학점과는 좀 다르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European_Credit_Transfer_and_Accumulation_System) - 한 학기에 30hp씩이니 1년에 60hp, 보통 학부는 180hp이므로 3년과정이다. - 과에 따라서 210hp, 300hp짜리 과정이 있기도 하다. 내가 듣는 프로그램은 300hp로, 학부3년+석사2년이 포함된 5년과정이다.어떤 과는 석사과정 포함이 아닌데도 실습이 많이 포함되어서 학부만 300hp듣는 것도 있다.(예: 사범대.. 2018. 10. 30. 면생리대, 생리컵 그리고 탐폰(부제: 결국 탐폰에 정착한 이야기) 시험기간에는 원래 딴짓을 더 많이 하게 되는 법. * 첫 생리를 시작하고 나서 약 10년간, 시중에 판매하는 패드 생리대만 썼다. 사실 다른 옵션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 탐폰사용법은 배우지 않았다. 탐폰은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 쓰는 것이고 미혼여성이 쓰기엔 힘들다고 했다. 생리컵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원래 생리는 이렇게 귀찮고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면생리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천기저귀처럼 손세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꺼리다가, 의외로 세탁이 쉽다는 친구의 경험담을 듣고 면생리대를 구입했다.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매달 생리대를 사는 것보다야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2018. 10. 26. 10월: 스웨덴 공대 새내기의 한탄 1. 드디어 한달에 걸친 nollning(신입생 놀이) 기간이 끝났다. 그래서인지 학교 분위기가 좀 차분해지고 사람들도 이제야 공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제가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어려워졌다. 하. 사실 나는 3주차부터 '아 이학교 빡세네...' 하고 생각했는데, 그때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지난주 과제는 헬이었다. 그... 고전게임 중에, 뱀의 방향을 이리 저리 틀어서 먹이를 먹게 만드는 그런 게임이 있지 않나. 그 비슷한 걸 만들어오는 게 과제였다. 수업내용은 이제 오브젝트와 클래스 개념을 배운 참이었는데, 갑자기 과제를 이런 고난이도를 내주시면 어떡하라고... 책을 읽어도 모르겠고 유튜브 강의를 봐도 모르겠고... 그래서 애들을 살짝 떠보기도 했다. "이번 주 과제 어떻게 생각.. 2018. 10. 8. 스웨덴 대학에서의 첫 4주 입학하고 나서 벌써 4주가 지났다. 아직은, 살아남았다. 1. 의외로 강의는 그럭저럭 들을 만하다. 과제도 집에서 잘 준비하면 되는거니까 시간을 들이면 아직까진 할만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이 참 부족하다..........매주 LABB이 최소 한 번은 있고, 이번주에는 무려 랩이 세번이나 있었는데... 학교 첫날에 학과 코디네이터가 "공부만 하지 말고 놀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취미생활도 하고 운동도 하며 학교생활을 하라"는 말을 강조했는데 나는 이번 9월 한달동안 한번도 운동하러 못갔을 정도로 시간이 없었다>__< 코딩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옆자리 애한테 물어보려면, 내가 궁금한 이 포인트를 스웨덴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좋.. 2018. 9. 22. 스물과 서른 사실 나는 지금 개강 일주일을 앞두고 으엄청나게 긴장되고 떨려서 잠을 잘 못자는 그런 상태다. 사실 지난 1년이 너무 힘들었으므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CSN이 나올테니 일도 안하거나 덜해도 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한 자리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일상. 특히 비오는 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몸이 흠뻑 젖어 덜덜 떨 때마다, '내년에는 꼭 공부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원하던 게 이루어져서 기분은 좋으나, 후폭풍으로 걱정이 쫘악 밀려오고 있다. * 대학 신입생이 되는 것은 사실 세 번째다. 2007년 봄, 그리고 재수해서 다시 들어간 게 2008년 봄, 그리고 올해 2018년 가을. 아, 2012년에 일본으로 교환학생 갔을 때 신입생들이 막 입.. 2018. 8. 21. 6월 8일 비가 왔으면 좋겠다. 지난 한달동안 룬드에 단 하루도 비가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와 이런 날도 있네"하면서 좋아했는데, 이제는 제발 비가 왔으면 좋겠다. 민들레꽃씨를 비롯한 꽃가루들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 공기중에 둥둥 떠다니니, 눈이 가렵고 재채기가 나고... 어떤 날에는 자전거를 타면 앞이 뿌옇게 보일 정도다. 스웨덴에서 '비왔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 그리고 드디어 수학 시험이 끝났다. 이제 더이상 콤북스 갈 일도 없다. 이런 날이 오다니... * 그리고 오늘 말뫼에 가서 한국어 가르치던 아가들과 빠이빠이 인사하며 종업식을 했다. 한 학교가 다음 학기부터 모국어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한국인 아이들은 대부분 그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지라, 최소인원 5명을 못채우게 되어서.. 2018. 6. 9. 5월 29일 (밤 10시 30분경. 그래도 남쪽이라 해가 지기는 진다.) 1. 이상하다. 이 나라 날씨가 요즘 너무 좋다. 좋은 날씨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었을 때 '지금 즐겨야지'하고 놀았는데 이제 2주가 넘어가니 정말로 불안해지면서 '이제 이 날씨도 정말로 끝이 날테니 더 열심히 놀아야지'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날씨가 끝날 기미가 안보이네...? 이 곳은 정말 너무 건조하다. 이미 예전부터 가습기를 한국에서 하나 사오고 싶었지만, 원목가구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동거인의 반대로 차마 사오지 못했다. 습기가 가구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 기관지도 좀 생각해주지 않으련...? 한밤중에 꼭 한두번은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잘 정도로 건조하다. 비가 안오니 땅도 갈라지지만 내 기관지도 쩍쩍 갈라지는 느.. 2018. 5. 30. 0517 근황 역시 공부하기 싫을 때 블로그를 가장 열심히 하게 된다. 스웨덴 관련한 가장 재미없는 블로그를 지향하는데, 그러므로 역시 누구에게도 재미없을 근황을 써보기로 했다. 공부밖에 하는 게 없으므로 공부얘기만 쓰게 되겠지. 1. 예전에 이 나라 수학 교육과정이 우리나라 수학교육과정과는 좀 달라서 쉽다는 얘기를 썼었다. 그 말 이제 다시 주워담고 싶네... 작년에 했던 수학4는 확실히 쉬웠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한달 공부하고 A받았을 정도로 쉬웠다. 그런데 지금 수학5는... 첫단원 집합은 정말 쉽지만, 두번째 단원 수열에서 갑자기 정수론이 나온다. 정수론이 도대체 무엇일까. EBS를 뒤져봐도 모르겠어서 페친인 고등학교 선생님께 여쭤보았더니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니 궁금하면 유튜브를 찾아보라고.. 2018. 5. 17. CSN과의 싸움에서 지다. CSN.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이 학업보조금. 그리고 이자도 무척 싼 학자금대출. 지난 번에도 한번 썼지만, 나는 영주권을 받으면 CSN 지급에 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해서 올해 상반기 계획을 짰고, 일을 줄이고 공부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해왔다. 콤북스에서 듣고 있거나 이미 들은 과목은 총 세 개, 물리2와 프로그래밍1, 그리고 수학5 이렇게 세 개다. 물리2는 이미 1월부터 시작을 했고 나는 영주권을 3월에 받아서, CSN 홈페이지에 "영주권 획득 이후부터 들은 수업에 대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는 말에 아예 CSN 신청조차 안했다. 대신 3월부터 들은 프로그래밍1과 수학5에 대해서 신청을 했고, 둘다 100% 풀타임으로 공부를 한다고 써냈다. 풀타임. 100포인트짜.. 2018. 5. 8. 스웨덴에서 이제 2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날은, 내가 스웨덴으로 이사온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유튜브 생중계로 남북정상회담을 시청했다. 중간중간 아침밥도 먹고 씻기도 하고 했지만 TV를 끌 수가 없었다. 도보다리에서 산책을 하는 장면에서 '이게 정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할 때는 콧등이 시큰해졌다. 김대중이 김정일을 만나고, 노무현이 김정일을 만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남북한 지도자가 저렇게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생중계로 보게 되다니. 아니, 사실은 내가 스웨덴에서 2년을 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서 적으려 했는데, 남북정상회담의 여파로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벌써 1년'.. 2018. 5. 2. 스웨덴 영주권과 CSN 2월 초에 비자 연장을 신청했다. 비자가 만료되기 한 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딱 30일 전에 신청을 했다. 삼보 비자로 와서 거의 2년 정도 살면 영주권이 나온다고들 해서 나도 그러겠거니, 하고는 있었지만 왠지 불안했다. 4월 말에 입국했고 비자연장신청은 2월 초에 했으니, 거주기간 2년에서 거의 세 달 모자란 시점에서 신청을 한건데 혹시라도 이민청이 심술을 부려서 고작 1년 연장해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비자 연장은 며칠 안걸렸다고들 하는데, 심지어 당일 나왔다는 사람도 있고 거의 일주일이면 연락이 오더라고들 했는데 나는 무려 5주나 걸렸다. 그래도 이민청에서는 2개월에서 4개월 걸릴 거라고 했었으니, 그거보다는 빨리 나왔다는 데 감사하기로 했다. 삼보비자 처음 신청할 .. 2018. 3. 22. 이전 1 ··· 7 8 9 10 11 12 13 다음